* 곡명: 지옥종들(Hell's Bells; 헬스 벨스)
* 편곡·노래: 그레고리안(Gregorian)
* 원곡: 오스트레일리아 하드롹 밴드 에이씨/디씨(AC/DC)의 앨범 《블랙 인 블랙(Back In Black; 흑중흑; 黑中黑; 칠흑漆黑 같은 어둠)》(1980)에 수록된 노래
이 노래의 제목 “헬스 벨스(Hell's Bells)”는 본디 미국에서 19세기 초엽부터 실망, 분노, 짜증, 경악 따위를 표현하는 욕설 비슷한 감탄사로서 관용(慣用)되었다. 그러니까 이 관용감탄사는, 예컨대, “泥靡剌, 빌어먹을, 오살헐, 둊같은, 氏捌, 氏腐剌, 염병할, 戮屍랄, 젠장…” 같은 한국 욕탄사(辱嘆辭)들과 얼추 상통할 수 있을 성싶다.
그러나 이 노래제목(곡명)은 ‘지하세계의 이미지들’을 상기시키고 ‘지옥을 들어올리는(격분하여 항의하는) 감정’을 유발하려는 의도의 소산이다. AC/DC의 제3대 리드보컬로 활동한 잉글랜드 가수 겸 작사가 브라이언(브라연) 존슨(Brian Johnson, 1947~)은, 브리튼 월간대중음악잡지 《큐(Q)》(2008년 11월호)와 인터뷰하며, ‘이 가사를 쓰다가 겪은 초자연적이고 으스스한 체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신이나 천국이나 지옥의 존재를 믿지 않아요.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졌어요. 우리는 각자 침대와 화장실을 하나씩만 갖춘 TV도 없는 감방처럼 비좁은 방에 갇혔죠. 나는 이렇게 커다란 백지 한 장을 받았고 거기에 무슨 글이든 써야만 했죠. 나는 계속 썼는데, ‘빌어먹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하여튼 나는 써야만 했으니까요. 나의 손은 마치 신들린 것처럼 미친 듯이 글을 휘갈겼어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결코 멈출 수 없었죠. 그렇게 작사된 노래가 바로 〈헬스 벨스〉였습니다. 나는 위스키를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마셨어요. 나는 그러면서 밤을 꼴딱 새워버렸죠.”
사연이 이렇다면, 〈헬스 벨스〉가 〈지옥의 종(鐘)들〉이나 〈지옥종(地獄鐘)들〉이라고 액면대로 직역되어도 무분별한 까탈쟁이들의 히스테리를 심하게 유발하지는 않으리라. 그런데 이것이 “지옥종(地獄種)들이나 마종(魔種)들”이라고 괴역(拐譯)되야불면 누구의 히스테리를 얼마나 유발할까?
하여튼, 아랫그림은 잉글랜드 화가 존 마틴(John Martin, 1789~1854)의 1841년작 유화 〈만마전(복마전)(Pandemonium)〉이다.
“모든 신들의 궁전이나 전당(殿堂), 만신전(萬神殿)”을 뜻하는 그리스어 판테온(Pantheon)과 대조되는 “모든 악마의 궁전이나 전당, 만마전(萬魔殿)”을 뜻하는 그리스어 판데모네요스(판데모네이오스; Pandemoneios)에서 유래한 영어 팬더모념(팬더모니엄; Pandemonium)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여태껏 “복마전(伏魔殿), 지옥의 수도(首都), 대혼란”이라고 번역되었다.
잉글랜드 시인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이 판데모네요스를 참조하여 라티움어(라틴어)풍으로 신조(新造)한 낱말 팬더모념은 그의 1667년작 장편서사시 《잃어버린 낙원(실락원失樂園)(Paradise Lost)》에서 “사탄(Satan)과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지옥의 수도와 궁전”의 총칭한다.
이 장편서사시 제1권의 말미에서 팬더모념을 건설하자고 제안하는 악마는 맘몬(Mammon; 아래 ☞ 참조)이고, 그의 제안을 수락하여 팬더모념을 설계한 악마는 타락하여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에 천국에서 궁전들을 설계한 천사 물키베르(Mulciber; 멀시버)이며, 팬더모념을 직접 건설한 악마들은 다른 많은 타락천사이다.
물키베르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화신(火神)-대장장이신(鐵匠神)-공예신(工藝神)-화산신(火山神) 불카누스(Vulcanus; 볼카누스; Volcanus; 벌컨; Vulcan)의 별명이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화신-대장장이신(철장신)-공예신-조각신(彫刻神)-화산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 히피스터스; Hephaestus)와 상응한다.
☞ 맘몬(맘모나스) 돈신 전신 재신 악마 배금주의 유래 기독교 역사 예술 고전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