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을 위한 원톱영화다. 솔직히, 심은경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알았다.
써니에서 풋풋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 심은경.
왠지 그 때의 발랄한 이미지와 비슷할 것 같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거나
남녀가 몸이 바뀌거나 하는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소재라서 별 기대는 안했었다.
그런데 개봉 한 지 얼마안되서 엄청난 기세로 예매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
총평은 별 다섯개였다. 웃다가 울다가, 시간 가는 지 모르고 러닝타임 내내 흠뻑 빠졌다.
좋은 영화는 많지만, 즐거운 영화를 만나는 건 어렵다!
수상한 그녀는 상업적이지만, 좋은 영화고 즐거운 영화다.
처음에 나문희가 연기했던 '오말순'은 현대사회에서
노인이 가지고 있는 위치를 말해준다.
아들이 노인학 전문 교수인데, 막상...
집에서는 찬밥신세가 된 노인. 유일한 자랑은 아들자식 이 만큼 키웠다!! 이거 하나다.
흔하디 흔한 얘기이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초상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산업화를 거쳐
지금까지 자식 하나 성공하는 것만 바라보았다.
그게 다른 민족과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이 가진 나라 문화의 특수성이다. 진한 피.
그런데 현대사회는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다. 손자들은 엄마가
아프자 할머니를 당장 시설에 보내려 한다.
오말순이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 모습. 그리고 그 뒤에 하필 '수지'포스터....
참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수지가 이 시대의 청춘아이콘이라면, 오말순은 정말 늙어버려
아무도 관심있게 봐주지 않은 육신이었으니까.
그렇게 '청춘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달라진 '오두리'.
오두리는 달라진 모습에 당황해하지만, 의기양양해지면서
자신의 꿈과 인생...그리고 사랑까지 찾아간다.
심은경과 나문희가 꽤 비슷하다고 생각되서 감정이입을 잘 할 수 있었다!! ㅋㅋ
배우의 연기가 참 괜찮았다.
특히 오두리의 코믹연기는 심은경을 대체할 이가 없다!
다만 다만 다만
보는 데 정말 거슬렀던 건!! CJ 광고.........
엠넷 프로그램에 이어... CGV..오션월드.....
대놓고 프로그램 홍보를 해서 참 보기 불편했다.
여담이지만, 정말 cj공화국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문화를 지배한다는 건 정신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쨌든, 오두리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처럼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 영화가 흔한 스토리를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노래였다!
그 노래도.. 알고보니 심은경이 성악을 전공했단다..
심은경의 얼굴 클로즈업과 그 옛날 감수성을 찌르는 그 아름다운
선율에서 우리는 감동 시너지를 얻어서 눈물이 펑펑 났다.
아.. 노래 참 소름돋게 잘 했다. 영화관 사운드와 함께...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남편 독일광부로 보내고 혼자 시장바닥에서
고생하면서 자식을 길러낸 이야기...
정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겪으셨을거다..
그 노력과 피땀으로 지금 내가 또 우리가 호위호식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났다.
우리 할머니, 돌아가신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두 자신의 인생을 다음 세대를 위해 피땀을 다 쏟아부으셨다..
여전히 그러시고 있다..
그에 대비되는 우리들의 모습.. 영화의 첫 장면에 나오듯이..
노인을 냄새난다는니, 왜 사냐는니 무시하는 젊은이들.
언제부턴가 돈을 많이 벌고, 좋은 곳, 좋은 차를 몰고다니는 것이
인생의 가치와 기준이 되어버렸다.
가장 소중한 가치를 요즘 세대는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좋은 영화였다.
나의 윗 세대, 그리고 윗 세대까지 3대를 이어서 내려온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했고, 우리의 사회상을 반성하게 되었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조상들과 웃어른들께 감사함을 느꼈다.
마지막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오두리.
그런데, 아들 성동일과의 재회장면에서 눈물이 퐁퐁났던 건..
'부뜰아..부뜰아..'하면서 자식을 키운 어머니의 마음이 생각나서다...
오늘 뉴스에 아들을 칼로 7차례나 찔러 죽이고 자신도 자살기도한 아버지의 뉴스를 보았다.
분명, 그 사람은 정신이상자일 것이다. 몇몇의 패륜사건으로 요즘은 부자지간의 관계를 소홀히 본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는 우주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이자 운명과도 같은 관계일 것이다.
무조건 희생하고 무조건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 부모님..
그러면서도 자식은 얼마나 부모맘을 아프게 하는지-_ㅠ
나도 우리 엄마아빠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꿈과 인생을 포기하면서
비싼 대학등록금과 지금까지 백수라고 용돈주시는 엄마 ㅠ_ㅠ
꼭 효도해야지 하고 뒤돌아서면, 또 짜증내고 있는 내 자신...ㅠ_ㅠ
이 영화의 또 한가지 옥의 티는, '피'를 통해서 다시 늙어진다는 점이었다..
음.. 아무래도 가족은 피가 섞였다는 의미에서 '피'를 소재로 썼을까??
아님 기상이변이나 재해로 몸이 바뀌는 건 너무도 흔한 소재라서 피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 어색했다.
손자에게 수혈하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포기한다는 의도로 사용한 소재였지만, 매끄럽지 않았다.....
이걸 좀 더 매끄럽게 표현했다면 좋았을 듯.
참고로 나는 일본영화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좋았던 건,
시간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기 때문이었다.
연기자 나문희 선생님을 참 좋아서 이 영화를 봤다.
나문희 선생님도 끝까지 연기해주길....! 참 좋아하는 할무니 배우..!
+ 맨 마지막 김수현 까메오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임팩트이자,
최고의 캐스팅이다! 김수현 만세!!!!!
나오자마자 '대박!'을 외쳤는데, 내 옆에 앉아계시던 여자 분도
'진짜 대박!'을 외쳤던...................
심지어 난 알고있었음에도 대박 이었다...ㅋㅋㅋ
끝까지.. 지금 그 멋진 미소... 눈빛 보여주면 되요... ㅎㅎ
정말 귀여웠던 박씨 아저씨도 만세!!!!
첫댓글 이 노래를 다시들으니 영화를 재밋게보던생각나네요..말도안되는얘기지만..진짜엤날로가고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싶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