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교신
서울로 올라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바로 연지못으로 산책하러 갔다. 언제나 보내는 마음은 서운하다. 서울까지 가려면 힘들 텐데, 아침잠을 설쳐가며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의 어깨 무게가 느껴진다. 힘들다거나 싫다거나 어려운 내색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괜찮다고만 한다. 장거리 운전이 힘들지요? 물으면 차가 가는 거지 내가 하는 건가? 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여행하는 것처럼 다닌다고 하면서 늘 처음 그 마음이다.
남편이지만 동갑 친구로서 존경한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처지를 바꿔서 생각도 해본다. 되도록 싫어하는 것은 안 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지낸다. 세상일에 어두운 나를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고맙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다. 나도 받은 만큼 아니 더 사랑을 주고 싶은 것이 진심이다.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자동차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정신 차리고 연지못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벽에 연꽃 보러 가는 마음을 누가 알까?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파랗게 제법 자란 벼를 곁에 두고서 가슴을 활짝 열고 걸었다. 농수로 가장자리에 만든 텃밭에서는 아기 팔뚝만 한 가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고추도 싱그럽게 아침을 열고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꽃처럼 매달려 있다. 가로막으로 쳐놓은 철조망에 나팔꽃이 처음으로 인사를 한다. ‘잠꾸러기 그만자고 일어나라고 나팔꽃이 또또 따따 나팔 불어요’노래가 절로 나오는 새벽 산책길이다.
연못에는 연꽃이 가득하다. 며칠 사이에 연못 전체를 연꽃으로 덮었다. 절로 손이 모아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연지못에는 이른 시간이건만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날씨가 더우니 일찍 운동을 나오는 것 같다. 아침을 기운차게 여는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마스크를 벗고 연꽃 향기를 맡으며 걸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서울로 올라가는 남편에게 전화했다. 어디까지 갔는지, 졸음 때문에 힘들지는 않은지 물었다. 괜찮다고 쉬엄쉬엄 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더워지기 전에 운동 마치고 들어가라고 걱정해준다. 한 시간 넘게 걸었으니 오늘 운동량은 채웠다. 땀은 줄줄 흐르지만, 몸은 가볍다. 오늘은 일찍 운동을 마쳤으니 시간을 벌은 셈이다. 주말에 가족에게 잡혀서 내 일을 못했는데 조용히 서재에서 하루를 보내면 된다.
선풍기 바람에 코가 맹맹하다. 창문을 다 열고 자면서 선풍기까지 틀어놓고 잤더니 새벽에는 차가운 기운에 이불을 당겨서 덮었다. 주방에서 식사 준비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러면 욕조에 차가운 물을 가득 받아서 풍덩 들어가 수영장이 무색하게 신나게 놀았다. 퐁당퐁당, 풍덩풍덩하면서 뜨거운 몸을 식혔다. 하루 코가 맹맹해서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컨디션 조절을 했다. 무리를 했으니 이제는 몸을 아끼면서 충전해야겠다. 가족을 위해서 이 한 몸 태우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건강해야 가족들에게도 웃음을 선사하니 컨디션 조절하면서 회복해야겠다.
주말에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몸이 말을 한다. 월요일은 반나절 잠을 잔다. 피곤해서 몸이 쉬자고 조른다. 오늘은 맛있는 것 먹으면서 따뜻한 차도 마시고 샤워도 뜨거운 물로 했다. 저녁에는 쌍화탕 하나 데워서 먹고 자야겠다. 서울로 올라간 남편도 일찍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이번 한주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 7월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