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송년의 밤
< 2005 재경 안동동부25 정기총회 후기 >
(1) 성수동 까마귀
녹색의 2호선 전철이 구름 위를 달리는, 자양동 구의동 성수동 ...
5월의 라일락이 좋다며, 초대한 사람이 살고
그 언젠가 캠퍼스 축제의 하얀색 드레스,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모를 아이도 살았던 이 동네
오늘은 여기서, 우리들 소꿉동무
만나는 날
알뜰한 물망초(Yonghee), 이별의 글씨 벽에 붙인 방엔 이미
신경 많이 쓴 까마귀(Dookyung) 동무가
앉아있었습니다.
< 아래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소 다를 수 있음 >
(2) 한 밤에 뿌리는, 서글픈 눈발
아무도 없던 황량한 서울땅, 여의도에 공룡이 살던 시절의 내가
관악산, 피카디리, 회기동을 전전할 때
옛 친구 보려고 힘들게 넘었던 이화령 고개, 그리고
동문동 삼거리
그 추억의 동문거리를, 여기 서울 땅에 만들고자 한 사람들
돈오, 까메오, 졸업정원제(Namsook) 그리고 말없이 조용한 친구들 ..
수년간 함께 애쓰며 가꿔온 붙들이 문간방엔 군불이 들어와
이렇게 따스할 수가 없는 아랫목과
맑은그대가 지은, 기성회비 없는 학교가 생겨
크게 살아가기 어렵지는 않은데
붙잡는 소매자락 뿌리치고, 살림살이 맡기고 가시려 하는 분들
보내드리기 민망한 이 밤에 뿌려진, 서글픈 눈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오더라도, 까메오님 한 분만은
남겨두고 가오소서
(3) 무언의 메시지
덜커덩 덜커덩 시청을 지났다는 말에, 초조한 가슴 쿵덕거리며
한 참을 기다려 나타난 미술반 아이
뭐가 그리도 부끄러워 인사도 못하고, 방석 위에 겨우
앉기는 하였는데
다음 기의 어려운 자리 떠맡게 되어,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떨고있는, 수줍은 마음씨는
동부의 학교특색 !
이 어질고 순수한 마음들은, 소박하지만 품위를 지켜가는
강렬한 멋으로 느껴져
우리들 모임이 가야 할 미래의 모습, 알려주는
무언의 메시지가 되어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게
되었습니다.
(4) 돌아오는 길
모처럼 오신 고모님(Myunghwa), 1학년 1반의 조영남과 큰사랑
매운탕 밥말아 주던 인정 많은 이슬이 ...
이 분들 곁으로 가서, 무언가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릴리가 온 걸 보며 취해버린 누룩향기
공짜로 손금을 봐준 은하수의 이야기는, 벌써
기억이 가물거리고
어느새 노래교실로 내려와 다시 시작한 극장구경, 눈 오는 줄도 모르고
수없이 옮겨 다닌 대화의 공간들
서울의 동쪽, 봉도의 마을 “5인의 건달” !
(고은아 주연 흑백영화 제목)
없어진 무전기는 성수동에서 우릴 기다리는데
해장술로 이별한 성덕이
말은 안 하지만, 돌아갈 마음 전혀 없는 골뱅이의 눈빛을
모르는 체 할 수 없어 함께 간 대낮주점
전날 좀 조용히 있었던 대옥이와 만난, 머나 먼 수락산역에서
다시 피어나던 이야기 꽃들 ..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인민배우
스잔나 !
오랜만에 만나 말없이 헤어져 보낸 친구들, 그리고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오지 못한 사람들이 또 다시 생각나는
돌아오는 길의 전철역 바깥으로, 새로이 찾아온
어둠의 적막이
왜 이렇게 서글픈지, 나도 내 마음을 정말
모르겠습니다.
2005. 12. 6 (멸실 후 再編輯 2006. 11. 21)
여러분의 졸정원
# 먼 길 찾아주신 김철영, 삼타, 들꽃, 송사장, 해피맨, 김화숙, 김대일,
미소, 장호익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벌써 일년전의 일이 되어 버렸네요. 다가 오는 송년회에도 부디 모두 오셔서 반가운 얼굴들 만나는 소중한 만남의 자리 우리 스스로 만들어 봅시다~~ ^.~**
날씨의 온난화로 아직도 아파트 주변에는 화려한색의 빨강 노랑 ...... 단풍이 가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사 다난했던 한해를 정리하고 보내면서 보고싶은 친구들의 모습이 그리운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