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 수한이 죽다 제21회
“저 옷이 왜?”
진철은 궁금해서 물었다.
“저 옷이”
그러면서 수정이는 다시 눈물을 훔친다.
진철은 빈소를 나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서 소주 두 잔을 들고 빈소로 다시 들어가 수정이에게
한 잔 건네고 자신도 한 잔 마셨다.
술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조금은 안정되는지 수정이의 입이 열린다.
“저 옷은 내가 결혼할 때 입었던 옷인데, 그 때 늘 차리지 않고 다니는 오빠가 싫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시집갈 때는 양복을 입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양복 해 입으라고 돈을 줬는데, 막상 결혼식 날
저 옷을 저렇게 입고 왔잖아. 내가 그 때 얼마나 오빠한테 짜증을 낸 줄 알아.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고
가라고, 시댁 집안 식구들에게 창피해 죽겠다고, 등을 막 떠밀었는데,”
수정이의 목소리가 다시 울음에 잠긴다.
어땠을까? 그 날 수한이의 기분은, 진철은 잠시 수한이의 기분을 이해하려고 생각에 잠겼다.
동생 시집가는 날. 아니, 시집가기 전에 오라버니에게 양복 한 벌 해 주고 싶어서,
어쩌면 오라버니의 허술한 모습을 시댁 식구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양복 한 벌 해 입으라고 돈을
줬으니 당연히 양복 한 벌 해 입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왜 그 돈을 받아서 양복은 해 입지 않고 저런 잠바에 셔츠를 사 입었을까?
그 남은 돈으로는 술을 마셨을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진철의 생각을 끝내게 한 것은 수정이의 다음 말이었다.
“나중에, 결혼식이 끝나고 집에서 사진을 보다가 오빠를 이해했어요. 왜 오빠가 저렇게 차리고 온 것인지,”
“무슨?”
“아마 오빠는 양복을 입는 다는 것이 어설프다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아니면 양복 입은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를 생각했겠지요.
그리곤 양복 대신 편안한 일상복을 입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철은 자신이 수한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랬다.
만일 그 몸으로 양복을 입고 그 표정을 짓는다면 사람들 중 일부는 쯧쯔하면서 혀를 찾을지도 모른다.
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속된 말로 ‘병신이 육갑하네.’ 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것 보다는 자신이 양복을 입고 걷거나 웃거나 말을 하거나 하면 어떨까를 본인이 생각하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상복을 깨끗하고 입고 참석하는 것이 모두와 자신을 위해서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런 차림을 하고 참석했겠지.
“그래, 그랬겠다.”
진철은 다시 수한의 사진을 보았다.
하늘색 잠바. 하얀 셔츠. 수한이는 왜 저런 색의 옷을 입었을까? 하얀 셔츠는 그렇다고 치자.
딱히 그 시절에는 셔츠 하면 흰 색이었고 거기에 타이를 매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왜 하늘색 잠바를 입었던 것일까? 당시에는 검은 색 잠바이거나 짙은 청색 잠바가 대세였는데,
어쩌면 어두움 보다는 밝음이 필요해서였을까?
아니면 하늘처럼 밝고 맑은 그런 생활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진철은 다시 수한의 사진을 본다.
아! 저렇게 가지런하고 하얀 이도 있구나.
그랬다 수한이의 얼굴과 몸은 어색했지만 웃는 그 얼굴에서 하얗게 드러나는 이는 가지런하고 예쁘다.
충치도 없었던 것처럼,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이처럼,
어쩌면 다른 신체보다 이를 더 아끼고 관리하는 사람처럼, 아니,
하얀 물감을 들인 것처럼 그렇게 하얗게 드러내고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이를 잘 관리했을까?’
‘어쩌면 신이 수한이의 다른 신체는 돌보지 않았어도 이빨만큼은 돌봐주신 것일까?’
“수한이 이가 참 가지런하고 하얗군.” -계속-
첫댓글 치아가 가지런하면
웃는 모습이 이쁜데......
맞아요. 치아가 예쁘면 다 예뻐 보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