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등? 공립초등?
최근 사립초등학교 부정입학 실태가 드러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립초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공립과 사립 중 어느 곳에 보낼지, 각양각색의 사립초교 중 어떤 곳이 우리 아이에게 맞을지 학부모는 고민이 많다. 한 번의 선택은 자녀의 초등 6년을 결정한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판단의 근거는? 바로 ‘선배 엄마’들의 조언이다. 사립인 서울 경기초교, 영훈초교, 계성초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어머니 3명에게 사립초교를 선택하기 전 유의해야 할 사항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물었다. 》
○ 우수한 교육환경, 교사의 세심한 배려가 강점
선배 엄마들은 “우수한 시설과 교육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점, 다양한 학습 커리큘럼과 특성화교육이 진행된다는 점이 사립초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립초교는 학교마다 특색이 다르다. 최근엔 많은 사립초교가 영어몰입교육과 수준별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또 3학년 때부터 영어가 정규 수업으로 편성되는 공립초교와 달리 1학년 때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예체능 교육이나 인성교육 등 비교과 활동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사립초교도 적지 않다. 예컨대 서울 계성초교, 숭의초교는 인성교육을 주요 가치로 내세운다. 서울 홍대부속초교는 교내 오케스트라가 유명하다. 대부분의 학교가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한다.
사립초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장윤민 씨, 노원정 씨, 현재호 씨(왼쪽부터)정인중 군(11·서울 경기초교 5)의 어머니 장윤민 씨(36·서울 용산구)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보다는 음악이나 체육 활동도 즐겁게 누릴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예체능 특성화 교육이 이뤄지니 아이가 관련 활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세심하게 학생 개개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사립초교의 장점이다. 대부분의 사립초교가 학년별로 2∼5학급인 데다 한 반 정원도 최대 30명 가량이다. 장 씨는 “하루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수업시간에 너무 피곤해하는데 조금 재우는 건 어떨까요’라는 문자가 왔다”면서 “아이가 졸아도 무조건 혼내는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배려해 주는 점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 ‘워킹 맘’이라면… 학교 못 가도 걱정 없다
사립초교는 저학년은 대부분 오후 2시 이후, 고학년은 오후 3시 이후에 끝난다.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이 공립에 비해 길다는 점은 ‘워킹 맘’이 사립초교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성지 양(8·서울 계성초 2)의 어머니 현재호 씨(40·서울 용산구)는 “한 반에 30∼50%의 엄마들이 직장에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립초교에서 엄마들이 돌아가며 맡아야 하는 청소, 급식, 교통지도 등을 학교가 대신해 주고 엄마들은 공개수업이나 면담 등 특정 행사가 있을 때만 학교에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느라 교육정보를 챙기기 어려운 엄마들에겐 학교에서 학부모를 상대로 여는 세미나나 진로상담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현 씨의 말이다.
“학교가 한 달 동안 학부모를 상대로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이끌어 내는 법에 관한 외부 초청 세미나를 매주 열었어요. 아이에게 잔소리꾼이 아니라 멘터가 돼야만 하는 이유와 그 방법도 배웠지요. 학교가 학부모 교육까지 배려한다는 느낌입니다.”
장 씨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학기 초 국제중이나 예술중에 진학하고 싶은 희망자를 조사해 부모들에게 입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부모의 교육관과 아이 특성 고려해 사립초교 선택을
자녀 영어교육에 집중하고 싶은 학부모는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사립초교들을 탐색해볼 만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사립학교를 선택하기 전 망설여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비싼 학비다. 실제로 사립초교 교육비는 얼마나 들까? 분기별 등록금은 지역별, 학교별로 다르지만 적게는 80만 원에서 최대 170만 원에 이른다. 급식비, 통학버스비, 방과후 수업비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선배 엄마들은 “무리해 사립초교에 왔다가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공립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를 봤다”면서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6년간의 비용을 지원할 만한 여유가 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로지 원하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통학거리를 고려하지 않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유수민 양(10·서울 영훈초)의 어머니 노원정 씨(39·서울 강북구)는 “지역에 따라 30분∼1시간 거리를 매일 버스로 오가다 보면 초등학생들은 쉽게 지칠 수 있다”면서 “통학 거리가 아주 먼데 자녀의 체력이 약하다면 사립초교 진학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점을 고려해 사립초교 진학을 결심한 뒤 해야 할 일은? 바로 부모의 교육관과 자녀의 성향에 들어맞는 학교를 찾는 일이다.
노 씨의 딸인 유 양은 유아 때부터 영어 비디오 보기를 즐겼다. 이에 노 씨는 딸의 특기를 꾸준히 살리기 위해 영어몰입교육으로 유명한 서울 영훈초교를 선택했다. 현 씨의 교육관은 ‘인성이 기본’이라는 것. 인성교육이 특히 잘 이뤄진다고 알려진 서울 계성초교에 딸을 보냈다.
이처럼 ‘찰떡궁합’ 학교를 찾아내려면 학교 홈페이지를 기본적으로 둘러보며 교육이념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 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은 필수다.
학교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학업 커리큘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 학교를 졸업하면 어떤 특징을 갖게 되는지 등에 대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망 학교에 자녀를 이미 보낸 주변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