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막회에서 길만 두 번 건너면 한국의 옌벤(연변)거리라 불리는 가리봉동입니다. 가리봉시장에서 남구로역(7호선)에 이르는 거리를 그리 부릅니다. 중국에서 건너 온 동포들과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동네라 한국말 보다는 중국말이 오히려 더 잘 통합니다. 요즘은 옌벤거리보다는 대림역을 중심으로 하는 대림동 차이나타운이 더 흥하지 싶습니다. 특히 대림역 12번 출구와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가리봉동이든 대림동이든 또는 신길동이든 강구막회에서 마실삼아 슬슬 걸어 다닐만한 거리이기에 갑판장도 가끔씩 둘러보곤 합니다. 운동삼아 걸어 가서 간단한 요기를 해결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자일 땐 마라탕(麻辣烫)이나 차오미엔(炒面 볶음면), 뉴러우멘(牛肉麵 우육면) 등을 먹습니다. 어쩌다 동행이 있는 경우라면 마라샹궈(麻辣香锅 훠궈의 볶음버전)나 띠산셴(地三鲜 지삼선), 위샹로우쓰(鱼香肉丝 어향육사) 등 요리를 안주삼아 빠이주(白酒)를 마십니다.
요즘은 여러 동네에서 이런 류의 중국음식점을 볼 수 있습니다만 한국사람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곳보단 아무래도 중국인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식당이 조금 더 중국스럽습니다. 일례로 갑판장이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있는 마라탕집을 카페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그 식당에 한국인들의 출입이 늘더니만 기어이 맛이 한국스럽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아! 좀 더 정확히 말씀을 드리자면 같은 메뉴라도 중국인용과 한국인용으로 이원화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입니다. 마라탕의 경우, 한국인용은 중국인용의 것에 비해 채소나 미역 등의 건더기를 줄이고 당면이나 깐두부의 함량을 높혀 (한국인이 더 선호 할만한)면식(麵食)스럽게 변한 것을 봤습니다. 그 이후로 갑판장은 그 식당 대신 다른 식당을 다닙니다. ㅡ.,ㅡ;;
양고기마라탕(加羊肉 麻辣湯)
마라샹궈(麻辣香锅)
양러우촬(羊肉串 양꼬치)은 다른 동네로 원정을 가기보단 강구막회가 있는 가산동의 양꼬치집(니하우)을 주로 이용합니다. 가산디지탈단지역(1, 7호선) 인근에 있어 디지탈단지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주고객으로 삼기에 일단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길 건너 동네보다 안심이 되는 지역(?)이며 세련된(프렌차이즈스런)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상차림 또한 정갈하기에 괜시리 마음이 놓입니다. 길 건너 보단 좀 더 비싸고, 덜 중국스럽지만 양갈비나 양꼬치를 안주삼아 간단히 빠이주 한 잔 마시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갑판장은 양꼬치도 좋지만 양갈비를 더 즐겨 먹습니다. 양갈비나 양꼬치 따위를 직접 구워 먹는 것이 귀찮을 땐 양고기와 소의 염통줄기(오드레기, 대동맥)을 함께 볶아주는 요리(양육신괄)를 선택합니다.
양갈비구이
가지튀김
강구막회의 영업을 마친 야심한 시각이거나 점심무렵이거나 공휴일이라야 한시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갑판장인지라 먹을거리가 뻔합니다. 맨날 뻔한 음식만 먹다보니 뭔가 강렬한 음식이 땡깁니다. 한 입만으로 정수리부터 똥꼬까지 청량해지는 홍어찜이나 정수리부터 똥꼬까지 어리해지는 훠궈(火锅 Hot pot)가 딱이지 싶습니다.
어느 것이든 나홀로 먹기엔 부담스러운 음식입니다. 함께 먹을 이들을 수배하다 보니 메뉴는 훠궈로 정해졌고, 집결지는 홍대인근지역입니다. 훠궈집이 밀집한 옌벤거리를 지척에 두고 먼 동네로 원정을 가려니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옌벤거리의 훠궈가 상대적으로 푸짐하고 저렴한 대신 낱낱의 식재료나 상차림이 왠지 불량(?)스럽기에 그닥 정갈해 보이질 않는 것에 비해 홍대인근의 훠궈집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주고객이 한국인인지라 낱낱의 식재료나 상차림이 상대적으로 정갈해 보입니다. 한 마디로 먹을 맛이 나는 훠궈집입니다. 하지만 옌벤거리에 비해 값도 비싸거니와 훠궈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의 종류도 단촐합니다. 그래도 벗들과 어울리는 자리라 용납할 수 있습니다. 나홀로 옌벤거리에서의 식사라면 또 마라탕이었을테니 말입니다.
양고기 훠궈
그 동안은 훠궈를 먹을 때 백탕보다는 홍탕을 선호했고, 홍탕이라도 가급적 마라(麻辣)한 맛이 강한 것을 선호했었습니다. 그 탓에 훠궈를 먹은 다음 날이면 배앓이로 고생을 하곤 했었습니다. 이번에 맛 본 훠궈는 그닥 마라한 맛이 강하질 않아 어지간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맛을 들일 수 있겠다 싶은 정도였습니다. 약한 마라함 때문에 처음에는 불만스러웠지만 먹는 내내 입과 속이 편하면서도 뭔가 이국적인 음식을 먹는구나 하는 즐거움이 있고 다음 날에도 별탈이 없었습니다. 마라한 맛을 잘 먹는 것이 무슨 자랑거리도 아닐진데 그간 마라하고 원수를 진 것 마냥 마구 섭취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습니다. 참으로 무식한 갑판장입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過猶不及(과유불급)
첫댓글 훠궈에 빼주 한잔 딱! 하고 싶은 날이다...가끔 뒤가 타들어가도 화를 풀기에는 매운 음식 만한것이 없지
이궁...동우 뒤를 봐줄려면 일이 술술 풀려야 할텐데...괜한 술만 늘겠구만...좋게 속 풀길 바라네.
그날 집에 들어갔더니
이상한 냄새난다고 쫓겨날뻔 했습니다.
포루투갈 냄샌가? ㅎㅎ~
@강구호 갑판장 주취자 냄새였을까요? ㅎㅎㅎ
아~니하우에 오들내기 먹고싶어요^^ 훠궈도 좋고 위에 있는 음식들 다~~~먹고싶어요.ㅠ..ㅠ
술은 맥주로 하겠습니다.
동네마실은 늘 대기중이구만요.
매형. 여기서 저도 마라탕과 후워궈를 가끔 먹는데, 중국 맛인데도 싸고 맛있습니다. ^^
부럽구만..
마라롱샤 강추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