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리에 이런 체육시설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누구는 일당 하러 나왔고 만,
누구는 팔자 좋게 운동을 하는 모양입니다. 소장이 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아 카풀하고서 온 62년 생 범띠는 저보다 두 살 많은데 고향이 옥과 랍니다.
옥과면 저와 동향이나 마찬가지이니 반갑습니다. 어제는 지하1000m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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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했는데 일당을 25만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돈은 욕심이 나는데 죽고 싶지가 않아서 더 이상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테니스 코트를 새로 지었나본데 공정률 80%정도 진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제가 할 일은 코트 건물을 뱅 둘러 물받이 콘크리트를 치기 전에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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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는 작업입니다. 산 밑이라 그늘이 졌고 나무냄새 흙냄새가 나쁘지 않습니다.
2시간쯤 땅고르기를 하고 있을 무렵 노가다에 관록이 있어 보이는 어떤 놈이
저더러 차를 타랍니다. 연병, 여기가 좋은데 의정부로 가자고 합니다.
차타고 움직이는 1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아마도 서로 같잖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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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안했거나 경계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전을 어찌나 거칠게 하던지
뺨을 한 대 갈겨주고 싶은데 제가 꾹 참았습니다. 나는 눈 커플이 천근만근이어도
겨우 참고 있고만 1시간 내내 전화통화만 합니다. 들어보니 중장비 회사에 다니고
노가다 중간 간부인 것 같습니다. 호러자식이 내가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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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칩니다. 도착한 곳은 20층짜리 오피스텔인데 역시 공정률 90%정도 마친
건물 입구에 물받이용 고랑을 파서 콘크리트를 칠 모양입니다. 노가다꾼들이
열 명쯤 분주합니다. 같이 간 놈이 저더러 삽을 가져오라는 둥 페기 물을 치우라는
등 이것저것 주문이 많습니다. 돈 주고 인력을 쓰는 것이니 제가 시키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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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겠지만, 어린놈이 일 시켜 먹는 짓거리가 하도 밉상이어서 몇 대 때려주고
싶었습니다. 호원동 아파트 앞에 걸려있는 플래카드로 봐서 조망 권이나 공사
소음, 분진 때문에 민원이 들끓었던 것 같은데 결국 건물이 올라간 것을 보면
건물주가 상당히 끝 빨이 있는 양반이나 봅니다. 40평 매인 상가가 32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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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더 비쌉니다. 11시쯤 함께 왔던 우리 팀장 놈이 전화번호를 물어보더니
자기는 오남리 현장에 가야한다고 하면서 가버렸습니다. 잘 됐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반장입니다. 비록 우리 조는 굴삭기 아저씨와 저 둘 뿐이지만 말입니다.
주택가 공사는 차량 때문에 어지간히 성가십니다. 저가 할 일은 교통을 통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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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가 파놓은 고랑을 삽으로 끌쩍대는 일입니다. 같이 일하는 용역회사 반장이
삐쩍 말랐는데 저더러 언제 시멘을 깔 것이냐고 헤서 그냥 오후에 깐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오후에 오피스텔 집기가 들어오는지 여기저기서 물건을 내려놓아도 되느냐고
제게 물어봅니다. 당연히 안 된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반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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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나온 반찬이 확실히 우리 동네보다 낫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치 국에
밥을 말아 두 그릇이나 쳐 먹었습니다. 노가다는 점심 먹으면 하루가 가는 겁니다.
오후4시까지 3시간 동안 열 가다를 했고, 이제 퇴근을 해야 하는데 우리 쪽 반장 놈이
깜깜 무소식이니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일당이야 사무실 가서 받으면 되는데 이 꼬라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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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한 번에 가는 차가 없어서 이동 시간이
족히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 전화를 하고서 4시에 전철을 탔습니다.
도봉-상봉-경춘선 사릉까지 세 번을 갈아타고서 92번 버스를 탔는데 학생들 하교 길이라
여기도 치열합니다. 차타고 오면서 이제 웬만하면 차를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7.9.18.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