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주말 전체, 3일 내내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일요일 밤부터 비가 좀 그친다했더니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건물을 다 날려버릴 듯 합니다. 아무리 제주도라 하더라도 이게 1월인가 싶을 정도로 10도를 훌쩍 상회하던 기온도 오늘부터 곤두박질친다고 합니다. 그래도 영하는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금요일 사건, 현관문에 번호키달아보려니 불량제품 설치되서 빗 속에서 고생했던 사건의 후유증으로 4인4색 병치레를 했습니다. 아이들이야 원래 자주 보였던 증세의 재현이었으나 저는 몇 년만의 요동격 몸살을 앓았습니다. 금요일 저녁 엄습하는 한기가 평범하지 않더니 온 몸을 떨리게 하는데,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로 이까지 부딪쳐댑니다.
이럴 때는 그저 자는 게 상책이라 금요일 밤에 떨면서 잠들어 거의 30시간을 잤습니다. 아이들 밥은 주어야 하니, 토요일 밥 줄때만 겨우 일어나서 해결하고 내처 잤습니다. 비가 거세게 뿌려대니 나갈 수도 없어 다행입니다. 누군가 밥이라도 차려주면 좋으련만 그건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돈주고 사람사지 않는 한 마찬가지 상황이라, 이런 현실에 대한 회의는 조금도 없습니다.
독립적 성격이 강한 것은 외롭다는 감정소모전에 쉽게 휘둘리지 않아 참 좋습니다. 부모간섭이란 우리에게는 사치였을 정도로 먹고살아야 하는 다급한 문제 앞에서 형제자매도 각자도생(各自圖生)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니, 독립성이란 게 생존에 아주 유리한 가치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독립적 성격이 하늘을 찌를 수준이라 그런 환경에서도 용케 잘 살아남은 듯 합니다.
이런 성장배경이 있었기에 태균이를 양육함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었고, 태균이라는 자식이 별스럽고 특별한 불행이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수 없이 널려진 것이 별다른 인생들이며, 보기는 좋아보여도 내면은 썩어 문드러진 것도 많아서 '좋고 나쁨'에 대한 가치를 흑백으로 이분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좋은 것에는 나쁨도 있고, 나쁨에는 좋은 것으로 이끄는 힘이 있으니 그걸 헤아리는 긍정사고와 우울하지 않은 기질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옛 성현들은 '호사다마 好事多魔' '인생만사 새옹지마 人生萬事 塞翁之馬)' '전화위복' 轉禍爲福' 등등의 좋은 말을 남겼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제 사주에 태균이는 그야말로 인생의 최대 보상격입니다. 엄마가 정신적으로 필요로 하는 많을 것들을 메꿔주는 한 개인을 위한 부처입니다. 엄마 단점은 묵묵으로 감싸주고, 엄마 장점은 같이 즐기고 누려주는 특별한 존재! 그런 태균이를 제가 열심히 섬기고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자식들도 부모들에게 나를 위한 부처같은 자식으로 만들어주고 싶은데 참 쉽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타고난 DNA, 성장배경과 관계성, 아이들을 대하는 마인드가 다르기에 이미 90%이상 빚어진 작품을 개작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사실 제가 더 관심있는 일은 부모가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라서 그 부분은 더 많이 완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는 너무 특수한 상황이라 누군가 길을 인도해주지 않으면 가야할 길을 못 찾고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 몰라도 이 부분에서는 똑소리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알려주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확신에 확신을 위한 요령전략이 이제는 필요하겠지요.
토요일 내내 신나게 앓고나더니 일요일 그래도 거뜬하게 털고 일어나는 것보니 타고난 건강성 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완벽히 개운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신체적 무기력한 기운을 극도로 꺼리는 체질이라 무기력한 부분을 스스로 보완해가며 건강한 생활을 하려 노력하니 다행입니다.
일요일, 비가 잠시 멈춘 늦은 오후, 혼자라도 산책하러 다녀오겠다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나가는 태균이. 잘 다려오라고 하며 보내는데 기특해서 집나가는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놓습니다.
그러고는 한참되어도 안오길래 혼자 산책하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서 수산한못으로 나가보았더니 저 멀리 산책끝내고 돌아오는 모습이 잡힙니다. 집가까와서 사진 두어장 더 찍어주며 잠시나마 운동기록을 남겨줍니다. 이런 점이 참으로 좋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뭐든 꾸준히 하려는 성격, 이건 제 DNA는 아니지만 좋은 유전자입니다. 제가 되려 배워야하는 점입니다.
오늘도 날씨는 혹독한 바람에 비가 여전히 뿌려대지만 월요일이니 준이도 일단 머리 한번 찍어보려고 예약해 놓았고, 태균이도 제주대학병원 재방문하는 날이라 오후에는 이래저래 바쁜 시간들입니다. 또다시 겨울 한 주의 시작입니다.
첫댓글 아, 몸살 호되게 앓으셨군요. 다행히 사흘만에 일어나시니 안심 됩니다.
태균씨는 정말 생불같아요. 건강히 오래오래 어머니 곁을 지키셔야죠.
병원 치료 태균씨도 수월하게, 준이씨도 가닥이 잡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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