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 역시 마리오의 타고난 감수성에 점차 마음이 끌린다.
마리오는 자기도 시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 무렵 한 바(Bar)에서 바 주인의 아름다운 조카딸
'베아트리체(M. Cucinotta)'와 사랑에 빠진다.
고민하던 마리오
결국 네루다에게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어쩐지 네루다는 거절한다.
대신 그는 자신의 책 '네루다의 은유'를
그녀가 보는 앞에서 직접 사인해 마리오에게 건넨다.
그의 은유가 베아트리체에게도 효력을 발휘했음인지
결국 그녀도 마리오를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 증인으로 참석한 네루다
그는 피로연 때 칠레로 돌아가게 되었음을 알린다.
마리오와의 뜨거운 이별이 다가온 것이다.
네루다는 꼭 편지를 하겠노라 다짐해두지만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선거에 압승한 기독민주당이 수도공급에 관한 공약을 져버리자
공산당에 투표한 마리오는 곧 태어날 아들을
'파블리토'라 이름 짓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네루다에게서 편지가 온다.
그러나 그것은 비서가 보낸 사무적인 편지로
빌라에 남은 몇 가지 물건들을 발송해 달라는 내용.... .
마리오 가족들은 네루다가 마리오를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리오는 그들의 관계에서 이득을 본 건 자기 뿐이라며 그를 두둔한다.
그리고 약속대로 이런저런 섬의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네루다에게 보낸다.
십 년 후.. 섬을 다시 찾은 네루다 부부는 파블리토를 만난다.
그러나 미망인이 되어 있는 파블리토의 엄마는
마리오가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공산당 집회 때 노동시를 낭송하게 되어 있었는데
집회 도중 그만 사망했다며 그녀는 테이프를 틀어준다.
'파블로 네루다를 위한 시'
네루다는 사색에 잠겨 해변을 걷는다.
위 줄거리처럼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는
조용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순박한 집배원이
세계적인 시인에게 편지를 배달해주면서
자신의 순수한 자아을 발견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엮어낸
뛰어난 작품이다.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파블로 네루다가
1952년 본국 칠레에서 추방당한 후
이태리 정부가 나폴리 가까이의 작고 아름다운 섬(카프리 섬)에
그의 거처를 마련해 준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원제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어로 '집배원(postman)'이라는 뜻이며
주연을 맡은 이탈리아의 감독이자 배우 '마시모 트로이시'는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심장이식 수술마저 미루며
마리오를 연기했고 영화촬영 종료 12시간 후
결국 4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작품의 극본에도 참여했던 그는
실제로 마리오처럼 열정 하나로 불 같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안타까운 데자뷰라고 아니할 수 없다.
1996년 초 국내 개봉 당시
의외로 저조했던 흥행성적 때문에 일찍 간판을 내렸지만
이 영화를 기다렸던 수 많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그 해 가을 재개봉되는 기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입소문이 늦은 완벽한 뒷북이라고나 할까?
둥~ 둥~! -_-
Mi Mancherai(I'll miss you) - Josh Groban (영화 '일 포스티노' 中)
조시 그로반의 아름다운 보이스처럼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쌓인 이탈리아의 한 작은 섬
그 곳에 유명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도착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우선 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명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블로 네루다' 그의 정체와 함께
당시 칠레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조금은 알 필요가 있다.
일단.. 파블로 네루다는 공산당 당원이었다.
처음 공산당에서는 네루다를 대통령으로 추천했는데
후에 네루다가 아닌 아옌데를 대통령으로 추천했으며
결국 아옌데가 당선된다.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로 임명..... .
그런데 공산당 집권 중에 그 유명한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다.
'피노체트' 이 인간 말종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전두환 같은 사람이다. -_-+
암튼 인간 말종 피노체트에 의해 아옌데 대통령은 암살을 당하고
무려 칠레 민간인 3만 명과 인디오의 절반이 학살을 당한다.
그리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루다는
살 길을 찾기 위해 해외 망명길에 오르게 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의 한 작은 섬인 카프리 섬으로 오게 된 것이다.
망명 후 전 세계로부터 쏟아지는 파블로 네루다의 편지를 감당할
전속 우편배달부로 내정된 마리오는
이 대문호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서서히 시의 세계에 눈을 떠 간다.
패전 직후 이탈리아의 가난한 섬마을에서 이루어진 이 사소한 만남은
마리오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은유와 사랑.. 시에 대한 대화가 깊어갈 무렵
체포 영장이 기각되면서 파블로 네루다는 고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네루다의 격려와 조언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얻은 마리오는
계속 그에게 편지를 써보낸다.
뿐만 아니라
네루다가 두고 간 녹음기에
파도와 바람소리 그리고 별의 웅성거림 등을 녹음해 보내기도 한다.
마리오가 채집한 이 소리들....
사실 그것은 이미 그 자신에게 한 편의 시에 다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나요?"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감상해 보게"
"그러면 은유를 쓰게 되나요?"
"틀림없을 거야"
"이걸 들으면 저와 이탈리아가 생각나실 거에요.
전 선생님이 모든 아름다움을 다 가지고 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제보니 절 위해 남긴 게 있다는 걸 알겠어요"
"칼리소또의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의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소리..
신부님이 치시는 교회의 종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파빌리또의 심장소리.... ."
하지만 네루다가 다시 섬을 찾았을 때
이미 마리오는 공산당 활동 중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일말의 공통점도 없는 두 사람이
시를 통해 교류하는 풍경을 아름다운 섬의 경관과 함께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 이 잔잔한 감동의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는 '알프레도' 아저씨로 등장했던
프랑스 국민배우 '필맆 누아레'의 웃는 얼굴과
수줍은듯한 순박한 '마시모 트로이시'의 표정 그리고 나폴리의 깨끗한 바다
게다가 전편에 흐르는 훌륭한 음악들이 여전히 감동으로 다가온다.
겨우 글이나 읽을 줄 알았던
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촌뜨기 마리오가
메타포에 대해 배우는 과정은 마치 사랑과 예술 혹은 세상에 대해 닫혀 있던
새로운 눈을 떠가는 과정과 같다.
이처럼 삶을 보다 넓게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열린다면
그는 이미 메타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사랑에 빠진 그에게
세상은 이미 아름다움이요 한 편의 시와 같았을 것이고
경험하는 모든 세상이 다르게 느껴졌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안타깝지만 결코 슬프기만 하지는 않다.
위대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무명의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낄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시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 이라던
마리오의 대사처럼..... .
물론.. 순수하게 시를 사랑하는
그리고 시의 힘을 믿는 사람의 논리다. ^^
저 소박한 영혼
드디어 사물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빛나는 영혼이
군중들에 무참히 밟혀 죽어야 하다니..... ㅠ_ㅠ
우리에겐 '썸머타임 킬러' '장고'
그리고 꽤나 잔혹했던 '킬 빌'을 통해 알려진 루이스 바칼로프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겸 피아니스트다.
매우 품위있고 여유로운 이탈리아의 소외된 작은 섬을
멋지게 그대로 음악화해 냈는데
OST에 자주 사용되는 '반도네온'이라는 악기의 경우
연주자의 감정마저 아득하게 감지된다.
이처럼 여러 변주를 가진 메인테마는
지금도 각종 CF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따뜻한 스트링과 클라리넷 그리고 하프시코드를 통해
마리오의 순박한 영혼이 완성됐다고나 할까?
결국.. 영화는 아카데미 작곡상을 수상한다.
꼭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해안이 아니더라도
여유로운 시간.. 여유로운 풍경에 취하면
어디선가 차분히 이 음색들이 들려올 듯도 싶다.
강렬함 없이도 여운은 깊게 오래갈 수 있다는 걸
선명히 가르쳐 준 음악이다.
사실.. 개봉 당시부터 화질과 음질이 그리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근데 시간이 흐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게 더 잘된 것 같다.
아마도 아나로그에 대한 추억.. 향수....
그런 것들이 기대를 파고드나 보다.
나른한 오후 쯤...... .
혹 시간 여유가 되신다면
'일 포스티노' 꼭 한번은 보셨으면 싶은 영화다.
저작권 때문에 퍼오지는 못했고
아마 유튜브 뒤적거리면
공짜로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듯..... . ^^
그럼.. 이어지는 넉넉한 가을
모두모두 행복들 하시길..... . (__*)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은초롱
그냥 저 좋아서 하는 글쓰기
많이 읽어주시던
단 한분만 읽어주시던
그냥 세상에 태어났다는 자체로 폴은 족합니다.
그 이상을 바라기엔.. 그냥 잡글이라서요. ^^;;
늦은 퇴근 후
겨우 몇 시간 자고 일어났네여.
지방 출장이 있어서.... . ㅜ_-
후딱 씻고 하루 시작하겠습니다.
은초롱님도 좋은 하루 되세열~~!!!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전.. 지식이.. 습자지처럼 얇아여. ㅎㅎ;;
결코 경의를 받을 인물이 아님요. ^^
입이 궁금해서
커피 1잔 뽑아왔네요.
아래 댓글도 바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