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방송이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 이미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리모컨 버튼을 수시로 눌러가며 HD 방송만을 찾아 채널 바꾸기를 반복하는 ‘HD-호핑(HD-Hopping)’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HD-호핑은 리모컨으로 재미있는 채널을 찾아 채널 바꾸기를 반복하는 ‘채널-호핑(Channel-Hopping)’이란 단어에서 나온 말이다. 더욱이 오는 2012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되고 2013년 1월 1일부터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되면 HD방송은 생활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HD방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인 한국HD방송이 ‘스카이HD’란 이름으로 국내 최초 24시간 HD방송을 시작하면서 HD방송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스카이HD는 지금도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 채널 61번과 IPTV(인터넷프로토콜 TV)인 쿡TV(구 메가TV·KT 계열) 채널 152번, 브로드앤TV(구 하나TV·SK 계열) 채널 250번을 통해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보다 5~6배 더 깨끗한 화질의 HD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문성길(文成吉·50) 스카이HD 대표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스카이HD를 이끌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1989년 구 방송위원회 정책연구원으로 시작해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에서 마케팅기획, 채널기획, 콘텐츠관리 등을 맡아오며 방송 업무로 잔뼈가 굵었다. 지난 12월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 자리잡은 스카이HD 사옥에서 문 대표를 만나 HD방송과 방송산업의 미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방송회관 10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 한쪽 벽면에는 HD벽걸이TV 4대가 걸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HDTV와 HD셋톱박스를 조종하는 리모컨 7개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자체 제작 HD 프로그램 늘어
문 대표는 “HD방송을 보는 것은 흑백TV를 보다가 컬러TV를 보는 것과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기존의 브라운관을 통해 보던 아날로그 방송은 30만화소 정도입니다. 반면 HD방송은 무려 200만화소 정도 되죠. 간단히 말해서 HD방송은 일반 아날로그 방송 화질의 5배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국내에는 150만 가구가 스카이HD를 통해 고화질의 HD방송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카이라이프(디지털 위성방송)를 통해 시청하는 50만가구를 비롯해 IPTV, 디지털 케이블 등을 통해 시청하는 사람들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
실제 그의 집무실 벽 한쪽에 붙어있는 4대의 HDTV로는 ‘로스트’ ‘그레이스 아나토미’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국내에서 제법 인기를 끌었던 ‘미드(미국 드라마)’가 HD화면으로 계속 흘러나왔다.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아날로그 방송보다 5배 더 뛰어난 화질”이라는 그의 설명처럼 HD방송은 주인공 얼굴에 솟아있는 뽀송뽀송한 솜털과 모공(毛孔)이 들여다보일 정도의 맑고 선명한 화질을 자랑했다. 이들 ‘HD-미드’는 스카이HD 채널의 주력 HD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문 대표에 따르면 “스카이HD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HD 프로그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스카이HD는 현재 연간 100시간, 전체 방송 가운데 대략 10% 정도를 자체제작 HD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있는데 앞으로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 스카이HD에서 직접 제작한 ‘김훈의 자전거, 유럽을 달리다’ ‘김병만의 별난 세상’ ‘디자인 앤 더 시티’ ‘암자’ 같은 여행·문화 프로그램은 HD방송만의 독특한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훈의 자전거, 유럽을 달리다’는 지난 2008년 12월 방송영상그랑프리 시상식에서 문광부 장관이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HD 표시됐다고 다 진짜 HD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HD 방송을 꼭 시청해야 하나’‘일반 방송을 봐도 별 문제 없는데’라며 HD방송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HD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보던 TV를 교체하거나 HD방송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등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PDP, LCD, LED TV 등 디지털 TV구입이 보편화된 국내 가전시장의 상황을 거론하면서 ‘HD 방송을 반드시 시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최근에 TV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은 대개 HD 기능을 지원하는 LED나 LCD TV를 구매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브라운관TV를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죠. 하지만 이런 고가의 고급TV를 구매하고서 HD방송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자동차 구매에 비교한다면 좋은 자동차를 비싸게 주고 사서 제대로 타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벤츠나 BMW 같은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서 그랜저 정도의 성능밖에 내지 못하면 되겠습니까.”
문 대표는 “정작 HD급 성능을 지원하는 TV를 구매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HD 방송을 보지 못하는 점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HD 방송은 △HD 제작 프로그램 △HD 텔레비전 수상기 △HD 신호 변환 셋톱박스 세 가지가 완벽히 구비됐을 때 비로소 맑고 선명한 화질과 CD급의 깨끗한 음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반면 대개 가정의 경우 이들 3박자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이 빠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진정한 HD 방송을 즐기기 위해서는 HD신호를 읽어줄 수 있는 셋톱박스와 HD급 화질을 지원하는 텔레비전, 그리고 HD로 방식으로 제작된 HD프로그램 세 가지가 필수적입니다. 이 중 어느 한가지라도 빠지면 진정한 HD방송을 본다고 할 수 없죠.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TV 드라마 오른쪽 상단에 달려있는 ‘HD’란 영문 이니셜만 보고서 ‘아 내가 HD 방송을 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는 정작 HD 방송이 아닌 것을 HD 방송으로 착각을 하고선 ‘HD 방송 별 것 아니네’라는 선입견을 주변에 퍼뜨리고 있습니다.”
때문에 문 대표는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HD 방송을 제대로 시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HD 방송 전도사’란 별명도 자연스레 얻었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HD 방송을 못 본 사람들한테 HD 방송의 장점을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한 번만 제대로 된 HD 방송을 보기만 하면 그 차이에 대해 금방 느낄 수 있는데…”라면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는 “요즘 ‘百聞而不如一見(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Seeing is believing(보는 대로 믿는다)’과 같은 동서양 고사성어를 늘 입에 달고 다닌다”고 한다.
세계 TV업계는 이미 3D 전쟁 돌입
문 대표는 TV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나름의 진단을 제시했다. 최근 가전업계와 학계에서는 TV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가전의 얼굴’ ‘가전산업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TV의 미래는 가전 업계의 향후 10년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논의는 대략 2가지 형태로 집약되는 양상”이다. 하나는 지금의 TV가 현재의 HD급을 넘어서는 ‘초고해상도(울트라HD, 풀HD보다 해상도가 4배 이상 높음) TV’로 발전할 것이란 의견과 다른 하나는 화질 경쟁은 지양하고 ‘3D 입체영상’으로 나갈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전세계 TV 제조업체들도 초고해상도 진영과 3D 진영 두 갈래로 급속히 재편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초고해상도(울트라 HD)에 초점을, LG전자 같은 곳은 3D에 역점을 두는 모양새다. 과거 한때 전세계 TV 시장을 주도했던 소니도 “오는 2012년까지 전체 TV 가운데 절반은 3D로 출시하겠다”며 3D쪽에 방점을 찍었다. 과거 LCD와 PDP가 두개 진영으로 갈라져 주도권 경쟁을 벌이던 것과 흡사한 판국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느 진영이 향후 TV 시장을 주도할지는 “지금 시점에선 예측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초고해상도 TV와 3D TV 양 진영 모두 나름대로의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표는 “HD TV가 이미 나온 마당에 이제 화질경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며 3D 입체영상 쪽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TV의 발전역사는 화질 진화의 역사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끝에 HD TV가 와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 사실상 화질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봅니다. TV의 화질을 아무리 개선해도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그 차이를 인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사용자(User) 입장에서는 더이상 TV 구매에 따른 더 큰 혜택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초고해상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송 시스템 자체를 모두 다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결국 초고해상도(울트라HD)로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1월 1일부터 국내 첫 3D 시험방송 스포츠 중계 안방서 입체로 즐기세요”
올림픽 때 3D 진면목 확인될 것
때문에 문 대표가 이끄는 ‘스카이HD’는 향후 성장동력을 3D방송에서 찾고 있다. 그에 따르면 “3D 방송은 소모적 화질 경쟁에서 탈피해 2차원 평면영상에서 3차원 입체영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자체의 혁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0년 1월 1일부터는 국내 최초로 3D 시험방송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1월 1일 시험방송하는 스카이3D는 우리나라 첫 번째 3D 채널이 될 전망이다. 스카이HD의 모회사인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나름대로 황금채널이랄 수 있는 스카이라이프 채널 1번에 ‘스카이3D’를 배정했다. 스카이HD 측은 “입체감과 공간감이 중요시되는 스포츠와 대형 이벤트의 편성비율을 50%까지 가져간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실제 스카이HD는 지난 12월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열린 ‘스노우보드월드컵-빅에어’ 행사를 3D 입체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스카이HD는 “자체적인 내부 실험방송은 마무리된 상태이고 1월 1일부터 시험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평가하고 좀 더 완벽한 3D 방송을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는 “2010년 하반기쯤에는 시험방송까지 완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3D 상용방송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문 대표의 말대로 3D 상용방송이 국내서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스카이HD는 고화질의 HD 방송을 주력으로 하되, 3D 입체영상도 동시에 내보내는 ‘HD+3D 복합채널’로 변신하게 된다.
스카이HD는 3D 방송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영국의 위성방송 BskyB 등 외국 방송사의 벤치마킹에도 적극적이다. 영국의 BskyB는 지난해 3D 방송 테스트를 마치고 “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3D로 중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표는 “영국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호프집에 해당하는 ‘펍(Pub)’ 등을 중심으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면서 3D 방송이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위주로 3D 방송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3D 방송의 진가가 확인될 것”이라며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입체로 살아나 땀방울을 흘리며 트랙을 뛰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3D 방송의 미래를 낙관했다.
3D 방송의 과제
비싼 3D TV 보급이 걸림돌… 3D안경도 준비해야
▲ LG전자 3D TV photo LG전자
1월 1일부터 3D 시험방송을 시작한 스카이HD 앞에 놓인 과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입체감이 살아 있는 3D 프로그램을 제작해도 정작 3D 입체영상을 시청할 3D TV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8월 LG전자에서 3D 입체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TV를 출시하긴 했지만 현재까지는 모델의 종류가 47형(인치·모델명 47LH503D) 하나로만 한정돼 있어 보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 제품은 가격도 450만원대로 만만치 않은 편이다. 이는 최근 200만~270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진 LCD TV(47형, 풀HD 기준) 등에 비할 때 200만원가량 더 비싼 수준이다. LG전자 백우현 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올해 세계 시장에서 3D TV를 40만대 판매하고 2011년에 34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반면 최근 LED TV로 재미를 본 삼성전자의 경우는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3D TV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3D TV 시청의 경우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3D안경(편광안경)을 끼고 TV를 시청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시력이 나빠 원래 안경을 착용하는 시청자의 경우 안경 위에 또다시 3D안경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불편함이 따를 듯하다. 또 일부 시청자들은 “3D 영상이 눈앞에서 어른어른거린다”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D TV 시청에 필수적인 3D 입체안경의 광범위한 보급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4인 가족의 경우 동시에 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가정당 적어도 4개의 입체안경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카이HD 문성길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3D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볼 수 있는 3D TV가 등장하겠지만 당분간 3D TV 시청에 필요한 3D 안경을 보급하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라며 “보조금이나 끼워주기 등을 통해 3D 안경을 널리 보급할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스카이 라이프 hd을 집에 설치 하면는 역시 티비의 제기능을 다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