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리 낙동정맥... 4구간 [한티재~답운치]
(2005년 9월 23일. 토요일)
한티재~칠보산(974.2m)~애미랑재~통고산(1,066.5m)~답운치
**Klaus Doldinger - Erinnerung**
날씨 : 흐리고 비후 갬 (봉화지역 기온 최저 15도 최고 23도)
동행 : 신샘, 그리고 대자연 산악회원 21명
거리 : 도상거리 30.6km (접속거리 없음)
시간 : 총 10시간 34분 (산행 9시간 27분 + 휴식 및 식사 . 기타 1시간 07분)
경비 : 회비 30,000원 + 조식(2,000원) + 음료, 간식, 기타(3,000원) = 35,000원
<주요지점 시간 기록>
한티재[04:10~15]---길등재[05:00]---612.1m봉[05:20]---우측으로 꺾이는 무명봉[05:58~06:08]---늪지대[06:43]---894.7m봉[07:08~28. 조식]---깃재[08:03]---십지춘양목[08:22]---헬기장[08:44~53]---세신고개[09:08]---칠보산[09:35~45]---불탄 나무의 밑둥이 있는 봉우리[10:18]---애미랑재 건너편 절개면 상단[10:33~42]---헬기장[11:48]---937.7m봉[11:58]---넓은 임도[12:10]---이정표[12:42]---통고산(1,066.6m)[12:49~58]---임도[13:26]---889m봉(?)[13:39]---잡목구간 시작[13:55]---헬기장{14:15]---헬기장[14:45]---답운치[14:49. 산행종료]
【한티재까지의 스케치】
낙동정맥은 백두대간을 마치고 정맥에 뜻을 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정맥이다.
그러나 강원남부나 경북 북부지방에 위치한 태백, 봉화, 영양, 울진, 청송지역은 오지의 산악지대로 꼽히는 곳이기에 대중교통수단 또한 그리 발달되지 못한 곳이다.
안내 산악회를 이용하는 하는 사람과는 달리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단독종주자들은 산행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 무리한 산행코스 설정, 무박 내지는 1박, 2박산행으로 오지구간을 넘는다.
첫 구간의 시작은 그래도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석개재~한티재를 2박3일, 한티재~창수령은 1박2일의 계획을 세웠지만 직장내 인력운영 사정, 그리고 날짜만 잡으면 내리는 비로 안타까움만 더해갔다.
10월까지 마치려던 계획도 12월로 수정되고 낙동정맥에 대한 집념이 첫 외도를 했다.
흔히 한번 버리기가 어렵지 그 뒤는 쉽다는 농담을 흔히들 말한다.
한달 전 대자연산악회의 북진팀에 합류해 황장재~창수령을 마침으로써 남이면 남, 북이면 북으로 밀어붙이던 내 산행스타일에 어떻게든 구간만 잇자는 편법을 동원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 피나무재까지는 이동수단만 맞으면 눈 딱 감고 가자"
23,24일 비번과 휴일,25일은 주간근무일이다. 25일 대리근무자만 있다면 석개재에서 한티재까지 2박3일로 묵은 체증을 삭히려 했지만 25일이 일요일라 대리근무자가 없어 한티재~창수령을 1박2일로 마칠 생각에 산행준비에 들어갔다.
"24일이 혹 신샘님의 놀토인가? 놀토라면 함께 간다고 할지도 몰라"
놀토지만 호남일정이 어찌될지 그리고 직장단체의 일로 확답을 못하면서 대자연에서 한티재~답운치 무박으로가는데 거기 따라가면 편하지 않느냐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갑자기 무게중심이 바뀐다.
"음, 30.6km를 이번에 마치면 남은 석개재~답운치는 다음 비,휴때 언제라도 할 수있다. 그러면 대리근무 한번 않해도 되지 않는가? 석개재~답운치는 24km, 9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신샘님에게 호남은 팽개치고 함께 가자고 하였으나 호남이 우선이니 그 쪽이 여의치 않으면 낙동을 간다고 한다.
야근을 마치고 23일 09:00퇴근, 낮에는 할 일이 없어 산행준비를 미친 후 빈등빈둥 TV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신샘님의 반가운 전화다.
"호남이 아무래도 깨진 것 같으니 오늘 밤 버스에서 봅시다. 맛있거 많이 가져와요."
홀로 산행은 내 기본 체질이 아니지 신샘님의 그말에 갑자기 힘이 솟는다.
쇼파에 누워 TV를 보는데 이제사 졸음이 밀려온다.
"식사하세요."
"나 10시에 먹을께. 그때 깨워"
방으로 들어가면서 핸드폰 알람을 22:.00에 맞춘다.(18:50)
핸드폰 알람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고 거실에 나오니 아내는 TV 연속극에만 열중이다.
깜짝놀라는 아내에게 "그럴 줄 알고 알람맞춰 놓고 잤지... 믿고 살겠어?"
늦은 저녁을 먹고 아내는 충대 앞 U턴지점까지 바래다 준다.
건너편 지하도 옆에 버스가 보인다. 출발시간은 아직 5분가량 남았으나 건널목 신호등은 적색, 혹씨나 하는 마음이 조급하기만 하다.
버스에 승차하니 전과 달리 한사람이 승차해 있고 버스는 정확히 11시에 출발, 황실코아 앞에서 몇 몇의 산꾼들이 승차하는데 그중에 신샘님이 모습을 보이니 더욱 반갑다.
신샘님은 호남정맥 절반정도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농담섞인 대화를 스스럼없이 나누는 막연한 친구가 된 비슷한 연배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도 신샘님과 나, 때로는 뫼꿈이님을 두고 견훤지간이니 웬수니 악수니 놀리기도 하지만 그말 역시 장난, 이로 인해 가끔 웃음보따리가 터지기도 한다.
샤크죤과 유승기업사 시민회관과 고속터미날을 거쳐 대전IC집입로 입구에서 최종회원을 승차시켰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고는 신샘님 뿐, 그래두 몇 몇 사람들은 저번 산행시 얼굴을 익혀둔 터라 서먹거림은 전보다 덜하다.
23명(?)을 태운 버스는 대전IC를 진입하고 전에는 맨 뒤의 5열 좌석에 앉았지만 이번에는 그 앞의 의자, 정원이 차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1사람이 2개의 의자를 차지한다.
누군가 "저번에 마친 구간이 길등재니 오늘은 28Km정도니 뭐 그리...."
오늘 산행의 출발점이 길등재라는 말에 아닌 밤중에 홍두께로 한방 맞은 기분이 든다.
"이런 그렇다면 다음 산행시 대중교통 이?이 더욱 않되는데.... " 산악대장에게 광고지에 한티재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왔는데 어찌 된 것이냐 물으니 한티재를 경유해 넘어가니 한티재부터 하실 분은 거기서 내려줄테니 걱정말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애써 잠을 자려했지만 순간순간 조는 수준, 소광(?)휴게소에서 용변을 보도록 10분가량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출발하니 졸음이 도망간 사람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1시간 가량 더 갔을까?
실내등에 불이 밝혀지고 한티재서 내릴 분은 준비하라고 한다.
버스는 한티재 고갯마루에 정차하고 김대장이 좌측의 들머리를 알려준다.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한가위를 넘긴 반달은 적막한 고갯마루를 차갑게 비추고 있다.(04:10)
.▽ 한티재의 밤을 밝히는 음력 팔월 스무하룻날의 반달
내릴 사람은 신샘님과 나 두사람 뿐일 것라고 생각했으나 한사람이 더 내린다.
지난 검마산 구간을 빼먹었다는 정천우씨로 통성명을 나눈 후,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마뭇가지에 잔뜩 매달린 표지기를 따라 낮은 절개지를 오른다.(04:15)
【한티재--3.7km--612.1m봉】
절개지 위로 난 완만한 길에 등로 상태도 매우 좋은 편, 바람소리가 깊은 잠에 빠진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만이 들릴 뿐 온 세상은 침묵에 쌓여있다.
묘지를 지난다.(04:25)
숲을 빠져나오자 우측으로 휘어지는 낙동의 산줄기가 달빛아래 선명한 하늘금을 그었고 비탈의 우측으로 밝은 불빛이 보인다.
이곳이 지도에 표시된 벌목현장이고 졸리운 듯 깜빡이는 저 불빛들은 발리? (04:36)
▽벌목현장을 지나며 바라보는 영양군 수비면 발리의 불빛
신샘님이 선두에 서면 언제나 산행속도가 빨라진다.
큰 묘지 앞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자 헤드랜턴의 불빛을 반사하는 급커브 도로표지 야광판이 얼핏 눈에 들어오고 곧 2차선 포장도로로 깔끔하게 단장된 길등재에 내려온다.(05:00)
길등재는 계골마을과 우측의 발리를 연결하는 도로다.
▽깔끔하게 포장된 길등재
물기 머금은 5~6m가량의 절개지가 제법 미끄럽다.
길등재를 지나 첫번째로 만나는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 좌,우측으로 뚜렷한 길이 있고 정맥은 직진으로 이어지는 십자로 안부를 지나게 된다.
완만한 오르막, 방위표시가 빠져 도망간 612.1m봉을 지난다.(05:20)
▽612.1m봉의 삼각점

잠시 쉬어갈까 생각했지만 쉴 장소로는 그리.... 그리고 아직은 산행초반이고 지금까지 힘든 곳이 없었기에 좀 더 진행하기로 한다.
【612.1m봉--6.0km--884.7m봉】
봉우리를 하나 가볍게 넘고...
15분가량 좀 가파른 오르막은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땀을 흘리게 만들면서 어느새 랜턴 빛이 필요없을 정도로 사위가 밝아졌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정맥은 우측으로 90도 꺾어지는 분기봉이다.(05:58)
1시간 30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왔으니 좀 쉬었다 가자고......
10분가량의 휴식을 취하면서 지도를 살피니 612.12m봉을 지나 조금 전에 넘었던 봉우리는 지도에 헬기장이라 표시된 봉우리, 이곳은 "길주의"라 표기된 곳에서 300m쯤 지난 곳으로 좌측은 합수나들, 용니, 시티골로 내려가는 산줄기로 추정된다.
휴식을 마치고 출발이다.(06;08)
봉우리를 넘으니 이곳이 850.5m봉이 갈라지는 곳이다.(06:20)
특징없는 산길...... 세신고개에서 시작한 후미의 여자분 1명과 함께 가는 김대장을 만나고 잠시 후 마루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늪지대가 등로 우측에 있다.
백두대간종주시 속리산구간의 봇제에 이어 부번째로 보는 듯, 근래에 비가많이 와서 그런지 수량도 풍부하고 상당히 넓은 편, 그러나 고인 물이라 식수로는 부적합할 것 같다.(06:43)
▽ 늪지대
평탄하던 길이 3~4분가량 좀 가파르게 오른 봉우리를 지나고(06:52)
다시 특징없는 길을 이어가다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쓰러진 나무와 잡풀이 뒤엉킨 폐헬기장, 이곳이 884.7m이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나무 밑 공터로 돌아와 아침식사판을 벌인다.(07:08)
▽폐헬기장인 884.7m
▽삼각점
판을 벌이자니 신샘님이 비시시 웃는다.
나는 신샘님에게 부탁한 김밥2줄, 신샘님은 빵 2조각....
"아침으로 김밥을 2줄이나 먹는댜?"
"사온 성의가 괘씸해 119부르지 않으려고 먹지"
식사중에도 서로 티격태격.... 정천우씨가 올라오기에 식사하고 가라고 하자 좀 더 진행하면 본대를 만날 것 같으니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겠다며 지나간다.
곧 이어 김대장과 후미인 아주머니가 올라오셨는데 아주머니도 먼저 간다고 하신다.
식사를 마치고 김대장과 함께 이제부터는 3명이 출발이다.(07:28)
【884.7m봉--6.5km--칠보산(974.2m)】
헬기장부근은 베어지거나 쓰러진 나무가 풀에 가려 조심해야 한다.
신샘님과 얘기를 나누며 걷던 김대장의 바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졌으나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헬기장을 지나 첫봉우리를 오르면서 김대장은 아주머니와 함께 속도를 맞춘다.
자연스레 다시 웬수 ㅋㅋ 신샘님과 둘이다.
두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앞서갔던 정천우씨가 막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데 우리에게 먼저 가라고 한다.(07:47)
가끔 보이던 황장목이 산비탈 왼쪽에 무리지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보기에도 탐나는 아름드리 황장목이 많이 보인다.
짙은 안개는 아직도 벗겨질 기미가 없고 안개에서 맺힌 물방울로 축축히 젖은 바지가 꽤나 신경을 거스른다.
840m급의 봉우리를 넘어(07:56)
고도 약 750m정도인 깃재에 내려오니 왼쪽(시티골)은 길흔적을 찾기 어렵고 우측(신암리)은 상당히 뚜렷하며 나무에는 "깃재"라 표기한 코팅지가 걸려있다.(08:03)
▽깃재
무명봉 하나를 넘어 평탄하게 이어지던 길이 제법 가파르게 올라가다가 봉우리의 정상 직전에서 우측으로 슬며시 돌아올라 주능선에 올라 붙는다.(08:14)
무명봉을 향해 오르면서 "이쯤 어디에 십지춘양목이 있을텐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나 십지춘양목을 찾기 위해서는 그리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오름길 도중, 등로변 바로 우측에 그것도 워낙 나무가 커 멀리서도 잘 보였다.
조망이 없었던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십지춘양목, 보호수로 지정해도 좋으련만 워낙 춘양목이 흔한 지역이라 그런지 그 흔한 안내판마저 없다.
▽과연 가짓수가 몇 일까? 십지춘양목(08:22)
봉우리를 넘자 왼쪽 비탈쪽은 지금까지의 숲길에 비해 키 작은 나무들이 주종을 이뤄 조금은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짙게 드리웠던 안개도 조금은 거치고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먼 산이 보인다.(08:26)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면서 헬기장에서 서쪽으로 분기한 933.6m의 산줄기

이어진 봉우리를 우측으로 돌아올라 왼쪽으로 슬며시 방향을 튼다.(08:28)
이제부터는 북으로만 이어오던 정맥이 세신고개 전의 헬기장까지는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곳으로 850m정도 되는 능선분기봉이다.(08:28)
고도차가 거의 없는 길...
다음 봉우리에 올라 조금 더 진행하자 헬기장이 나온다.(08:44)
▽세신고개로 내려가기 전의 헬기장

헬기장 보도불럭위에 앉아 다리쉼을 하려고 주저 앉는데 정천우씨와 길등재에서 출발했지만 버섯 따느라 좀 늦게 왔다는 남자 한 명도 함께 지나간다.
"뭐 따셨는데요?" "싸리버섯입니다." 비닐 봉지의 절반정도는 찬듯하다. 버섯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로써는 등로변에 널려있는 버섯들은 그림의 떡, 어느 여자 분은 송이 2송이도 땃다고 ...... 10분가량 휴식을 마치고 길을 이어간다(08:53)
세신고개는 해발 약 710m정도, 우리가 쉰 헬기장이 약 850m정도이니 140m가량의 좀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세신고개에 닿을 듯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다음 봉우리를 지나 세신고개까지 내려오는 길은 대체로 완만한 내리막이다.
봉화군 일월면 세신마을과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를 가르는 세신고개로 내려오니 좌,우로 희미한 길이 있고 조금 전 헬기장에서 우리가 쉴 때 지나갔던 두 분이 여기서 쉬고있다.(09:08)
먼저 가겠다며 간단히 수인사를 나누고 오늘 산행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이라 손꼽은 칠보산 오름길을 시작한다.
세신고개부터 칠보산까지는 고도차가 260m나 되는데 비해 도상거리는 약 1.2km에 불과해 제법 가파를 것이라 예상되는 구간이다.
완만하던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게 변해 5~6분가량의 치올리자 평평한 길로 바뀌고(09:15)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산길이 또 다시 가파르게 3~4분 가량 치올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간다.(09:21)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 마지막인지....한번 더 힘겨운 오르막이 5분가량 이어진다.
이 오르막을 이겨내니 높게만 보였던 칠보산도 결국은 정상을 허락하는데 단단히 마음먹어서인지 생각보다는 쉽게 정상에 오른 것이다.(09:35)
▽잡목에 둘러 쌓인 칠보산 정상(974.2m)
▽일월산일까? (이 모습을 볼 수 있것 외에는 아무것도....)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칠보산에서의 조망은 기대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그래도 힘들여 오른 칠보산이니 일말의 기대감이 살아있었으나 정작 정상에 올라서니 "역시"
작은 기대감마저 일순간에 사라진다.
좁은 공터에 삼각점과 영어로 된 구형 삼각점, 정성석은 고사하고 표지판 하나 걸려잇지 않다. "이름은 참 좋은데....."
흙비닥에 앉기도 그렇고 .... 정상에서 1분가량 진행하다 등로변의 적당한 장소에서 휴식, 약간의 간식도 들고 출발이다.(09:45)
【칠보산(974.2m)--2.3km--애미랑재】
가파른 내리막을 잠시 내려가니 길은 왼쪽의 비탈을 향해 비스듬히 방향을 틀어가며 산허리를 감싸돈다.
주능선으로 복귀하여 산마루에서 내려온 길이 있나 살펴보니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직접 내려서기에는 너무 가팔라 이런 식으로 길을 만든 듯....
이후 대체로 완만한 내리막을 이어가다 방향을 우측으로 꺾여 내려간다.(09:57)
낮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 오르막 길 도중에 묘지를 지난다.((10:05)
▽구절초

곧 봉우리에 올라섰지만 한번 더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야 한다.
울창했던 지금까지의 숲길과는 달리 작은 키의 잡목들로 가득하니 아마 산불났던 곳일지도 모른다.
잔뜩 찌푸린 날씨, 키작은 잡목 덕에 잠시나마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화마가 휩쓸었다는 추측을 뒷받침해주듯, 730m급의 봉우리에 올라가니 불탄 나무 등걸이가 있으며 정맥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간다.(10:18)
▽방향이 ?어지는 봉우리

곧 가파른 내리막이 나타났다 평탄한 길로 바뀌자 이별을 준비하는 나무잎에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10:22)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크~~ 우장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머물고 싶어도 더 이상은 머물 수 없어 조금씩 퇴색되는 낙엽을 보며 문득 부질없이 매달리며 애착을 느끼는 우리네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조금씩.. 조금씩.. 당겨지는.. 저 빛바랜 낙엽의 남겨진 시간들! "그랬구나. 봄부터....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너를 지켜준 나무와의 이별연습이 벌써 시작되었구나. 아무리 집착해도 소용없는... 피할 수 없는 이별.. 너희는 담담하게 받아드리는구나. 바람불면 흔들리고, 비 내리면 그 비에 네 잎새를 씻어내고, 남은 힘일랑 몽땅, 네 자신을 곱게 단장하거라. 그리고 아무 미련없이 땅으로 돌아가겠지...."
▽가을은 .....

다음 봉우리를 넘자 길이 두갈래로 갈라진다.
우측의 뚜렷한 길은 애미랑재의 높은 절개면을 피해 내려가는길로 생각되고 좌측의 좀 희미한 길에 신문지와 함께 표지기도 보인다.
번개님의 산행기를 참고해 좌측의 희미한 길로 들어가니 많이 다닌 길은 아니지만 정맥길로는 조금도 손색이 없는 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표지기도 많아 길을 찾는데는 별 다른 문제점이 없다.
갑자기 앞이 훤해지면서 애미랑재 절개면 상단으로 나온다.
꼭 비행기를 탄 느낌.... 너무도 깎아질러 절개지라기 보다는 차라리 수십길 낭떨어지라 해야할 듯, 아래를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10:26)
▽절개면 상단에서 바라본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 방향

절개면의 왼쪽으로 시멘트수로 옆으로 내려가는 경사도 또한 만만치 않아 눈덮인 겨울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조심스럽게 도로까지 내려오는데 2분 가까히 걸렸고 도로 좌측 아래는 식수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에 보뚝으로 막은 곳에는 작은 폭포도 만들어졌다.
▽도로 바로 아래의 풍부한 물, 보뚝에서 떨어지는 물는 폭포처럼 보인다.
고갯마루를 향하고 신샘님은 벌써 절개면 상단을 오르고 있다.(10:28)
▽절개지의 좌측으로 내려와 사진의 좌측 절개지로 오른다.

절개면 상단부에 올라가니 구절초들은 투박한 땅에서의 적응력을 과시하듯, 황토의 절개면에서도 작은 군락을 형성해 지쳐가는 육신은 물론 마음까지 위로해준다.(10:33)
▽황량한 절개지에서 제철만난 구절초

▽엄청난 절개지 보기에도 아찔하다.(남회룡리 방향)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 방향(여기서 마치는 분을 위해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가자고 하니 더 쉬었다 가자며 신샘님 엄살을 부린다.
완주자로는 우리가 젤 뒤에 위치했으니 단체산행에서 나로 인한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10:42)
【애미랑재--6.0km--통고산(1,066.5m)】
서서히 오르른 좋은 길에서 내딛던 발을 머추며 몸의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린다.
"생명의 무게는 다 같다고 했는데.... 더구나 이곳의 주인은 바로 너희들인데....."
▽산거머리 맞지요?

첫 봉우리를 오르다 정상 바로 밑에서 왼쪽으로 슬며시 돌아간다.(10:48)
"다 올라왔더니 선심쓰네..ㅎㅎ"
은근히 올려치는 끈끈한 오르막, 좌측 계곡 쪽에서 물소리가 들리는데 물이 흐르는 곳까지는 20~30m정도 될 듯하다.(10:58)
좀 길게 느껴진 오르막이 끝나고 다음 봉우리는 우측으로,.... 이어진 봉우리도 우측으로 돌아오른다.(11:15)
다음 봉우리에 오르자 이번에는 내리막 길, 방향은 역시 우측이다.(11:22)
걷기 편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나즈막한 봉우리를 넘어가니 10여분 전부터 안개비수준으로 내리던 비가 갑자기 심술이라도 났는지 제법 큰 소리를 내며 나뭇잎을 때린다.
다음 봉우리에 오르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평탄한 길로 바뀌고(11:40)
허름한 헬기장이 나오면서 정맥은 우측으로 급선회한다.(11:48)
▽애미랑재 이후의 첫 헬기장
10여분 뒤, 삼각점과 안내문이 있는 937.7m봉에 도착한다.(11:58)
▽937.7m봉
이곳 역시 나무에 가려 조망은 "먹통"
지도를 펼친다.
"젠장 두번의 "길 주의" 지점을 언제 지났는지....."
이제 통고산까지는 도상거리 약 2.0km정도 한시간가량 걸릴 듯 하다.
5~6분 뒤, 산비탈 좌측을 벌목한 곳으로 내려온다.(12:04)
▽봉화군 소천면 남회동 방향은 벌목된 상태다.
마루금은 잠시 동안 벌목지와 숲의 경게면으로 이어지고 내리던 비도 소강상태다.
▽이어갈 통고산방향은 짙은 비구름이 드리웠다.
2차선 도로수준의 넓은 임도로 내려오니 고갯마루에 타이탄 한대가 주차되었고 갤로퍼 한대가 남회쪽에서 올라와 왕피리 방향으로 쏜살같이 내달린다.(12:10)
▽비포장이지만 2차선 도로처럼 넓은 임도(사진의 우측이 왕피리 방향)
길건너 절개면에서 나풀거리는 표지기들이 길을 안내하고 본격적인 통고산 오르막이 시작된다.
고작 10분가량 올랐을까?
그리 가파른 오르막도 아니었는데 꽤나 버겁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조금씩 지쳐간다는 증거....., 배는 고프지만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자니 엄두가 않나고 빵과 두유라도 먹을까 생각했지만 배낭을 펼치기가 귀찮다.
오르막을 오르다 두어번 가량 걸음을 멈추고 먹을까 말까 망설이지만 "30분만 더 가자 그럼 통고산 정상, 거기서 먹자."
손쉬운대로 물만 마셔대며 완만한 비를 맞으며 오르막을 오른다.
비를 맞은 초목들은 더욱 생기가 돌고 청초하다.
흔히보는 꽃이지만 비를 머금은 모습이 어느 때보다 더욱 아름다워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는 핑계로 잠시나마 숨을 고르기도 한다.
▽이 꽃이 뭐드라? (꽃은 원래 문외한이라....)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본 이정표..... 정상이 가까웠음을 느껴서인지 유난히 반갑다.
지도상에 헬기장으로 표기된 지점인듯한데 헬기장 보도블럭이 어째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하산"은 통고산 휴양림까지의 거리, 지나온 방향을 왕피리로 표시했는데 30여분 전에 지나온 임도를 통해 울진군 서면 왕피리로 갈 수 있다는 방향표시로 생각된다.(12:42)
통고산으로 오르는 길은 왼쪽으로 꺾어 잡목과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가는 길이다.
▽통고산 직전의 이정표
정상 직전에 이르자 소나무 밑에서 배낭카바를 한 남자가 나온다.
배낭카바를 한 모습을 보는 순간, 어제 아침까지도 비온다는 예보가 없어 비에 대한 준비가 전무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한다.
곧 무인카메라가 설치된 산불감시초소가 앞을 막아 두리번 두리번,
철망 좌측에 걸린 한 장의 표지기를 보고 무성한 풀섶을 헤쳐나간다.(12:47)
▽통고산 시설물
시설물을 돌아나가자 멋진 통고산 정상석이 우선 눈에 들어오고 그 앞에서는 기운이 장사래도 먹어야 간다는 신샘님, 안개비를 맞으면서 식사에 열중이다.(12:49)
▽통고산 정상 표지석
▽통고산의 유래(정상석 뒷면에 있다)
배는 고프지만 도시락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고 신샘님이 식사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낭카바를 하신 분, 산행을 마치고 식사를 하겠다며 먼저 출발한다,
"두어시간만 버티면 답운치, 힘든 곳도 없다니 버스에서 먹자."
선채로 간식으로 준비한 빵으로 조금이나마 허기를 달래고 신샘님이 식사를 끝내기를 기다려 함께 통고산을 떠난다.(12:58)
【통고산(1,066.5m)--6.1km--답운치
정상석에서 몇 걸음만 나가면 바로 넓은 헬기장이 나오고 이후로는 완만한 내리막이 서서히 고도를 낮춰간다.
이렇다 할 특징을 보이지 않던 길이 오랜만에 오르막으로 변해 3분가량 올라간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튼다.(13:13)
길은 여전히 편안하고 버섯으로 유명한 고장답게 오늘은 참으로 많은 버섯을 보지만 버섯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써는 그림의 떡, 그중에 털을 뒤집어 쓴듯한 묘한 버섯이 있어 카메라에 담았다가 버섯을 잘 아는 직장동료에게 보여 주었더니 이런....
▽ 노루궁뎅이 버섯 (귀한 버섯이라는데 아깝다.)
길은 계속 이렇다할 특징없이 조금씩 고도를 낮춰가는 숲길, 어느덧 비도 맞었다.
여벌 바지를 준비하지 못하고 왔는데 이제부터라도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답운치까지 가면서 거의 마를 것 같다.
임도로 내려온다.(13:26)
▽ 임도로 내려오기 직전 비가 멈추고 북쪽 말리 장엄한 마루금이 하늘금을 긋는다.
▽통고산 이후의 임도, 건너편에 표지기가 보인다.
임도를 건너 숲으로 들어가면 곧 아름드리 황장목과 함께 편안한 길이 나온다.
▽오늘 전 구간에 걸쳐 이런 황장목을 원없이 보았다,
첫 봉우리에 올라 지도를 살피니 889m봉인듯.....(13:39) 다음 봉우리를 지난다(13:45)
조림지가 나타나고 이제부터는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잡목구간으로 변한다.
▽우측 산줄기가 정맥마루금, 비탈면은 조림지이며 잡목구간이 시작된다,
허리보다 높다란 풀과 잡목 사이로 희미한 길이 이어지면서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지만 곳곳에 걸린 표지기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는 곳이다.
그래도 호남정맥의 잡목구간에 비해 가시덤풀이 없으니 이건 양반이다.(13:53)
▽ 금년 7월에 1대간 9정맥을 마친 구름나그네의 표지기
10분 이상 이어진 긴 잡목구간이 끝난다.(14:05)
"마지막 봉우리라면...." 기대를 갖고 올랐으나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틀어진다.(14:09)
곧 작은 키의 나뭇가지가 상당히 걸치적거리는 잡목사이를 헤집고 지나는데 풀섶이 아니고 거리도 그리 길지 않아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곧 길은 좋아지고 나즈막한 봉우리를 오르자 잡풀이 무성한 공터, 바닥에 박힌 보도블럭 때문에 이곳이 홍이동 바로 위에 있는 헬기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어진 봉우리는 우측으로 슬며시 우회하여 주능선에 올라붙고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니 나뭇잎에 반사되는 햇살이 눈부시다.
"제기랄 시집가자 어쩐다고 하더니만..... 그래도 옷이라도 말릴 수 있으니 다행이지"
통고산 이후 제법 고도를 떨어뜨린 긴 내리막이 3번가량 있었지만 답운치는 생각외로 먼듯...., 답운치를 지나는 차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제 점심을 건너띤 후유증은 현기증으로 다가온다.
봉우리를 왼쪽으로 돌아나간다.(14:19)
평지나 다름없는 길을 잠시 이어가다 발바닥이 고장나 천천히 걷는다는 분과 잠시 발걸음 맞춰나간다.
배는 더욱 고파오고..... 단 1분이라도 빨리 산행을 마쳐야 밥는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그 분을 뒤로 하고 완만한 오르막의 봉우리를 지난다.(14:24)
걷기 편한 능선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통고산부터의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니 곧 답운치까지는 더 이상 오를 봉우리는 없을 듯하다.
가파른 내리막이 나오기만 기다리며 걷는데 나즈막한 봉우리가 나오니 "젠장...."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슬며시 방향을 틀어 내려 묘지를 지난다.(14:37)
산죽밭이 나오고 등로 주변의 산죽을 잘라 지나가는데는 거리낌이 없다.(14:39)
▽산죽지대가 나타난다.
드디어 멀리서 차소리가 들리고 제법 커다란 묘지 1기가 등로 왼쪽에 있다.(14:42)
1분 가량 뒤, 좌우로 뚜렷한 길이 있는 안부로 내려오니 정맥 마루금족으로 5m가량의 노란 비닐끈이 나무에 매져 있는데 용도가 무언지....
헬기장이 나오고 답운치로 가는 길은 헬기장을 거치지 않고 곧 바로 좌측으로 내려가서 헬기장 밑을 돌아간다.(14:45)
▽지루한 능선길이 끝나면서 마지막 나타나나는 헬기장

묵묘가 나오고 묵묘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니 016기지국 중계기와 함께 바로 아래에 우리가 타고갈 버스가 보이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016기지국을 지나면 바로 2차선 포장도로인 답운치 고갯마루, 보는 사람마다 서로들 수고했다는 말로 서로를 위로한다.(14:49)
【답운치 이후의 스케치】
알바한 한 사람을 기다리느라 1시간 가량 기다리면서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들. 그러나 누구하나 불평은 없다.
▽답운치 전경(버스가 서있는 곳이 울진가는 길)

16:05분 출발
중간에 휴게소 1곳과 새마음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그래도 친구가 최고 뫼꿈이님의 격려전화와 전천후님의 문자메시지...
대전역 앞에 도착하니 20:50분,
20:57분경 104번 버스 승차, 집에 도착하니 22:00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