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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우석주(맹물 또는 맥주 +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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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이야 맥주와 양주의 평범한 배합이다. 하지만 금테주에서 중요한 것은 맛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 필수인 정성스러운 태도와 인사불성의 술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예민한 미적 감각이다.
일단 상하로 길쭉한 잔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높이까지 맥주를 채운다. 그리고 잔을 결이 고운 티슈로 덮는다.
햄버거 가게에서 집어온 냅킨이나, 엠보싱이 촘촘한 키친타월 따위는 효과가 없으니 주의할 것. 필히크리넥스를 사용해야 한다.
이제 티슈 위로 양주를 조심스럽게 붓는다(뭐, 그리 깔끔해 보이진 않는다). 비중 차이로 맥주 끝머리에 양주로 이루어진 띠가 둥실 떠오르면 성공.
두 층이 느릿느릿 섞이기 전에 냉큼 잔을 기울여본다. 양주의 싸한 기운이 혀에 닿나 했더니
잽싸게 시원한 맛의 맥주가 오버랩된다. 이제 주위의 환호에 허리 굽혀 인사하면 끝. 양주 대신 소주를 사용하면 은테주도 만들 수 있다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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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쌍끌이 어로법을 두고 한일 어업협상 과정에 설전이 오가던 당시에는 ‘쌍끌이주’가 등장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한민국 술자리에서 떠들썩한 안줏감이 되었던 황우석 사태 역시 그 이름을 딴 폭탄주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황우석주의 핵심은 폭탄주 아닌 폭탄주라는 점이다.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양주 대신 맹물 혹은 맥주를 장착하는 게 제조 비법이다.
결국 말짱 황이었다는 닥터 황 연구의 실속 없음을 비꼬는 의미겠다. 맛이야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그대로의 맥주 혹은 그보다 한층 맹맹한 맥주일 뿐이니까.
그래도 마냥 시시덕거릴 수만은 없는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탓인지, 혀끝을 넘어가는 기분이 꽤 씁쓸하다.
두뇌가 광속으로 회전하는 몇몇 주당들은 이를 응용해 ‘줄기세포 도미노’ 시리즈를 생각해내기도 했다.
2번부터 12번까지의 번호를 붙인 11개의 폭탄주 중 제대로 된 놈은 2번과 3번뿐이고, 나머지는 양주가 빠진 엉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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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제주(자양강장제 + 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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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삼색주(맥주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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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강장제를 넣었다고 하나 자주 홀짝거리는 일이 그다지 몸에 좋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웃고 넘기는 장난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황제주의 맛은 당연히 강장제에 따라 좌우된다. 이번에는 녹용과 우황이 들어 있다는 모 메이저 제약회사의 제품을 선택해보기로 한다.
조심스레 몇 방울을 떨어뜨린 수준인데도 존재감은 강렬하다. 한약방을 통째로 우려낸 듯한 쌉쌀함 뒤로 타는 듯한 알코올 기운이 느껴진다.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설명이 진부하면서도 꽤 그럴듯하다. 굳이 묘사하면, 머리카락을 쫑쫑 땋아 콘헤어를 한 청학동 선비를 연상시키는 폭탄주다. 시침 뚝 떼고 무게를 잡지만 은근히 맛이 재미나다. |
고정관념에 대한 이의 제기 정도가 아닐까. 양주를 사용하게 마련인 폭탄주 대신 레드 와인을 곁들여보자는 발상이다.
일단은 거품이 풍성하게끔 맥주를 잔에 콸콸 따른다. 그리고 그 위로 조심스럽게 와인을 흘려 넣으면 완성.
잔 바닥에 와인이 붉은 기운을 띠며 조심스럽게 내려앉아, 와인-맥주-거품의 세 층을 이루게 된다. 예쁘기도 예쁘거니와 무엇보다도 맛이 나쁘지 않다.
와인의 미약하게 떫은 기운이 맥주의 씁쓸한 맛에 부드럽게 녹아들어 잔을 입에서 뗀 뒤에도 달달한 포도 향만 입 안에 남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와인 저장고에 고이 보관 중인 보르도 와인을 맥주잔에 따르도록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가볍고 장난스러운 술자리에는 동네 편의점의 싸구려 포도주면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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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콜달이주 (맥주 + 소주 + 콜라 + 달걀 노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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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동 폭탄주(동동주 +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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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고정관념에 대한 이의 제기가 아니라 테러에 가깝다. 맥주, 소주에 느닷없이 콜라를 들이붓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해도 거기에 날달걀 노른자를 불쑥 떨어뜨리는 일은 아무래도 만행이 아닐까. ‘배고플 때 먹는 폭탄주’라는 설명이 들려오지만, 출출하다면 따로 안주를 주문하면 될 일이다.
일단, 숙종으로부터 사약 받는 장희빈이 된 심정으로 술잔을 기울인다. 건더기 있는 17년산 맥콜 같은 맛이다. 호러 영화로 치자면 피칠갑이 눅눅한 하드코어요,
포르노로 따지면 할 짓, 못 할 짓 다하는 하드코어 수준이다. 이쯤 되면 흔하디흔한 영화 홍보 카피도 하나 떠오른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맛)보게 될 것이다!” |
적어도 건더기는 없으니 이 정도면 납득할 만한 조합이다.
적당량의 동동주에 맥주를 원하는 만큼 더한다. 일단은 미약하게 텁텁한 느낌이다. 쌀뜨물로 담근 맥주 같은 인상이랄까.
동동주 특유의 향이 있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두 종류의 술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는 못하고, 입 안에서 맛이 따로 논다.
목넘김이 어색하지는 않다. 하지만 술의 질감이 서로 부드럽게 섞이지 못하니 맥주 혹은 동동주를 각각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쪽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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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백산맥주(소주 + 백세주 + 산사춘 +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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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충하초 주(맥주 + 양주 +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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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등의 관계도 없어 보이는 네 제품의 앞 글자에서 산맥의 이름을 읽어낸 누군가의 눈썰미에 경의를 표한다.
취향에 따라 비율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넉넉한 양의 맥주에 백세주와 산사춘을 적당히 섞고 소주 소량을 가하는 정도가 일반적일 것이다.
백세주 특유의 어릿한 약주 기운이나 산사춘의 달큰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소백산맥주는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깔끔하지 않은 뒷맛을 맥주가 상쇄해준다. 툭 치고 올라오는 듯한 소주의 강한 느낌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섞인 재료가 많다 보니 맛이 썩 맑지는 않다. 이튿날 끔찍한 숙취도 예상되는 만큼 산맥을 오르는 기분으로 쉬엄쉬엄 드실 것. |
맥주에 양주를 더한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 느닷없이 잔 입구를 냅킨으로 덮은 뒤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그 사이로 우유를 흘려 넣는다는 설명이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이 대목까지만 해도 성적인 함의가 명명백백하다. 이름마저 정충(精蟲)하초주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차가운 맥주와 섞이지 않은 우유가 단백질 덩어리로 뭉쳐 가라앉는 모양이 정자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물끄러미 눈앞의 술잔을 보고 있노라니, 마시기 전부터 입 안이 뻑뻑해지는 기분이다.
경악을 금치 못하며 지켜본 영화 <아메리칸 파이>의 한 장면도 떠오르는 것 같다. 눈 딱 감고 한 모금을 들이켠다.
역할 정도는 아니다. 워낙에 향이 강한 양주 덕분에 우유 맛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찬찬히 쩝쩝거리고 있노라면 은근히 고소하고 부드러운 뒷맛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빛깔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입으로 흘려 넣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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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와 파티? 흥청망청 술잔치나 열자는 것이 아니다. 폭탄주는 자제해야 할 대상이지, 금 禁해야 할 술은 아니지 않은가. 폭탄주가 가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자질은 파티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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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술 앞에 ‘폭탄’이 붙었다.
‘폭탄주’라는 하나의 단어로 완성된 것은 국내산 위스키가 속속 등장했던 1980년대로 추측된다. 위스키 잔이 맥주에 빠지면서 오르는 기포가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의 버섯구름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술은 당시 정치권을 들썩이게 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정치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져 있었다는 것과 폭탄주의 폭발성이 ‘남용’되어 생기는 뒷이야기들은 폭탄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키우기 충분했다.
어디 그뿐인가. 연말의 망년회를 시끄럽게 하는 주범이 폭탄주였고, 최근 정치권에는 폭탄주를 소탕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폭소클럽’까지 생겨났으니 ‘한국산’ 폭탄주는 부정적일 만하다.
1920~3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 <워터 프론트>의 말론 블랜도가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장면, 아니 그보다 더욱 자명한 단서 ‘보일러 메이커 boiler maker’라는 구어식 영어로 살펴보면 폭탄주는 국산 토종이 아니다.
또한 몸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다는 뜻의 이 술은 부두, 철강, 자동차 공장의 가난한 노동자들의 추위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였다. 위장이 넘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닌 것이다.
위스키와 맥주가 섞이면서 끓어오르는 거품, 혀끝에 당차게 차오르는 쌉싸름한 맛과 한 잔 들이켜고 난 뒤에 느끼는 아찔함은 분명 매력적이다. 술자리에서 강요에 의한 ‘잔 돌리기’만 아니라면 폭탄주는 다른 어떤 종류의 술보다 남다른 능력을 펼치는 재주꾼이기 때문이다.
술을 섞는 다양한 ‘묘기’에서 비롯된 활력 넘치는 재미는 그 어떤 술도 따라올 재간이 없다. 아찔한 광경에 모이는 시선은 100퍼센트. 집중도가 높은 만큼 잇따르는 호응의 소리들은 파티 분위기를 돋우는 활력이다.
특히 모르는 사람들이 섞인 서먹한 자리에서 그 능력은 빛을 발한다. 엔터테인먼트 자질을 제대로 갖춘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10.35도 안팎으로 40도가 넘는 위스키 한 잔보다, 12~13도인 정종 한 잔보다 낮다. 맥주가 가진 탄산가스의 발포성 때문에 흡수가 빨라 취기가 빨리 온다고 느끼는 것뿐이니,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오히려 덜 해롭다고 할 수 있다.
폭탄주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분명 경험에 의한 것이다. 자제력을 잃고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강권에 의한 후유증이 길었거나…. 그간 숱하게 비난을 받아오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폭탄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흥을 돋우는 데에 그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버릴 수 없는 폭탄주만의 매력, 이번 파티에 십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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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에도 폭탄 같은 존재가 있다. 보드카, 럼, 진 등의 베이스와 리큐어의 혼합만으로 이루어진 도수 높은 칵테일 ‘슈터’. 예쁘게 층이 진 술에 불을 붙여 빨대로 들이켜거나
샷 잔을 베이스 잔에 떨어뜨려 마시는 등 슈터는 시각적인 멋, 즐기는 방법에서의 재미, 알코올의 강력한 힘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춰 파티에 더할 나위 없는 활력을 불어넣는다. 30~60밀리리터 정도 되는 적은 양이라고 얕보지 말 것. 슈터의 기본 원칙은 ‘원샷’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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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 피치 Sunrise Peach 해가 뜰 무렵, 붉은 기운이 도는 하늘과 닮은 칵테일. 이처럼 매혹적인 모습이 망가지면 슈터로서의 의미가 없다.
슈터를 단 한 번에 마셔야만 하는 단적인 이유다. 셰리 sherry 잔에 강렬한 빨간색 층을 이룬 피치와 들이켜면서 씹는 샴페인 체리 등 과일 향이 강조된 칵테일로 여성에게 적다하다. recipe 피치 1oz 카시스 1/2 oz 체리 1개
앤젤스 팁 Angel’s Tip 달콤한 카카오 향을 맡으며 즐거워지는 때에 부드럽고 고소한 우유를 맛본다. 가장 기본적인 두 층을 이룬 칵테일로 우유 대신 크림을 넣기도 한다. 그다지 독한 느낌이 없고 알코올 도수도 낮은 슈터로 술을 못 마시는 여성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recipe 크렘 드 카카오 화이트 1oz 우유 1o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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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2 베트남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B-52 폭격기의 이름에서 따온 칵테일로 셰리 잔에 달콤한 리큐어들로만 만들어진다.
빨대로 마시며 바닥에 깔린 커피, 초콜릿, 오렌지 향과 맛을 순서대로 느낄 수 있다. 맛은 달콤하지만
리큐어의 도수들이 합쳐진 최종 알코올 도수는 상당해 남성에게 잘 맞으며 맨 위에 바카디 151을 얹기도 한다. recipe 칼루아 1/2 oz 베일리스 1/2 oz 그랑 마니에 1/2 oz
복선 국내에서 만들어진 칵테일. 카시스, 보드카, 바카디 럼의 독한 술들을 피치와 크랜베리가 연결해 주고 있다. 달콤하고 상큼한 과일 맛과 향을 타고 흐르는 강렬한 느낌이 그야말로 화끈하다. 불을 위에 붙인 상태에서 3~5초 사이에 한 번에 들이켠다. recipe 카시스 1/4 oz 피치 1/2 oz 앱솔루트 보드카 1/2 oz 크랜베리 주스 1/4 oz 바카디 럼 1/4 o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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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Death 말 그대로 죽음의 샷이다. 이탈리아의 언덕에서 자라는 열매 추출액을 알코올에 배합한 리큐어인 삼부카와 갈리아노는 약초 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코올 도수 30도가 넘는 이 리큐어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힘은 가히 폭발적이다.
브랜디 잔이 모아주는 데스의 향기 또한 만만찮다. 정말 빠른 시간 내에 취하기로 마음먹은, 용기 있는 이들을 위한 슈터. recipe 삼부카 1/2 oz 갈리아노 1/2 oz 바카디 151 1/2 oz
섀도 오브 유어 스마일
Shadow of Your Smile 도수는 떨어지지만 그 양이 만만찮은 슈터. 초록색 미도리와 빨간색 그레나딘이 담긴 샷 잔을 맥주 베이스에 떨어뜨려 마신다. 두 가지 리큐어의 달콤한 맛과 맥주의 탄산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마시는 방법에서의 재미와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루는 시각적 즐거움이 크다. recipe 맥주 2/3 oz 미도리 1/2 oz 그레나딘 1/2 oz 레몬 약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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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 브레인 Monkey Brain 속을 파낸 레몬에 베일리스와 붉은색 리큐어를 얹은 형상이 절단된 원숭이의 머리 속을 보여주는 듯하다.
바텐더에 따라 원숭이 뇌의 형상을 다른 술로 만들기도 한다. 다소 짓궂은 이 슈터는 핼러윈데이 등 독특한 콘셉트의 파티에 잘 어울린다. recipe 앱솔루트 보드카 1 oz 베일리스 1/4 oz 칼루아 1/4 oz 그레나딘 1/4 oz
브레인 데미지 Brain Damage ‘노 브레인’이라고도 불리는 이 슈터는 색깔만 봐서는 성격을 알 수 없다. 옅게 피어오르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에 속지 말 것. 약한 듯 달콤한 복숭아 향이 유혹하지만 머리가 화끈해질 정도로 강력하다. recipe 피치 1 oz 앱솔루트 보드카 1 oz 베일리스 1 oz 카시스 1/2 oz
바라라 샷 Barara Shot 국내에서 개발되어 성공한 꽤 인기 있는 슈터. 설탕, 커피 등을 뿌린 레몬에 불을 붙이고, 불꽃이 사라질 때쯤 술을 들이켠 뒤 레몬을 빨아먹는다.
‘빨아라’를 발음 나는 대로 읽은 이름처럼 재미가 강조된 슈터로 화기애애한 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상큼한 맛이 남녀 모두에게 어울린다. recipe 럼 3/4 oz 라임 주스 3/4 oz 레몬 휠 커피, 설탕 약간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