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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정연] - Happy Birthday
창문을 두드리는 달갑지 않은 소리에 눈을 떴다. 아무래도 오늘의 내 기분을 잘 표현해주는 듯 하늘에도 먹구름이 잔뜩 꼈나보다.
너가 나에게서 떠난 그 날처럼 비가 내린다. 그 날 이후 하루도 잠 제대로 잔 적, 음식 하나 제대로 입에 댄 적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온 몸이 떨릴 정도로 그 날의 너는 너무 차가웠다.
애써 내게 미소를 지으면서 버티고 있었을 너의 모습에 다시 눈물이 난다.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그렇게 위태했으면서. 그 날 밤, 거센 비를 맞고 차가워진 너를 끌어안고서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을 원망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그 날을 회상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꺼내입고 조금씩 비가 내리는 창문 밖을 바라봤다.
일 년간 했던 고민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널 만나러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일이다.
내가 왜 아직까지 이 생각을 못했는지 바보같기만 하다.
역시 나는 너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나봐...너가 필요해.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 앞에 안개가 껴도 애써 미소를 지으며 거울을 봤다.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줘. 금방갈께 나연아."
아직 남아서 해야할 일도, 내게 남겨진 일도 너무나도 많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오직 너니까.
그렇게 나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 넘긴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숙소 밖으로 나왔다.
1년 전 그 날 줘야했던 남은 반지 한 개는 품에 넣은 채, 임 나연이 좋아했던 케익을 샀다.
금방 갈께. 조금 있다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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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모른다. 왜?"
"헐. 실망이다. 유정연."
"어! 채영이다! 채영아! 무슨 날인지 알지!?"
도대체 몇 시간째 멤버들을 괴롭히며 저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9월 22일.
모든 멤버가 알고, 물론 저 덤벙거리는 임나연을 포함한 회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임 나연의 생일이다.
하긴 아침부터 저렇게 떠들고 다니면 누가 모르겠냐. 나이를 어디로 먹은건지 팬들이 '맏내'라고 부르는게 맞지 싶다.
"임 나연! 다른 멤버들 다 바쁘니까 좋은말 할때 이리와라! 끌고 온다?"
"쳇."
아주 자기 생일이라고 주체를 못해 주체를. 매년마다 오는 생일을 저렇게 챙기고 싶을까.
또 삐졌는지 새침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다문 채 내 앞에서 쭈뼛쭈뼛 서 있는 나연언니.
"삐졌냐?"
"그래! 삐졌다. 나 오늘 생일이라구!"
선물은 준비해놨지만, 이건 있다가 밤에 들어가서 줘야한다. 누구라도 보면 나연언니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볼게 뻔하니까.
"선물은 조금 있다가 줄께."
"뭔데!?"
"나중에. 숙소 들어가서 이야기 해."
"치. 그럼 지금 그거 해줘."
"미쳤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괜찮아 해줘. 라며 입술을 쭉 내밀며 눈을 지긋이 감는다. 지금 이 행사장에 팬들의 폰과 카메라가 몇 대인데 지금!
미쳤어. 임 나연. 그래도 안 해주면 또 몇 일을 갈 지 모르니. 나연언니의 내민 입술에 내 입술을 부드럽게 포개고 꽉 안아줬다.
나연언니의 얼굴을 보니 새빨갛게 상기된 두 볼과 내 시선을 회피하며 눈을 여기저기 딴 데로 굴리는 모습이 귀엽다.
"시작하겠다. 빨리 가자."
"응!"
사실 트와이스의 데뷔 1주년이 다가오기도 하고, 나연언니의 생일까지 합쳐져 간단하게 팬들과 만남을 열어줬다고 해야하나.
내 생각이지만 팬들의 수 많은 요청들도 단단히 한 몫 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파티가 시작됐다.
나연언니를 위해 선물을 사온 팬들, 멤버들과 원스들이 같이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나름대로 기분 좋게 생일파티를 끝냈다.
그리고 일이 터졌다. 사장님의 급한 콜과 매니저의 다급한 목소리. 하루종일 정신이 없는 하루다.
회사로 급히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의 표정은 물론 화까지 많이 나 계셨던 것 같다.
"너네 제 정신이야? 이거 어떻게 설명할껀데."
"흐윽..."
인터넷에 올라온 나와 나연언니의 애정행각. 그걸 누군가가 몰래 찍어서 올려 놓은 것이었다.
하필이면 기분 좋은 날에. 그것도 임나연의 생일에. 잡히기만 해봐. 순순히 놔주진 않을테니까.
"임나연. 유정연.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흐윽.."
상황도 상황이지만, 나는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나연언니였다.
평소에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상처는 자기 혼자 다 받는다는게 문제다.
인터넷엔 이미 실시간 검색어를 차지한지 오래였고, 나연언니와 내가 사귀고 있다는 여러가지 증거가 나돌고 있었다.
금지된 사랑을 하는 나와 나연언니를 향한 비난의 시선이 거세게 나연언니를 괴롭히고 있었다.
"후..숙소 들어가서 둘 다 쉬고 있어."
나연언니와 나 두 명 모두 네-라고 짧게 대답한 뒤, 숙소로 들어왔다.
"임 나연. 제발 진정 좀 해. 그러다 쓰러지겠다."
"정연언니. 아까부터 몇 시간 째 그러고 있었잖아. 잠깐이라도 바람 좀 쐬고 와."
"나연언니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나가냐."
"우리 있잖아. 우리가 돌보고 있을게."
그렇게 숙소 밖으로 나와 몇 시간 째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생각이 대충 정리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핸드폰이 울렸다.
어디야-어디야-라고 수 많은 카톡들과 수 많은 부재중 전화까지.
순간 뇌리에 불길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제발.
말도 안되는 생각은 버리고 지효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언니 나연언니랑 같이 있지?"
"아...아니?"
아...제발. 부탁이야 임 나연.
"나연언니가 아까 언니 만나러 간다고 나가놓고서 여태 안 들어와."
"빨리 들어와요! 언니!"
"하...x."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옷이 젖는 걸 신경쓸 여유 따위 내겐 존재하지 않았다.
내 세상에서 임나연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내 두 발의 모든 힘을 다 써서라도 불길한 예감을 틀리기를 바랬다.
그래서 숙소까지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언니..."
"김다현! 임나연 어딨어! 빨리 대답해! 너네들이 알아서 다 한다며. 옆에 있어주겠다며!"
"나연언니가 언니 만나러 간다고 이야기 하길래..."
"임나연 찾아오고 보자 너네."
다시 숙소 밖으로 나와 임나연을 찾으러 다니는 중 전화가 다시 울렸다.
'내 사랑' 이라고 뜬 핸드폰을 보며 한 숨을 돌렸다.
임나연을 잃는게 무서웠고, 불길한 예감에 떨리던 목소리를 애써 가라앉힌 채로 대답했다.
"어디야?"
"미안해. 정연아."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어디야."
"미안해. 나 때문에 너네들 8명 모두 다치게 생겼어. 내가 그 때 욕심부리지만 않았어도."
"너 바보야?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러는건 당연한거야. 다른 애들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미안해. 사랑스럽고 귀엽고 항상 웃으며 지내던 임나연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다른 멤버들에게 전화가 왔고, 그대로 멤버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반짝이는 빨간 불빛.
하도 울어서 그런지 온 몸에 힘이 없는 임나연을 끌어안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비를 맞아서 더욱 더 차가워진 몸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 날 난 내 세상 전부를 잃었다.
그러고부터 1년이 지났다. 이제는 공인이 아닌 트와이스의 멤버였던 아이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웃으며 잘 지내라고. 아무래도 임나연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건물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맑게 개는 하늘과 먹구름 사이로 비추는 태양빛이 아름답다.
임나연을 만나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반지부터 껴줄 생각이다.
오늘이 나연이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평생 같이 떠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니까.
임나연의 웃는 모습이 그렇게 보고 싶을 수가 없다. 나연아 오늘 우리 천국에서 결혼이나 할까?
마지막으로 못해줬던 말을 하고 나도 떠날까 한다. 다른 멤버들과 팬이었던 사람들이 오늘을 잊지 않길 바라며.
"생일 축하해. 임나연."
첫댓글 감동적이네요ㅠㅠ
제가 글을 잘 못쓰지만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사실 해피로 쓰려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ㅋㅋㅋ
@나율 잘 썼어요!!
@트둥이들내꺼♥ 감사해여ㅋㅋㅋ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22 22:04
ㅠㅠ제 머리와 손이 새드뿐이 생각을 못하네요
헐...지금까지본 팬픽중가장슬퍼요..ㅠㅠ
쓰는 저도 나름 정연이 빙의해서 써서 쓰고 나서 먹먹했어여
슬퍼요ㅠㅠ그래도 나연언니 생일축하해요
태어나줘서 고마운 맏내 나연이 생일기념팬픽이였답니다. 나연이의 생일을 축하하며...
너무 눈물나네요ㅠㅠㅠ그나저나 닉넴이 제 6살짜리 사촌여동생 이름이랑 같은....
헐ㅋㅋㅋ 6살은 아니랍니다ㅋㅋ
@나율 ㅋㅋㅋㅋ그럴리가요ㅋㅋㅋㅋㅋ그냥 뭐 그렇다는거죠...ㅋ근데 진짜 팬픽 읽는데 이렇게 눈물흘리게 만드는 팬픽은 처음 이네요..
@쯔다뾰롱트둥이♥ 그 정도였다니...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팬픽익머이리슬퍼요ㅜㅜ
다음엔 해피를 들고 오겠습니다
와우... 추천받아서 이제야 읽어 봤는데 정말 여운이 강하게 남는 팬픽이네요.. 필력도 지금껏 카페에서 본 것 중에 최고십니다 짱짱bb
헐...제 팬픽이 추천까지 받을 줄이야...감사합니당
저두 한윤님의 글을 보다가 추천받아서 읽어봤는데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팬픽좋아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넘나 아련한 것...진짜 봐도 봐도 재밌습니다 ㅠㅠ
헐 감사합니당~보고 또 봐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