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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창작 10계명 ①> 은유적 상상과 좋은 시의 씨앗이 명시를 낳는다! / 권갑하 시인>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강의의 첫 번째 시간이다.
무슨 시를 쓰려고 하는지 시상이 명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의 좋은 씨앗이 없으면 실한 열매를 얻을 수 없다.
좋은 시의 씨앗을 얻는 방법?
내가 지금 무엇을 쓰려고 하는지, 시의 씨앗이 명료하게 손에 잡혔을 때 펜을 들어야 한다. 시의 씨앗은 ‘시상’, ‘이미지’라 부른다. 아주 특출한 시상을 ‘영감’이라 부른다. 모든 시가 반드시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시는 문자를 기반으로 하는 사고와 결부된 표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미지가 중심이 된다.
이러한 ‘시상’, ‘이미지’를 통해 눈, 코, 귀 등 오감으로 느끼는 공감각적 효과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 현대시의 창작 방향이다. 그중에서도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이다.
‘이미지’, ‘영감’은 어떻게 포착하고 시로 형상화할 수 있을까?
이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실감, 실정으로 느끼게 한다. 이미지 추출 훈련은 하나의 사물, 대상에서 여러 개의 이미지를 찾는 훈련이다. 이미지 연상과 관련해 일본 시인 이토 케이치는 ‘보이는 나무에서 보이지 않는 나무까지를 인식하라’고 했다.
나무에 대한 연상 / 이토 케이치
1)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2)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3)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 나무의 이파리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여기까지가 눈에 보이는 것을 생각하는 단계다)
5) 나무속에 승화된 생명력을 본다.
6)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이 두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단계다)
7)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생각해 본다.
(이것은 나무와 바람 즉, 관계되는 다른 대상까지 인식을 확대하는 단계다)
8) 나무를 매개로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이것은 다른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거나 창조하는 단계다)
한 잎의 여자(전반부)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 오규원 시인(1941~2007), 1965년 <현대문학> 등단>
물푸레나무 한 잎을 통해 한 여자의 모든 것을 읽어낸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 전반부이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다양한 이미지 추출은 시 창작에 많은 도움을 준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오세영 시인은 <그릇>에 대한 연작시를 70편이나 썼다. 그릇 하나로 70개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황동규 시인은 <풍장> 연작시를, 공광규 시인은 연작시 <금강산>을 썼다.
구체적인 이미지 추출법은?
첫째, 유사한 특징에서 추출하는 ‘유추적 이미지’다.
기차에서 ‘길다’는 이미지를, 마늘에서 ‘촛불’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방식이다.
마늘촛불 /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놓은 마늘쪽 가운데에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 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 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시인(1962~ ), 1991년 시와 시학 등단>
♥마늘쪽 초록심지=촛불이미지→불 밝히는 사랑
마늘쪽 초록 심지에서 유추한 촛불 이미지와 마늘의 매운맛에서는 뉘우침을 사유하고, 촛불의 이미지를 통해 누군가에서 사랑의 불을 밝히고 싶다는 상상을 통해 감동적인 시를 완성시켰다.
둘째, 인접성과 친근성으로 추출하는 ‘연상적 이미지’이다.
예를 들어 <꽃>에서 <벌>과 <꿀>을 떠올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연상적 이미지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통찰력>이 명료하게 보여준다. 알을 보면서 연상된 새를 그리고 있다.
<통찰력> 1936년 작, 르네 마그리트, 캔버스에 유채 - 네이버 자료
알을 보면서 알에서 연상된 새를 그리고 있다. (누군가는 그 알이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 연약한 존재라 말하고, 누군가는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을 보는 것처럼 상상력은 무한하다)
셋째, ‘창조적 이미지’다.
인접성이나 통일성을 거부하고 소위 <낯설게 하기>로 개성적인 이미지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낯설게 하기>는 러시아의 문학자 시클롭스키가 개념화했다.
그림 장르에서는 마르셀 뒤샹의 <샘>이 <낯설게 하기>의 대표작이다. 변기를 독립적인 오브제로 활용해 전시함으로써 이목을 환기시키고 충격을 준다.
문학에서 전달 매체는 언어가 생명이기 때문에 낯선 언어적 표현으로 시의 생명인 신선함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사람도 입는 옷에 따라 달리 보이듯이 언어도 은유나, 직유 같은 낯설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내용까지도 신선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적인 사물이나 사건들을 새롭게 깨닫고 신선하게 만나게 된다.
유리의 기술 / 정병근
유리창에 몸 베인 햇살(햇빛)이
피 한 방울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
고통은 바람인가 소리인가
숨을 끊고도, 저리 오래 버티다니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자
햇빛은 비로소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
고통은 칼날이 지나간 다음에 찾아오는 법
회는 칼날의 맛이 아니던가
깨끗하게 베인 과일의 단면은 칼날의 기술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풍경의 살을 떠내는
저 유리의 기술,
머리를 처박으며 붕붕거리는 파리에게
유리는 불가해한 장막일 터,
훤히 보이는 저곳에 갈 수 없다니!
이쪽과 저쪽, 소리와 적막 그 사이에
통증 없는 유리의 칼날이 지나간다
문을 열지 않고도 안으로 들이는 단칼의 기술,
바람과 소리가 없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정병근 시인(1962~ ), 1988년 <불교문학> 등단>
♥유리의 칼날 이미지와 유리창의 고립 속에 아우성치는 피투성이 햇살의 대립
유리의 칼날 이미지와 유리창의 고립 속에 아우성치는 피투성이 햇살의 대립이 무척이나 낯설고 감각적이다. 표현 이미지가 팽팽한 긴장을 일으키는 <낯설게 하기>의 전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낯설게 하기>는 골똘한 생각 속에서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것이기에 힘은 들지만, 그만큼 창조의 환희가 크다. <낯설게 하기>는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광고 카피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광고 카피 창작에 적용되는 몇 가지 표현기법!
첫째, 생생하게 와닿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하라>이다.
‘잘 생겼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장동건을 닮았다’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 창작에 적용하면 ‘직유나 은유 등 비유를 통해 구체적 이미지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둘째, 또 다른 기법은 <디자인은 제목을 설명해선 안 된다> 라는 것이다.
시 창작에 적용하면 본문이 제목을 설명하는 구조여서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반복이 때로는 효과 만점>이라는 원칙도 참고할 만하다. <스토리보다는 느낌을 팔아라>는 기법도 창작에 도움을 준다. 설명 조의 진술보다는 묘사를 통한 이미지 제시가 독자의 정서를 흔들고 여운을 길게 끈다는 뜻이다.
<마지막 5초의 반전을 노려라>도 중요하다. 시에서도 후반부의 반전이 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좋은 시의 씨앗을 얻는 연상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은유적으로 상상하기>이다.
은유적 상상은 어떤 ‘시적 대상(□)’을 ‘그 어떤 것(〇)'으로 인식(□=〇) 하는 연상법이다.
대상이나 사물을 의인적으로 시각적으로 서정적 자아를 몰입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물은 생명력을 얻게 되고 시가 싹을 틔운다.
봄 /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새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반칠환(1963~ ), 1992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겨울=꽝꽝 언 냉장고, 새싹, 꽃=냉장고에서 꺼낸 재료
반칠환 시인의 봄은 바로 은유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이다. 겨울을 꽝꽝 언 냉장고로 생각한 순간 봄은 저 겨울, 즉 냉장고에서 꺼낸 선명한 이미지의 옷을 입게 된다. 평소 보던 대상(□)을 그 어떤 것(〇)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그 ‘새로운 발견’이 바로 시의 출발점인 셈이다. 좋은 시의 씨앗이 잉태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은유적 상상으로 시의 씨앗을 얻고 나면 이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다듬는 일은 부차적인 일이 된다. 은유적 상상이 빛나는 시 한 편을 더 보자.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1961~ ),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등단>
♥눈발=여린 생명
강과 눈발에 생명을 부여하는 의인과 은유적 인식에서 잉태된 좋은 시다. 눈발을 어린 생명체로 보고 강에 닿기만 해도 강물에 사라져 버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그 여린 눈발을 배려하려 온몸을 뒤척이는 강의 배려를 읽어낸 상생과 생명의식을 담아낸 시편이다.
오늘의 강사이신 권갑하 시인의 <우포여자>도 은유적 상상으로 쓴 작품이다.
창녕의 우포늪을 답사한 뒤 우포늪에 대한 글을 쓰는 숙제가 있었다. 원고 마감이 임박한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문득 ‘우포늪’이 ‘중년 여성’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런 은유적 이미지가 잡히자 시는 그날 저녁 비교적 쉽게 쓰였다.
우포 여자 / 권갑하
설렘도 미련도 없이 질펀하게 드러누운
그렇게 오지랖 넓은 여자는 본 적이 없다
비취빛 그리움마저 개구리밥에 묻어버린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숲이 우거진 여자
일억 오천만 년 단 하루도 마르지 않은
마음도 어쩌지 못할 원시의 촉촉함이여
생살 찢고 솟아오르는 가시연 붉은 꽃대
나이마저 잊어버린 침잠의 세월이래도
말조개 뽀글거리고 장구애비 헐떡인다
누가 알리 저 늪 속 같은 여자의 마음
물옥잠 생이가래 물풀 마름 드렁허리
제 안을 정화시켜온 눈물 보기나 했으리
칠십만 평 우포 여자는 오늘도 순산이다
쇠물닭 홰 친 자리 물병아리 쏟아지고
안개빛 자궁 속으로 삿대 젓는 목선 한 척
<권갑하 시인(1958~ ), 1992년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우포늪=중년 여성 이미지
이병렬 평론가의 <우포 여자>에 대한 해설을 들어보자.
"각 연이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섯 개의 연이 다 합쳐져 우포늪을 ‘우포 여자’로 완성하고 있다.
연이어 등장하는 관능적인 어휘와 함께 여성성, 특히 가임 여성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다.
우포늪을 몇 차례 가 본 적이 있는 내게는 ‘우포늪’을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놓은 그림은 처음이다.
나는 왜 우포늪에 가서 이런 상상을 못했을까.
권갑하의 시조를 읽으며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시인이 그만큼 우포늪을 여실하게
그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조 정형을 유지하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놓았을꼬.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은 우포늪을 떠올리며
시인의 시조 구성력 그리고 어휘 구사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이병렬 소설가(1955~ ), 문학박사, 우석대 문창과, 소설가, 평론가>
은유적 상상으로 탄생한 명시 중에 신달자 선생의 <저 거리의 암자>가 있다.
<저 거리의 암자>란 시 제목에서 여러분은 어떤 대상이 떠오르나요?
그렇다. 신달자 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수서역 근처의 ‘포장마차’를 상상하고 이를 ‘도심 속의 암자’로 은유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시인은 2007년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 거리의 암자 / 신달자
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부근에는
트럭 한 대 분의 하루노동을 벗기 위해
포장마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함께
출렁출렁 야간 여행을 떠납니다
밤에서 밤까지 주황색마차는
잡다한 번뇌를 싣고 내리고
구슬픈 노래를 잔마다 채우고
빗댄 농담도 잔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속풀이 국물이 자글자글 냄비에서 끓고 있습니다
거리의 어둠이 짙을수록
진탕으로 울화가 짙은 사내들이
해고된 직장을 마시고 단칸방의 갈증을 마십니다
젓가락으로 집던 산낙지가 꿈틀 상위에 떨어져
온몸으로 문자를 쓰지만 아무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답답한 것이 산낙지 뿐입니까
어쩌다 생애 절반을 속임수에 팔아버린 여자도
서울을 통째로 마시다가 속이 뒤집혀 욕을 게워 냅니다
비워진 소주병이 놓인 플라스틱 작은 상이 휘청거립니다
마음도 다리도 휘청거리는 밤거리에서 조금씩 비워지는
잘 익은 감빛 포장마차는 한 채의 묵묵한 암자입니다
새벽이 오면 포장마차 주인은
밤새 지은 암자를 걷어 냅니다
손님이나 주인 모두 하룻밤의 수행이 끝났습니다
잠을 설치며 속을 졸이던 대모산의 조바심도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거리의 암자를 가슴으로 옮기는데
속을 후려치는 하룻밤이 걸렸습니다
금강경 한 페이지가 겨우 넘어갑니다
<신달자 시인(1943~ ), 1964년 <여상> 등단>
♥포장마차=도심 속 암자
도심 속의 포장마차를 암자로 연상하는 상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이다. 알고 나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미지다. 대상이나 사물을 ‘그 무엇’으로 은유할지 그 감각만 익힌다면 누구나 좋은 시의 씨앗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고영민 시인의 <이사>란 작품도 남다른 은유적 감각과 상상력으로 시의 씨앗을 얻어 꽃을 피운 시편이다.
이사 / 고영민
고속도로 밀리는 찻길
옆 차선에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트럭에 실려간다
짐칸에 웅크리고 있는 가난한 내외 같다
잔뿌리들은 잘리고
먼저 살던 곳의 흙을 동그랗게 함께 떼어
얼기설기 새끼줄로 묶여 있다
흙이 말라 있다
저 흙도, 잘린 뿌리도 저 나무의 낡은 살림도구다
어디로 옮겨 심어질까
근근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릴까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어디에서 늦은 저녁밥을 지어 먹을까
<고영민 시인(1968~ ), 2002년 문학사상 등단>
♥트럭에 실려 가는 나무=이사 가는 가난한 가정
조경용 나무가 트럭에 실려 가는 나무를 보고 이사를 가는 어느 가난한 가정을 떠올리는 은유적 상상의 시편이다.
이런 시편들에서 알 수 있듯이 비유나 상상의 시적 대상이 결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은유적 표현을 일상화하고 있다. 마음이 어둡다. 교실이 전쟁터다. 세상이 밝아진다. 모두 그런 은유적 표현이다.
은유적 상상은 광고 문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음식이 숨을 쉰다’, ‘가구는 여자예요’ 등이 바로 그런 은유적 광고 문구다.
아이들이 많이 하는 은유적 상상놀이도 시 창작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 엄마는 (기린)이다. 왜? 목이 기니까’, ‘낙엽은 부끄럼쟁이다. 왜? 색깔이 붉으니까'. 이런 상상놀이 말이다.
<생각 이어가기>도 은유적 상상력을 향상시켜 준다.
<목련꽃>에서 팝콘→입→웃음→희망 등을 떠올리거나, <봄바람>에서 살금살금→고양이발걸음→숨바꼭질→술래 등을 연상하는 감각이다.
시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영역은 <동일성>과 <유사성>의 세계다. 그런 점에서 ‘은유적 상상력’은 현대시가 시로서 존립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 하겠다.
은유적 상상으로 튼실한 시의 씨앗을 획득하고 이를 토대로 공감과 전율을 일으키는 좋은 시를 많이 창작하길 바란다.
이상, 좋은 시 창작의 10계명, 첫 번째 주제 <은유적 상상과 좋은 시의 씨앗이 명시를 낳는다> 였습니다.
<출처 : 권갑하 감성TV. 좋은 시 창작 10계명① 은유적 상상과 좋은 시의 씨앗을 포착하라!>
권갑하 시인, 수필가, 문학평론가
https://youtu.be/H1WDJ-9xL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