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는 뭔가 길게 풀어 설명할 경우 그 의미 전달에 다소 임팩트가 없을 수 있다고 여겨질 때 사용되는 것이다. 그 짧은 4자속에 아주 깊은 심도있는 뜻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고도의 은유적인 표현이라 여겨지는 이유이다. 삼국지 등에서 자주 사용됐으며 지금도 식자층에서 때때로 인용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요즘은 정치권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사용 빈도가 높아짐을 느낄 수 있다. 긴 설명을 싫어하고 직선적이고 짧은 문장을 즐기는 현대인에게 맞는 표현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사자성어가 요즘 너무 남발되고 말장난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나오는 소리이다.
요즘 여권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이른바 윤핵관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윤핵관 공부 모임으로 불리는 ‘민들레’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2022년 7월 28일 페이스북에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어이가 없어서 크게 웃는다)할 일”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며 양두구육(羊頭狗肉) 사자성어를 빌어 윤핵관 그룹을 비판한 걸 되받은 것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 역시 이 대표를 직격한 표현이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 선출되기 전인 지난해 3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할 거냐’는 물음에 “지구를 떠야지”라고 답한 걸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원들끼리도 사자성어를 놓고 볼썽사나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 하지 말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문맥상 상황에 맞지 않은 사자성어를 썼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이 쓴 ‘호가호위’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라는 뜻의 사자성어로, 권력이나 권세가 없는 자가 남의 권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와 관련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고 의원의 발언을 올린 뒤 “고 의원께선 참으로 엉뚱한 말씀을 하신다”며 “문맥상 사자성어 본래 뜻에 해당되는게 단 한 가지도 없지 않나. ‘호의호식(好衣好食)’을 말하려다 실수하신 게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고 비꼬기도 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무려 중국어학과 출신 KBS 13년차 아나운서 인재라는 분이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호가호위도 모르는 척 몸소 희생했다”고 비꼬았다고 전해진다.
사자성어를 놓고 벌이는 설전이 참으로 태평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받아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조선시대때 경관수려한 정자에서 먹갈아 놓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기는 상황도 아니고 뭔가 상대에 대해 일격을 가하고 싶은데 찾고 찾다가 내 놓은 것이 바로 이런 사자성어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이런 행위가 그다지 멋있지도 그다지 학식이 높게도 보이지 않는다. 뭐랄까 그냥 그렇게 보인다는 말이다. 그냥 잡담 내지 말장난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지금 국내외적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국민들은 어떤 심정일까는 고려하지 않은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지도 모르는 그런 자세로 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물가는 하늘 높은지 모르게 치솟고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아파트 가격은 급락장을 보여 요즘 매매도 전세계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사를 앞둔 많은 시민들이 고통스러하는 상황을 모르는 듯한 그런 자세로 읽혀진다는 것이다. 사자성어를 찾는 노력을 할 시간에 지역 주민들 그리고 이 나라 국민들이 어떤 고통속에 어떤 힘듬속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살피고 해결책을 찾으려 밤잠을 못이루는 것이 정치인들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2022년 7월 2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