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합은 해마다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여성권익 디딤돌과 걸림돌을 발표한다. 전년도 부터 당해년 세계여성의 날까지 1년여의 기간동안 벌어진 갖가지 사회이슈들을 정리하여 여성권익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사례를 모아 "여성권익 디딤돌"을, 반대로 여성의 인권과 권익을 크게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를 모아 "여성권익 걸림돌"을 발표한다.
94주기를 맞는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연합은 "올해의 여성권익 디딤돌 & 걸림돌"을 발표했다.
다음은 여성연합이 발표한 "여성권익 디딤돌 & 걸림돌" 발표 내용이다.
1. 디딤돌
(1) 여성장애인 성폭력 재판에서 장애특성이 고려된 판결을 내린 서울 고등법원 형사4부
서울 상계동 정신지체 청소녀 이양(16세, 정신지체 2급)의 성폭력 피해사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는 2001년 9월 19일, 주범 이모(52세)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3년형을 선고하였다. 이같은 판결은 정신지체 여성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장애인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들어 가해자에게 실형이 선고되기 어려웠던 선례를 감안할 때, 여성장애인 인권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경직된 사법풍토를 깨고, 비공개심리,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 심리적 안정 조성 등을 통해 정신지체 청소녀인 피해자 이양의 장애가 충분히 이해되고 배려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원심을 깨고 전향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의 판결은 여성장애인 나아가 여성의 인권 향상에 든든한 디딤돌 하나를 놓았다 할 것이다.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안성회 판사와 북부 지원 양승태 판사는 지난 2001년 3월 27일과 29일 각각 남성 우선 호주승계 등을 규정한 현행 민법 조항에 대해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 결정을 내려 호주제 위헌 심판의 가능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안성회, 양승태 판사는 결정문에서 현행 호주제가 호주를 정점으로 강제적·일률적으로 가족구성원들의 순위를 매겨 평등한 공동체 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남녀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위헌소지가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안성회, 양승태 판사의 결정은 헌법의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념(헌법 제 11조 1항·2항)'과 '법 앞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헌법 제 36조 1항)에 근거한 선진적인 결정으로 호주제 위헌성을 사회적으로 알렸다.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4-50대 중·장년 여성노동자 미화원들로 구성된 분회이다. 2001년 7월 48명이 전국여성노동조합에 가입하였는데, 당시 기본급은 30만원이었고, 정년은 남자가 63세인데 비해 여자는 58세였다. 이후 노조탈퇴 공작등 노조탄압이 계속되다가 급기야 2002년 8월 18일 2명의 조합원이 해고통보를 받게되고, 조합원들은 8월 20일 경북대미화원본회를 결성, 두 달간의 치열한 출근투쟁과 각종 집회, 부당해고 철회 서명운동 등을 진행하였다. 법적 대응으로는 최저임금 고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정년차별에 대한 진정 등을 전개하였다. 2001년 10월 23일,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승소 판정을 받았고 11월 1일자로 해고조합원이 원직복직을 쟁취하였다. 11월 12일에는 남녀 정년차별에 대한 시정권고가 내려왔으며, 그 이후 전원 재계약과 정년차별 시정권고 이행을 요구하는 선전전과 집회 등을 지속하여, 현재 일부는 경북대 공과대학에 직고용을 쟁취하였고, 일부는 용역회사로 재계약이 되는 쾌거를 올렸다. 현재 남녀 정년차별은 시정이 되었으며, 임금과 상여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이 진행중이며, 이런 과정을 통하여 조합원은 현재 62명으로 늘어났다. 중·장년 여성노동자들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나가는 지난하지만 눈물겹도록 보람찬 투쟁이었다.
학교 관리직인 교장·교감의 여성대표성은 겨우 7% 내외이며, 여성조합원이 60%인 노동조합의 간부 중 여성비율도 6∼7%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전교조는 대의원 50% 여성할당제를 선도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조합 내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는 여성들이 동등한 주체로 설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였다. 전교조의 대의원 50%여성할당제는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노조 민주주의, 젠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초를 마련하고 남성중심의 조직문화를 여성친화적, 가족친화적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커다란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할당제를 통해 여성간부들이 여타의 여성문제도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어 교육 현장에서 양성 평등한 교육이 확산될 수 기반을 마련하였다. 전교조의 여성할당제는 다른 노동조합에도 영향을 미쳐 조합 내 여성할당제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향후 기업과 정부, 제도 정치권의 여성할당제 실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5) 매매춘여인숙 소유 김영세충북교육감 퇴진을 위한 시민행동 집행위원장 진옥경씨
2000년 9월 충북지역 교육의 수장인 김영세 교육감이 10년 동안이나 매매춘 여인숙을 소유하고 그 임대수익을 치부한 경악을 할 일이 폭로되었다. 누구보다도 귀감이 되어야할 교육감이 딸과 같은 어린 여성들을 고용해서 매매춘을 해온 여인숙을 소유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온갖 뇌물수수,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북여성민우회, 참교육학부모회, 청주여성의전화 등 지역의 여성단체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연대하여 김영세 교육감 퇴진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때 "매매춘 여인숙 소유 김영세 교육감 퇴진운동"에 제일 앞장을 섰던 분이 바로 참교육학부모회 진옥경 회장이다. 진옥경 회장은 그 후로 거의 모든 일을 전폐하고 김영세 교육감 퇴진운동에 앞장섬으로서 결과적으로는 불법적인 매매춘 여인숙을 소유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퇴진의 여론을 조성하였고, 법적인 대응을 통해서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학부모로서 여성으로서 매매춘 여인숙을 소유하고 임대수익을 챙겨온 그 부패 교육감이 수장으로 있다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진옥경 회장의 적극적인 활동이 가져온 결과인 것이다.
2. 걸림돌
(1) 도지사 권력을 남용하여 여성단체장을 성추행한 제주도지사
제주도지사는 면담중이던 여성단체장을,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슴을 만지고, 거부하고 뒤돌아 나오는데도 따라나오며 뒤에서 껴안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더구나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는 커녕, 배후세력의 사주를 받은 정치적 음모라고 규정하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격하였다. 타에 모범이 되어야 할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다음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이것도 모자라 집무실에서 여성단체장을 성추행함으로써, 제주지역 여성을 우롱하고 인권을 침해하였다.
(2) 군산시 화재참사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는 군산경찰서장과 군산시장
군산시는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로 5명의 여성이 희생된 이후, 재발방지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1월 29일 개복동 화재참사가 발생하자 불과 3시간여만에 소방서의 공식발표도 없이 군산경찰서, 군산소방서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화재가 난 업소는 소방시설이나 비상구가 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등의 발표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기도 하였다. 또한 군산경찰서는 화재참사를 예방하고 철저한 원인규명의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5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파출소에조차 화재업소에 대하여 점검기록이 없고, 감금에 의한 노예매춘을 방치한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2000년 대명동 참사시 유착의혹을 받았던 자를 수사팀에 합류시키는 등 철저한 수사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14명의 희생자를 낸 군산시의 화재참사는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고 갈취와 폭력으로 부를 착복한 성산업 업주와 이를 방치하고 대가성 이득을 얻고자 하는 권력기관과의 유착관계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이다.
대전지역에서 불법적인 매춘행위를 통해 1억 2천여만원의 수익을 챙긴 스포츠 맛사지 업주를 성매매가 '사회적 필요악'이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윤락가나 룸살롱을 통해 성매매가 사실상 묵인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뿐만 아니라 '업주가 서울에 살면서 사실상 영업에 간여하지 않고 이따금 내려와 수금만 한 점'도 참작했다고 밝혀,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허가상의 업주가 아닌 실질적인 업주에 의해 영업이 이루어진다는 성산업 현실조차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황성주 판사의 판결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들의 왜곡된 성의식과 잘못된 문화를 부추기는 것으로 여성인권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4) 경기보조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려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외면한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는 2001년 8월 21일 리베라CC(당시 관악CC) 경기보조원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리고, 2001년 9월 4일 한화프라자 CC 경기보조원들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판결은 경기보조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중앙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고 사업주 측에서 낸 청구소송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따른 고용형태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마저도 부인하여 이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판결이었다.
(5) MD강행시도, 대북강경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부시 미국대통령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집권 이래 '북한을 비롯한 깡패국가들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MD, TMD(미사일방어체제) 정책을 강행하는 등 새로운 군비경쟁과 함께 동북아와 세계평화를 위협해왔다. 그리고 9·11 미 테러사태 이후에는 '테러척결'이라는 명분아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을 시작으로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특정집단을 악마화하며, 군사패권적 세계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는 남북정상이 만나 6·15 선언까지 합의하였지만 부시행정부의 초강경 발언과 대외정책으로 인해 여전히 전쟁의 위협과 긴장이 감돌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선과 악, 아군과 적군으로 세계를 이원적으로 가르고 군사화를 촉진시킴으로써 군사주의의 심대한 피해를 입어온 한국여성들을 더욱 위협하고 있고, 한반도에 전쟁의 공포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세계 시민들의 인권과 자유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