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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거제 해금강, 외도 유람기 - 묻지 마 관광 팀을 따라서
2007. 4. 28일 6시 50 분
지하철 동래역 3번 출구 앞에서 30 여명의 일반 관광객을 태운 금강 여행사 소속 버스로
출발.
170 cm 가 넘어 보이는 늘씬한 안내양이 오늘 일정에 대한 멘트.
- 사천시에서 흑삼 판매소와 사슴 목장을 경유하니 양해해주시고 통영을 지나 거제 구조라에서 유람선을 타고 거제 해금강을 보고 외도를 보게 된다.
아침 식사 배급하면서 오늘 회비 2만원 받겠습니다.
아침은 맛있는 김밥 두 줄
간식용으로 제과점 빵 한 개, 부산 우유 한 팩. 술은 소주로 원하시는 대로 공급해드리겠습니다. 점심은 통영의 뷔페식당에서 하겠습니다.
회비 2만원 받아가지고 오가는 버스비며, 유람선비 (13,000원), 두 끼 식사비, 간식, 술값이 어디서 나오나. 아무리 어림해도 계산이 안 나온다.
흑삼 판매소와 사슴 목장을 들르는 이유가 그 해답이다.
업소들은 들르는 관광차에게 협찬금을 내고 판매액수에 따라 리베이트를 낸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나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흐르는 초록의 융단과 해금강의 기암괴석, 남해 바다의 쪽빛 물결, 외도의 꽃의 향연을 보면 그만이다.
부산 시내를 벗어나 김해 들판을 만나자 차창밖에는 신록의 계절이 산에, 들에 깔아놓은 녹색 융단이 펼쳐진다.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가 아닐까.
눈은 평화롭지만 귀는 좀 시끄럽다. 안내양은 목적지까지 갈 때는 장기 자랑, 부산 올 때는 춤판을 벌이겠다며 앞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부터 마이크를 들이대고 노래를 시키고 있다.
-우리 부부는 맨 뒤에 앉아 있으니까 아마 차례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
7명인가의 남자들을 제외하곤 4,50 대의 여자들이라 노래 솜씨가 여간 아니다.
제법 들을 만하다.
노래 연습장 덕분에 대한민국 전 국민의 음악 실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사천비행장을 지나 어느 인삼 판매 업소에 제 1차로 들어갔다.
사장이란 남자, 인삼에 대한 설명이 청산유수다.
인삼이 좋은 이유는 사포닌 때문이다. 사포닌 (saponin) 은 비누 (soap) 와 같은 어원인데 몸속에 들어가 지방을 분해하고 원기를 회복시켜주며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비누가 몸 밖을 깨끗이 하는데 비하여 사포닌은 몸 안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삼보다는 홍삼이, 홍삼보다는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린 흑삼이 가장 뛰어나다.
30분 동안 강의를 듣고 ( 사실은 신문을 봤다.) 아가씨들의 집중적인 구매 공세를 받았지만
“얼마 전에 관광올 적에 여기서 샀다.” 라는 거짓말로 일축했다.
2 만 원짜리 관광을 하면서 30 만 원짜리 쇼핑을 할 수야 있나.
고맙게도 몇 몇 아줌마들이 사주셨다. (그대들 덕분에 산다.)
인삼주 두 잔 (집사람 몫까지) 을 얻어 마셔서 기분이 좋아졌고 인삼 비누도 얻었다.
노래 두어 곡을 듣는 둥 마는 둥 한 사이에 차는 또 사슴 농장 앞 녹용 전시장에 댄다.
제 2차 사업이다. 싸구려 관광차에서 사업장에 동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양해 사항.
담임에게 끌려 다니는 초등학생들처럼 또 강의실 방석에 줄을 지어 앉았다.
이번에는 40대로 보이는 괜찮은 인상의 여자 강사 - 역시 청산유수다.
인체에 대한 강의가 의사 저리 가라다.
발기니 정력이니 하는 문자를 얼굴하나 안 붉히고 설한다.
사슴뿔은 네 부분으로 나누는데 제일 위쪽 가지부분의 (거기를 분골이라고 한다.)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분골은 특히 정력에 좋다고.
차례로 그 다음 상대 - 중대 - 하대 순이다.
상대는 몸 상체에, 중대는 복부, 하대는 하체에 좋다고 하니 그것도 희한하다면 희한한 대응이다. 어찌 사슴뿔의 위치와 인체의 부위가 대응되는가.
강의실에서 바로 녹용을 썰어 주는데 30 만 원짜리를 역시 몇 몇 아줌마들이 덜렁 카드를 끊어주니 나머지들은 안심하고 녹용차 한 잔 씩을 얻어 마신다.
얌체지만 강의 듣고 (사실 이번에도 신문을 작게 접어서 커닝하듯 보면서 시간을 죽였지만) 차 얻어 마시고 --- 백수에겐 괜찮은데.
두 업소를 들렀으니 이제 오늘의 공식적인 영업 행위는 끝났다.
심적 부담에서 해방된 승객들은 아까보다는 더 신나게 노래 가락을 뽑는다.
내 차례까지 안 올 줄 알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통영시 경역에 들어서자 드디어 내 차례가 오고야 말았다. 운전기사에게 반주를 끄게 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선생 본성이 나타난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통영에 오니 생각이 납니다. 오늘 4월 28일은 바로 이순신 장군 탄신일입니다. 장군은 1545 년 4월 28일 -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450 년에 태어나셨습니다.
임진왜란 이전에는 조선에 해군 대장이 모두 여섯 명이었습니다. 경상 좌수사 우수사, 전라 좌수사 우수사, 충청 좌수사 우수사 이렇게요. 여섯 장군이 모두 정삼품으로 동급이었지요.
그러나 능률적인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총사령관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삼도 수군통제사제도가 생겼고 초대 통제사로 이순신 장군이 되신 것이지요. 그리고 통제영을 이곳에 두었지요. 그래서 통제영이 있는 곳이라고 이곳을 통영이라고 한답니다.
충무공을 기려 충무시라고 한 적도 있지요.
이순신 장군에 대하여는 여러분들도 다 잘 아시죠?
우리 민족 5000 년 사에 가장 위대한 인물 중의 한 분이 아닙니까?
이 분이 태어나신 날 우리가 통영에 왔다는 것이 얼마나 뜻 깊은 일입니까?
우리가 뽕짝 노래만 할 게 아니라, (사실 저는 6학년 5반이어서 젊은 엄마들처럼 신식 노래 잘 못합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배운 이순신 장군을 찬양하는 노래 한 번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시는 분은 크게 같이 합시다.
- 이 강산 침노하는 왜적 무리를
거북선 앞세우고 무찌르시어
이 겨레 구원하신 이순신 장군
우리도 씩씩하게 자라납니다. -
몇 몇 아줌마들이 따라 불러주었다.
관광버스 레퍼토리치고는 좀 엉뚱하지만 장기 자랑의 마지막 주자로서 부른 이 노래가 4월 28일 통영시라는 시간과 장소를 참작하면 괜찮은 것이 아닐까.
통영시 변두리 길가의 호수 식당이라는 곳에서 뷔페식 점심을 하다.
5000 원 짜린데 기대이상으로 훌륭하다. 통영 김밥에 오징어무침도 좋고 여러 젓갈 반찬이며 생선 구이, 미역국 등이 대단히 맛있었다.
나는 마침 하와이에서 온 관광객 팀 ( 백인 황인 흑인이 섞인 ) 이 보이기에 오랜만에 영어 연습 삼아 그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는데 그들도 음식이 싸면서 (cheap) 매우 맛있다 (very delicious) 고 한다.
영어 연습까지 곁들였으니 나로서는 꿩 먹고 알 먹은 식사다.
이렇게 오전을 보내고 막상 거제시에 진입한 것은 2 시경.
해안의 푸른 숲과 어울려 파란 바다는 손을 담그면 파란 물이 들 것처럼 파랗다.
두 색의 경계에 하얀 파도가 부서지고 있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구조라 주차장은 관광버스며 승용차들로 가득하고 유람선에 내리는 사람, 오르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해금강을 돌아 외도에 가는 유람선은 13,000원.
정원 100 명 정도의 유람선 33 척이 운행된다고 하니 해금강과 외도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우리가 탄 배는 거북선 호.
선장은 60 가까워 보이는 호남형의 사나이. 기관장에게 배의 운행을 맡기고 구수한 목소리로 해금강의 곳곳을 설명해 준다. 역시 설명을 들어야 감이 온다.
기암괴석들이 중첩되어 여러 형상들을 만들고 있으니 인간들의 눈썰미가 어찌 이야기를 만들지 않으랴.
저건 사자바위, 또 저건 미륵 바위. 토끼바위, 부처바위, 촛대바위 --- 잘도 지었다.
혹은 옆으로 퍼지고 혹은 하늘로 치솟고, 물에서 방금 뛰어 나오고 --- 강원도 해금강을
남해 바다에 옮겨다 놓은 것이라 할 만한 경승임에 틀림없다.
특히 십자 굴속으로 배가 진입할 때는 모두 야! 하고 탄성을 지른다.
대자연은 수 억 년 동안 비와 바람과 파도로서 단단한 돌을 깎아 저런 걸작품을 만든 것이다. 인간의 어떤 조각품이 저만 하랴.
인간의 작품은 대자연의 작품에 비해 어린에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해금강에서 외도까지는 20 여분.
외도의 조그만 선착장은 주말이어서 혼잡의 극치다.
두 세 척만 접안이 가능하므로 승객들을 재빨리 하선시키고 빈 배들은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줄지어 떠서 손님들이 외도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또 재빨리 승선시켜 돌아가야 한다. 선착장은 33척의 유람선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외도 관광시간은 이런 사정으로 1시간 반 안에 마쳐야한다.
외도 입장료는 5,000 원.
회비 20,000 원에 포함되지 않은 개인 부담이다.
역시 명불허전.
입장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10 여 년 전에 한 번 와 봤지만 또 보니 새삼스럽다.
남해의 파라다이스라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꿈의 꽃동산이란 말 그대로다.
48,000 평의 섬에 740 여종의 온갖 꽃들과 아열대성 희귀종 나무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방문객의 시선과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식물들에 관해 아는 것이 짧아 그것이 유감스럽다.
김춘수 시인은 ‘이름을 불러 주어야 비로소 나에게 와서 꽃이 된다.’ 고 했는데
이름도 모르고 특성도 모르니 꽃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소마다 어울리는 조각품들이 분위기를 돋우고 주제별로 정리된 정원들 사이에는 산책로들이 자연스레 경계선을 만들고 있다.
외도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쪽빛 남해 바다 역시 장관. 여기서 겨울 연가를 촬영했다.
한국 관광 공사에서 선정한 한국 5대 관광 명소의 하나라고 한다.
관광객들은 하나 같이 감탄하며 사진 찍고 환한 웃음들을 나눈다.
명승지에 오면 누구나 착해지는 법 - 아름다움 앞에 누가 삿된 생각을 하겠는가.
그러나 이 꽃과 나무와 조각품 그 어느 것 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설립자 부부의 정성과 사랑. 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바로 그들이다.
두 부부가 창조한 아름다움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내고 있으니 어느 꽃이 어느 나무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외도는 대자연과 두 부부의 합작이다.
이창호씨는 1937 년생으로 고려대를 나와 교사를 4년간 하다가 동대문 시장에서 사업을 시작, 돈을 좀 벌었다. 1969 년 여름 낚시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우연히 들른 바위투성이
섬인 외도에서 민박을 하다가 외도가 그만 마음에 들었다.
그 당시 초가집이 몇 채가 있었다. 그는 그 섬을 몽땅 사버렸다.
당시의 현지인 청년 한 명 (현 강수일 이사) 과 함께 처음에는 유실수를 심었으나 실패.
다음에는 돼지를 길렀으나 또 실패.
그래서 부부는 해상 식물원을 만들기로 하고 꽃과 관상수를 심기 시작했다.
부인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나와 교사 생활 18 년을 하고 남편을 따라 이 섬에 정착하여 부부 합작의 농장을 만들게 된다. 농장을 궤도에 올리기 까지 부부의 고생은 필설로 다 말하지 못한다. 1990 년대에 와서 식물원은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3년에 그만 남편 이창호씨는 병사하고 만다. 한창 세상 재미 알 나이 66에.
고생 끝, 행복 시작 시점에서 세상을 하직하고 마니 부인의 애통함 또한 어찌 필설로 다 나타내겠는가.
부인은 남편의 흉상을 제작하고 그 옆에 자작시를 지어 새겨놓았다.
그 시가 절절해서 감동 깊게 읽었는데 적어오지 않아 여기에 그대로 올리지 못한다.
기억나는 몇 구절만 비슷하게 옮겨본다.
- 당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이 꽃동산은 오늘도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꽃들과 함께 오늘도 내 마음은 당신 그리워 눈물짓습니다.
어찌 그리 서둘러 주님에게로 먼저 가십니까.
주님께서 하늘나라 꽃동산을 만드시는데 당신이 필요하답디까?
당신은 내게 올 수 없으니 이제 내가 당신 곁으로 가는 일만 남았군요. -
이제 부인과 그 외아들 부부가 외도 꽃동산을 지키고 있다.
아니 외도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외도를 가꾸고 지키고 있다.
설립자 이창호씨의 꽃, 나무, 자연 사랑은 영원히 국민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있음이다.
관람시간 1시간 30 분이 짧지만 정해진 시각을 어길 수 없어 다시 거북선 호를 타고 구조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다.
이제 부산으로 직행이다. 안내양 멘트.
“이제 신나게 놀며 갑시다. 올 때는 장기 자랑이었지만 갈 때는 운동해야죠. 무용시간입니다. 자 음악 나갑니다.”
쾅쾅쾅!
조명 번쩍 번쩍, 번쩍 넣으세요.
언니, 좋은 말 할 때 일어나세요.
저기 오빠들도 일어나요.
난 안 한다. 못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오빠 일어나라니까.
허 이게 제 애비 같은 나를 보고 오빠라고. 기분은 괜찮은데.
좋다. 여보, 우리도 일어나 운동합세다.
이렇게 약 두 시간 동안 - 추며, 쉬며 광란의 아줌마들과 어울려 오다 보니 금세 부산.
불이 환하게 켜지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려고 수고해준 기사, 안내양에게 각자 팁으로 5000 원씩 내고 동래역에 내리니 9시.
오늘 하루 구경 잘 하고 잘 먹고 잘 놀았다.
인삼, 녹용 영업소에서는 좀 괴로웠지만.
첫댓글 모처럼 학교에 일찍와 카페에 들러니 선생님의 소중한 여행기가 있네요. 쓸렁한 카페에 이렇게 풍요로운 여행기를 남겨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외롭지 않게 두분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제가 선생님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같이 생생합니다. 어쩌면 글솜씨도 이렇게도 빼어나신지요. 전에 뵈었을 때 선생님 말씀 듣느라 얼마나 재밌었는지 눈에 선합니다. 선생님 말씀 몇 가지는 제 것으로 삼은 것도 있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