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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으로 야기된 관세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내부 정치 갈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은 한국경제는 그 후유증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첫째 경기침체, 둘째 수출 감소, 셋째 고용불안이다. 이제 정부는 정치, 외교, 안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일이 경제 살리기이다.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경제를 살리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가 없다. 머리를 맞대고 최상의 대안을 찾아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정치권이나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주체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되며, 기업을 비롯한 민간부문이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데 그쳐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추었다. 또한 내수에 수출, 건설까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어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고 밝히면서,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다시 내리고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하도 시사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0.2% 성장 감소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내수 역시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경제 규모가 전 분기보다 뒷걸음치는 역성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마저도 0%대 성장률을 전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올해 4월 무역흑자 폭이 30억 달러 이상 줄어들면서, 미국 관세 충격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동차 수출과 미국·중국으로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이 활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월 승용차 수출은 통관 기준으로 지난해 4월과 비교해 4.1% 감소했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자동차 수출도 작년 5월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32.0%나 줄어들었는데, 이는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이 3월부터 25% 관세를 매긴 철강의 경우 5월 대미 수출이 20.6%나 감소하였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불황에 빠진 내수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고용시장의 불안도 가속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자영업자 수는 565만9천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7천명 증가를 마지막으로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5월 대비 2.8% 감소하면서,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한편 5월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67만 명으로 1년 전보다 2만4천명(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그만큼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이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진 채 좀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민생에 빨간불이 켜진지 이미 오래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 분야 전반에서 고용불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경기 불황으로 인해 건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신규 일자리 감소가 뚜렷해지면서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내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설·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며, 그 여파가 철강·시멘트 등 후방 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고용시장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건설업과 제조업의 고용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두 산업 모두 고용유발효과가 커서, 전체 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용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고용의 질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취업자 중 정규 임금근로자보다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가 더 많아서 고용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고용시장 진입은 여전히 어렵다. 청년 고용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풀리지 않고는 해결될 수 있다. 기존 인력의 정년을 늘리는 상황에서 청년고용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나 기업노조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양보해야만 고용의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 및 금융 지원 등 정책적 배려가 절실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