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최대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공장, LS전선 동해사업장
공장 들어서자 시큼한 고무냄새 운동장만큼 넓은 턴테이블에 통나무 두께 케이블 가지런히
대륙~섬 수십 km 연결 위해 강한 수압.외부 충격 견뎌야
LS전선, 세계 3위권 기술력
말레이지아 수출용 선적 한창 대만,브라질 매머드급 수주로 공장 24시간 쉴 틈 없이 가동중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비릿한 쇠냄새와 시큼한 고무 냄새가 섞인 묘한 향기가 덮친다.
기름 냄새에 전 일반적인 공장들과 다른 분위기다.
공장 한가운데는 운동장만큼 넓은 텐테이블 위로 통나무 두께의 해저케이블이 가지런히 감겨 있다.
크레인 위에 올라서자 비로소 작업자들이 작은 점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코팅된 케이블이 엄청난 크기로 늘어진 모습은 마치 황금 용이 칠흑 같은 바다에서 용솟음치는 듯 보였다.
지난 17일 LS전선 동해사업장은 해저케이블 선적 작업이 한창이었다.
말레이시아로 보낼 물량이다.
통신용.전력용 케이블을 해저에 설치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실물을 보긴 처음이었다.
이날 선적된 케이블은 작년 9월 체결한 총 28km 길이 말레이시아 해저 전력케이블 사업의 일부다.
턴키 계약으로 짆애되는 이 사업은 해저케이블의 설계.제작뿐 아니라
시공과 감리까지 우리 기술력으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십 km에 달하는 케이블을 순차적인 공정으로 제작하기 떄문에 생산라인은 입구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
LS전전 동해사업장은 '최초' '최대'라는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생산라인이면서 공장 규모, 생산량 역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도체와 절연체로 이뤄진 일반 전선을 생각하면 헤저케이블에 특별한 기술이 들어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해저케이블 제작 공정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짧으면 육지와 섬을, 길면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기 떄문에 강한 수압과 외부 충격, 시공 과정의 마찰 등
수십 가지 위험 요인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저케이블에는 전선에 관한 모든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LS전선이 세계 3위권 해저케이블 제조 기술력을 갖췄다고 한다.
해저케이블을 제작하는 공정은 뼈대인 도체 위에 ㅅ라과 같은 절연체를 입히는 과정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얇은 선을 하나로 꼬는 연선 작업을 시작으로 그 위에 절연층, 금속차폐층, 방식층을 차례로 입힌다.
옷을 입은 케이블들은 '수직연합기'를 통과하면서 합쳐져 한 가닥의 해저케이블 모양을 갖추게 된다.
마치 철갑옷을 입은 전사처럼 철선이 케이블을 빈틈없이 감싸고, 마지막으로 아스팔트 코팅을 입혀 포장한다.
모든 공정을 마치고 완성된 해저케이블은 턴테이블에 똬리 모양으로 감긴다.
이곳 공장에서 하루 최대 1km 정도 생산되는 해저케이블을 턴테이블을 가득 채울 정도의 길이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
공장에서 길을 하나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동해항으로 이동했다.
커세트테이프 릴 한쪽을 풀고 다른 한쪽을 감으면 케이프가 이동하듯,
공장 내부에 있는 턴테이블과 항에 정박한 선박 위에 턴테이블을 돌려 케이블을 움직인다.
롤러코스터 레일 같은 '갱 워이'를 따라 배위 턴테이블로 케이블이 차곡차곡 자리 잡았다.
긴 항해를 마친 후 케이블 포설 공사까지 마무리되면 말레이시아 페를리스주에서 송출한 전력이 랑카위섬의 어두운 밤을 더욱 환하게 밝힐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해저케이블을 수입에 의존했다.
오랜 기술력으로 무장한 유럽 기업들이 사실상 독과점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LS전선은 대만과 브라질에 100km 이상의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잇따른 매머드급 수주에 동해 공장은 24시간 불 꺼질 겨를 없이 가동 중이다.
곧이어 동북아 슈퍼그리드로 주목받는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도 샹산에 들어간다.
LS전선을 비롯해 전 세계 5개국 6개 업체만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이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는 시대에 해저케이블의 쓰임새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발전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국가 간 전력망을 연계하거나 해상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할 때도 해저케이블이 있어야 가능하다.
바닷속에 숨겨진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과시할 수 없지만, LS전선 해저케이블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