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녹색 정원을 짓는 나무들
한겨울 어두운 마음 안에 풋살 같은 눈발이 희끗거리고산등성이 억새풀 늙은 꽃이 고개 숙여 슬픔이다.솜털같이 무모하게 물기 머금고 뛰어내리는 칙칙한 눈발,바람 진 동백숲의 고요도 겨운 참에 안달이다.차가운 바람으로 흔들리는 겨울 산,산빛 노을 한 줌으로 속삭이는 은밀한 숲,잠자는 나무 흔들어 언 뿌리 일깨우는 동그란 나이테, 새로운 봄을 귀띔한다.산굽이 매몰찬 냉기를 이겨내며 우리들의 봄날을 예비하는 나무들,무릇 겸허하게 선보일 녹색정원을 짓느라 분주하다.- 박종영 님의 사색의 향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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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입춘입니다
며칠 포근하더니만 힘을 잃어가는 동장군의 시샘으로 사나흘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다네요
흐릿하던 잿빛 산등성이가 하루가 다르게 거므스레 산빛이 짙어집니다
앙상하던 포도넝쿨 마디에도 은밀하게 잎눈이 맺혀 조금씩 부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계절의 입김은 산천의 언 뿌리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나라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 비상계엄 추진 무리들의 무모함을 질타하던 기세도 무뎌지네요
무엇이든지 단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무리수가 따르고, 후폭풍이 거센 법이지요
속삭이며 은밀하게 봄기운이 스며오듯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 하룻길도
천천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
출처: 한국문인협회 영주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최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