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읽었습니다.
2004년에 출판되었는데 그동안 미루다가
이제서야 읽게되었습니다.
평론가들과 작가분들의 칭찬이 대단해서 어떤책인지 예전부터 호기심은 가지고 있었는데
읽고난 후의 느낌은 뭐랄까 기존의 소설책과는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술 먹은 듯한 변사의 말투
희극적인면과 비극적인면이 섞여있는 오묘한 느낌
몇십년을 뛰어넘는 속도감있는 전개
음담패설에 대한 재밌는 묘사
고전설화나 민담을 보는 듯한 과장된 표현 등
마치 소설책이 아닌 영화를 보는 느낌이더군요...
작품의 제목은 고래인데
그냥 고래하면 떠오르는 것이
고래밥이 떠오릅니다.
(ㅋ 농담이구요.^^)
엄청나고 거대하다는 느낌
푸르고 넓은 바다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느낌
생명의 태동
이런 것들이 생각납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이런 삶을 모두 꿈꿨을 것입니다.
책에 나오는 문장처럼
죽음을 이기는 영원한 생명을요...
하지만 세상의 법칙은 주인공들을(사실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겠지요)
가만 놔두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이기도 한데
화류계의 법칙
세상의 법칙
고용의 법칙
관성의 법칙 등등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인생의 법칙, 세상의 법칙을 만들 것입니다.
이야기는 크게 보아 노파 - 금복 - 춘희로 이어지는데
세명 다 죽음으로 끝납니다.
특히 금복같은 경우는 사업수완이 좋아 돈을 많이 벌지만 결국은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책의 뒤에 보면 문학평론가분과 천명관씨가 나눈 고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것들..
그것은 고대한 고래라는 것...
하지만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인생의 법칙은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는 것
결국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것
어떻게 보면 불교의 空 사상과 통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이런 것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춘희의 죽음을 대할때는
왠지 모르게 제 자신이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래라는 책에는 엄청난 것들이 들어있지만
결국 끝에가서는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구나 라는 것도 느꼈구요...
예전에 김연수 작가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천명관 작가도 묻혀버릴 뻔한 노파, 금복, 춘희 등 한 많은 짧은 인생을 살고
살아져버린 많은 사람들을 책 속에서 다시 부활시킨
유령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생각이었습니다.
두서없이 제 생각을 써 보았는데요...
혹시 '고래'읽으신 다른 분들은
어떤 소중한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첫댓글 <고래>에 대한 리뷰가 제법 많이 올라오는군요. 읽어야지, 하면서도 아직 못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에요. 아, 어서 읽어봐야 할텐데... 님의 글을 읽으니 생각보다 엄청난 책일 거라는 느낌이 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j'story 님 꼭 읽어보세요. ^o^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돈을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존 소설의 문법을 뛰어넘기 때문에 몇몇 독자들은 반감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저는 재밌고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ㅋ
이 책 재밌죠? ㅎㅎ
이 책을 붙들고 있었던 이틀은(책 읽는 속도가 좀 느려서) 지평선 너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죠. 대단한 마력이었죠. 근데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과 흡사하다 해서 읽어봤더니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