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K리그 토론방 원문보기 글쓴이: sanpedro
축구와 야구의 경쟁 혹은 동거에 대한 대니얼 김의 기사를 보고 필자의 견해를 밝히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야구 칼럼리스트로서 프로축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점은 존중하지만 몇몇 쟁점 사안에 대한 대니얼 김의해석은 다소 실망스러울 정도로 축구계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이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축구의 적은 야구가맞습니다
언론사 기자들이나 스포츠 전문가들은 으레 축구와 야구가 공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얼마든지 실현시킬 수 있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이 붙습니다.
“자본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 질 때에만”
흔히 얘기하는 축구와 야구의 공존, 상생은 전적으로 프로스포츠 관람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것이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체나 프로스포츠에 투자하는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스포츠사회학에서는 각종 프로스포츠를 최첨단 자본주의 논리가 최적화된 시장 영역으로 인식합니다. 그만큼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몰락이 존재하며 자본의 흐름에 따라 흥망 여부가 갈리는 곳이 프로스포츠 세계입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프로스포츠는 자본의 흐름과 맞물려 성장과 퇴보를 반복하곤 합니다. 축구와 야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니얼 김은 “축구의 적은 축구”라고 표현하며 K리그가 자생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을 축구와 야구가 공존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축구의 인기 탓에 k리그가 인기를 누릴 수 없었고, 자생력만키 우면 야구와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제가 문제 삼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 첫째, 프로축구와 해외축구는경쟁관계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물론 축구팬들이 해외축구에 몰리다 보니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축구팬들이 해외축구에 길들여져서 K리그에서 재미를 못 찾을 수도 있고,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좇아 K리그를 등한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축구팬들이 해외축구 때문에 K리그를 보지 않는다?
대니얼 김 스스로 지적했듯이 프로스포츠는 ‘경기의 수준’이 다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프로스포츠 경기의 수준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말은 다소 비현실적입니다. 잉글랜드 버밍엄에는 아스톤빌라와 버밍엄시티라는 두 명문 구단이 존재합니다. 한 팀은 오랜 기간 EPL에 잔류해 있고, 다른 한 팀은 2, 3부리그를 전전합니다. 그럼에도 버밍엄시티에 대한 팬들의 지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런던에 존재하는 수많은 2, 3부 리그팀들을 응원하는 축구팬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연고의식’으로 팀을 지지하는 것이지 ‘경기 수준’으로 응원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축구팬들이 해외축구로 눈을 돌리고, K리그를 등한시 할까요? (해외축구, K리그 모두 좋아하는 필자와 같은 축구팬들은 논외로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답은 “K리그에 내 팀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기자들이나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놓치고 지나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프로야구 인기가 K리그보다 많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프로야구는 이미 1980년대에 8팀 체제를 갖추었고, 서울을 비롯한 5대 광역시에 연고 체계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삼성은 대구-경북, 롯데는 부산-경남, 한화는 대전-충청 이런 식으로 광역 연고의 틀을 1980년대에 이미 갖추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전국 어느 도시를 연고로 하든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강원, 경기, 제주도민 제외)는 자연적으로 자신의 야구팀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잠실에 원정응원을 오는 롯데팬들의 출신지역은 다양합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 창원, 마산, 진해 등 수 많은 지역에 연고를 둔 야구팬들이 롯데를 응원합니다. 서울에는 유독 4,50대 중장년 기아팬들이 많습니다.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이주한 호남인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이러한 기아팬들도 광주, 목포, 여수, 순천, 전주, 군산 등 다양한 지역에 연고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K리그는 단일도시 연고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1996년을 기점으로 제대로 된 연고정착이 시작되었고, 2000년대 중반에 창단한 신생팀들은 연고정착 역사가 일천합니다. K리그 연고팬이 적은 이유, K리그 경기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K리그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축구팬들이 해외축구를 찾는 게 아니라 아직 K리그가 걸음마단계의 성장중인 리그이기 때문에 팬 층이 얕은 것입니다.
청주에 살고 있는 야구팬이라면 한화를 응원하는 게 하등 이상할 게 없지만 청주시민들이 대전시티즌을 응원하는 데에는 심리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팀 이름 자체에 ‘대전’이 들어가 있는데 청추시민이 관심을 갖고 응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축구팬들 중에는 연고의식을 갖고 응원할 수 있는 '내 팀’이 없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안양, 화성, 용인에 살면서 인근 수원 블루윙즈를 응원할 수 있을까요? 부산대에 다니는 마산 출신 대학생이 부산 아이파크를 응원한다? 프로야구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K리그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이 차이가 현재의 해외축구 인기와 대별되는 K리그의 팬 구조를 만든 것이고, 프로축구연맹이 2부리그 출범 및 신생팀 창단을 유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K리그는 독자적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K리그 흥행과 관련하여 축구 기자들은 물론 축구팬들이 자주 거론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1998년 K리그 르네상스 및 2002년 월드컵 축구 붐입니다. 많은 야구팬 심지어 축구팬들도 이 당시 흥행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한 것이 현재 K리그가 축구팬들 사이에 자리잡지 못한 이유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당시에 프로축구연맹이나 축협이 마케팅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못했던 점은 분명했고, 장기적 플랜이 없었다는 점 또한 맞습니다.
하지만 마냥 프로축구연맹이나 축협을 탓하기에는 인프라 자체가 빈약했습니다. 1998년 K리그는 10팀으로 운영이 되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 대구, 광주에는 아예 연고 팀이 없었습니다. 1998년 월드컵 끝나고 프로축구를 보고 싶어도 서울의 축구팬들은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서울의 강북, 강동 지역 축구팬들은 서울 연고팀을 응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물며 용인, 청주, 천안, 구미, 춘천과 같은 소도시 지역민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었을까요? 그렇기에 2002년 월드컵 직후 각 지역 연고 축구팀 창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이고, 그 결과 10여 년이 지난 올해까지 6팀이 더 창단된 것입니다.
혹자는 축구팀 수가 너무 많다고 하는데 축구 리그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지역의 연고팀들이 지역 라이벌 구도를 갖추고 리그에 참여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반도 안 되는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같은 나라에 프로축구가 2부는 물론 4부까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단 유럽의 축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중소국들도 2~4부의 축구리그를 운영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지역의 축구팬들이 연고팀에 대한 애착을 갖고, 리그 전체 시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내년에 출범하는 프로축구 2부 리그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도 진정한 '내 팀'이 생긴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 K리그는 야구와 적대적 경쟁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K리그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자생력을 키웠을 때에도 야구와 공존할 수 있을까요? 대니얼 김은 이 부분에서 모순적인 주장을 합니다.
“방송국은 시청률 팬이지 야구팬이 아니다”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모순이 됩니다. 방송국은 시청률을 좇기 때문에 동 시간대에 펼쳐지는 축구와 야구 경기를 모두 중계할 수 없습니다. 하여 둘 중의 한 종목은 TV 중계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건 공존이 아니라 경쟁이고, 승자독식의 구조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방송 시스템을 인정하고, 축구계가 이 부분에 발 맞춰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방송 생태계 현실을 잘 알면서 맹목적인 ‘상생’, ‘공존’을 이야기하는 대니얼 김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축구팬들이 방송사, 언론들에 대해 그토록 성토하는 이유는 동일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이중적 시각 때문입니다. 올해 6월 20일 FC서울의 일부 팬들이 수원과의 경기에서 패한 후 구단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소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한 동안 언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KBS에서는 6월 25~26일 이틀 간 ‘과격 서포터즈’ 운운하며 K리그 전체의 문제인양 매도하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6월 27일 경기장에 난입하여 경찰에 인계된 롯데팬과 그를 구출(?)하기 위해 경찰차를 습격한 롯데팬에 대해서는 전혀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발생한 SK-롯데 팬간의 물리적 충돌 역시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지나쳐 버렸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이중적 잣대, 언론으로서의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이 시청률만 좇는 후진적 행태에 축구팬들은 분노하는 것입니다. 축구팬들의 불평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 맥락이 있기에 언론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방송국들이 시청률을 좇아 야구를 중계한다는 점인 분명합니다. 때문에 훗날 프로축구 시장이 확대되고 서울에 제 2, 3의 구단이 창단되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순간 야구 경기에 쏠리던 광고는 축구 경기로 옮겨갈지도 모릅니다. 그 때에도 축구와 야구의 공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축구는 종목의 특성 상 시청률 경쟁에서 야구보다 열위에 설 공산이 큽니다. 축구는 대부분 구단이 단일 도시를 연고로 하는 반면 야구는 광역 연고를 채택하여 연고팬 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 축구 인프라는 야구보다 월등하다?
대니얼 김이 지적한 축구의 장점은 인프라입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허구연을 비롯한 야구 해설자, 언론사 기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뚜렷한 근거도 없이 기정사실화 하여 말을 하곤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야구인들이 축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입니다. 엄밀히 말하면6개의 축구전용경기장과 4개의 다목적 경기장입니다. 상암, 수원, 문수, 대전, 전주, 제주 월드컵경기장이 축구전용구장입니다. 대구경기장은 월드컵 대회 이후 유니버시아드,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를 위해 지어진 말 그대로 ‘종합경기장’입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역시 월드컵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지어졌습니다. 광주와 인천에 지어진 경기장 역시 하계 유니버시아드 및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어졌습니다.
이 경기장들이 최신식으로 지어졌고,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기장들이 우리나라에만 생겨 났을까요? 월드컵 및 EURO 대회를 유치하는 국가들은 앞다투어 최신식 전용경기장들을 짓겠다고 합니다. 올 여름 EURO 대회를 개최한 폴란드, 우크라이나에도 최신식 경기장들이 지어졌습니다. 2022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는 호화찬란한 경기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세계에 축구장은 계속 지어지고 있습니다. 월드컵이든 아시안컵이든 리그용이든 축구장은 계속 건설됩니다. 그래서 한국은 단 한 번도 세계 최고의 축구 인프라를 보유한 적이 없습니다. 2002년 이전까지 대한민국에 축구전용구장은 포스코 그룹이 자체적으로 건설한 포항, 전남 경기장 단 2개였습니다. 그러다가 월드컵을 치르면서 6개의 전용구장을 짓게 되었고, 인천, 창원에 두 개가 더 만들어져 현재 총 10개의 축구전용구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용구장 보유 숫자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30위권 밖에 되지 않습니다. 관중수용규모 1만 이상의 전용구장을 80여 개나 보유한 잉글랜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의 축구 선진국들에 비하면 한국의 축구 인프라는 매우 빈약한 수준입니다. 이미 20여 개의 축구전용구장을 보유한 일본에 비해서도 열세입니다. 전국 각 지역의 종합운동장을 축구경기장에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야구인들이 ‘축구장’이라고 오인하는 종합경기장은 기초 체력 훈련을 위한 육상트랙이 설치되어 있고, 육상 경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경기장입니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알고 계신다면 다른 나라 종합경기장 인프라 현황을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종합경기장을 축구장으로 인식한다면 세계 최고의 축구 인프라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이 됩니다. 미국은 종합경기장을 제외한 축구전용구장만 따져도 야구보다 더 좋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관중석 규모 3만 이상의 대형 미식축구경기장만 전국에 300여 개가 넘습니다. 미국에서 미식축구경기장은 축구전용구장과 규격이 거의 비슷하여 축구 경기 용도로도 종종 사용됩니다. 실제로 MLS 소속 구단들이 지역의 미식축구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다가 최근 들어서 새로운 축구전용구장을 짓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에 반해 야구의 나라라는 미국조차 1만 이상 수용규모의 야구장은 1백여 개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축구 및 야구의 인프라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 야구는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잠실, 목동, 문학, 수원, 한밭, 청주, 군산, 전주, 광주, 대구, 포항, 부산, 마산, 제주, 춘천에 프로경기가 가능한 15개 구장을 보유하고 있고, 광주, 울산, 고척동에는 새 구장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많은 야구장을 보유한 국가는 현재 미국, 일본, 멕시코 정도이며 대만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진짜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보유한 종목은 야구인 것입니다. 물론 야구팬들은 경기장의 낙후성을 근거로 인프라가 좋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대구(1949년 개장), 대전(1965년 개장), 광주(1965년 개장), 청주(1979년 개장) 구장을 제외한다면 낙후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실제로 2000년대에만 인천, 춘천, 포항에 새 구장이 건설되었고, 1982년에 개장한 마산 경기장도 올해 리모델링되어 말끔하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외의 구장들은 1980년대 중?후반에 개장하였고,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빠른 시간 안에 정착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외려 프로축구 선수들이 변변한 홈구장도 없이 전국을 떠돌며 소위 ‘떡잔디’에서 유랑리그를 펼칠 때 프로야구는 최신식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친 셈입니다.
야구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낙후되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축구에 비해 30여 년이나 뒤쳐졌다고 말할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LA다저스의 홈구장은 1962년 개장한 뒤 여러 차례 증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LA에인절스의 홈구장 역시 1966년 개장하였습니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펜웨이 파크 및 리글리 필드는 물론, 캔자스의 커프만 구장, 오클랜드의 홈구장 역시 각각 1973, 1966년에 개장하였습니다.
물론 30개 메이저리그 구장 중 14개가 2000년대에 지어진 만큼 미국 야구장의 낙후도는 우리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축구의 상황을 본다면 단순 비교에 무리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MLS의 18개 전용구장 중 16개가2000년대에 지어진 구장입니다. 다른 두 구장도 각각 1996년, 1999년에 지어졌으니 미국의 프로축구야말로 세계 최고 클래스의 인프라를 보유한 셈입니다. (18개 중 7개가 2010년 이후 지어졌고, 신축 예정인 구장도 2곳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축구 리그가 활성화되고, 월드컵 및 지역 국가대항전, 클럽 간 대회에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축구장 인프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는 것일 뿐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미약한 수준입니다. 요약하자면 한국의 축구 인프라는 2000년대 들어 부쩍 발전한 것이 사실이나 세계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오히려 야구의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낙후된 야구장에 대한 시설 개선은 이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 비인기 팀에 대한 맹목적 투자는 경계합니다
대니얼 김이 주장한 것처럼 인기가 없는 팀에 대한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에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 차례 문제가 되고 있는 K리그 도시민구단의 방만한 경영 및 혈세운영 행태는 분명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최근 축구팬들이 문제시 하는 부분은 수원시장의 거짓된 약속과 시류에 편승하는 태도입니다. 여자 U17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 뒤에는 여자 축구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표명하더니 인기가 시들해지자 바로 말을 바꾸는 태도에서 축구팬들은 분노하는 것입니다. 월드컵, 올림픽 때에만 축구 방송국으로 자처하고, 자국의 프로축구팀이 아시아를 제패하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릴 때에는 애써 무시하는 한국의 방송사들을 축구팬들이 성토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입니다.
대니얼 김의 주장처럼 프로스포츠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 인기, 시청률, 광고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렇기에 K리그를 외면하는 방송사들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니얼 김의 주장처럼 자생력을 기르고, 좀 더 콘텐츠를 강화하여 야구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K리그가 발전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야구 전문가 및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현재 생활체육 인프라에서 야구가 축구에 뒤지는 이유는 ‘인기’와 ‘효율성’ 때문입니다. 생활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스포츠 인프라 정비를 합니다. 당연히 투자효율성이 고려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결과 우리나라는 육상 및 축구, 테니스, 등산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 종목들을 즐기는 인구가 많고, 시설 투자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야구장은 사용 인구가 월등히 적고, 시설 비용은 높으며 활용도는 떨어집니다. 높은 땅값까지 고려한다면 야구장보다 축구장, 육상 트랙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인 것입니다. 하여 모든 투자의 척도를 인기-자본의 관점에서 찾으면서 야구장 시설 투자 시에는 타종목과의 형평성을 찾는 야구인들의 주장에는 어패가 있습니다.
요즘 각종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는 다음 사진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미국의 한 마을에 건설된 야구장 및 축구장입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의 야구장이 12개나 있다는 점에 놀라는 네티즌들의 많았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축구장 수가 의외로 많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얼핏보기에도 축구장 수만 9개에 미식 축구장이 5개, 풋살 구장이 7개 정도나 되니 미국의 축구사랑을 가늠할 수 있는사진이라 보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야구장의 면적과 축구장의 면적 차이입니다. 야구장 4개가 만들어진 공간과 비슷한 크기에 축구장은 6개가 들어갑니다. 야구장은 규격이 거의 동일한데 반해 축구장은 제 각각입니다.
이것이 종목의 차이이고, 인프라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입니다. 야구장은 타구가 날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안전펜스도설치해야 합니다. 축구는 골대만 있으면 어느 공간에서도 경기가 가능합니다. 꼭 11명이 뛸 필요도 없습니다.3대 3으로 해도 되고, 20대 20으로 해도 되는 게 축구입니다. 이러한 종목적 특성으로 인해 축구는전세계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된 지 오래입니다. 초등학교의 작은 운동장에서도 즐길 수 있고, 한강 강변의 넓은 운동장에서도 할 수가 있습니다. 축구의 구장 인프라확대가 용이한 점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축구 인프라에만 지원했다고 할 수 없는 게 축구장 인프라가 확대되는 동안 다른 종목의 인프라도향상되었습니다. 2011년 문화관광부 전국공공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2006년 축구장은 300여 개에서 2011년 700여 개로 늘어납니다. (물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축협 예산으로지어진 구장들이 대부분입니다.) 테니스장 또한 330개에서 570개로 증가합니다. 수영장은179개에서 300개로 늘어났습니다. 야구장도 38개에서 105개로 늘어났으니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야구인들이 지적하는 축구 인프라 구축과의 차이는 결국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해 종목의 특성으로 인한 차이이고, 야구인들이 스스로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기원하는 대니얼 김처럼 저 또한 야구인들이지혜를 모아 인프라 확대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당연히 제글 아닙니다.ㅎㅎㅎ(출처 표기되어있습니다. '스크랩'임)
필력 부럽네요.
이상한 사람이 싸지른 헛소리에 비하면 그에 대한 반박문은 매우매우 질이 높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요약 굳ㅋㅋ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좋은글이네요 잘읽고갑니다
아.. 낚였네요;; 평소에 부산님 달변이시라서 당연히 부산님 글인줄 알았는데..ㅋㅋ
..글이 은근히 꼬시고 통쾌한 기분이 드는군요ㅋㅋ
대니얼이라는 놈의 쓰레기 글에 대한 반박문으로만 남기에는 아까운 명문이네요.
글쓰신 분 필력 짱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