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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공동취재단 조현성 기자 |
“미리 이야기 해둘게... 엄마 사랑해!...
아이들을 부처님으로 하느님으로 섬기지 못하고 제 이기심과 무관심에 빠져 산 날들을 참회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만든 참사임을 고백하고 참회합니다. 부모들의 가슴에 쌓이고 있는 원망과 분노, 억울함과 고통이 모두 씻겨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모으는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는 국민 기원의 장’이 연등행렬 마감에 맞춰 26일 오후 9시 종각사거리에서 열렸다.
봉축위원회(이사장 자승스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넋을 천도하고 실종자 구조를 염원하는 불자들의 마음을 담아 ‘회향 한마당’을 추모마당으로 전환했다.
조계종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이 부처님을 비롯한 삼보를 받들어 청하는 거불을 시작으로 천도재를 올렸다. 도량게 작법으로 도량을 청정하게 한 뒤 호법성중 강림에 감사하는 요잡바라로 의례를 준비했다.
영가를 부르고(창혼), 영가가 진리의 법계에 들어 해탈하라는 법문(착어), 영가를 자리에 앉게해(수위안좌), 넋을 달래고(진혼무),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화청으로 천도재를 갈무리했다. 천도는 지장보살님의 본원력과 아미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영가를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불교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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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공동취재단 조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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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스님의 화청은 부조리극 대본 같은 세월호 침몰과 수습 과정에서 스러져간 이들과 남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달랬다.
"고운님아 정든님아 다북다북 키운님아 서글서글 웃는님아 사월춘풍 꽃바람에 어이하여 속절없이 수중옥에 갇혔느냐 부르터진 두손끝에 참절비절 몸부림을
불쌍하고 가련하다 원통하고 절통하다 가지마오 가지마오 나를두고 어딜가오 그말마오 그말마오 오시는길 묻지마오 행여라도 꿈에라도 검은물길 보지마오
애끓는맘 모르리오 그리운맘 모르리오 허나가네 이젠가네 다시못올 그먼길을 젤로좋은 이말하고 마지막길 하렵니다 엄마엄마 우리엄마 사랑하는 우리엄마"
대학생불자연합회 박선연(성신여대 3) 학생은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우리 부모, 형제, 친구, 아이들이 밝은 세상에 태어나기를 간절히 빕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춥고 낯선 바다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우리 부모, 형제, 친구, 아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말로 발원문 낭독을 시작했다.
이어 “그 불안을, 그 두려움을, 그 공포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막혀옵니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이 기도 말고는 그 무엇도 할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참으로 무력하지만 그래도 기도를 올립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인생, 아직 펼치지 못한 꿈을 떠올리며 조금 더 버텨주길 간절히 빌고 간절히 빕니다.”라며 목소리를 파르르 떨었다.
울음을 삼키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박선영 학생은 “이제 두 손 모아 간절히 서원합니다. 윗 사람과 아랫사람이 소통하기 쉬운 나라, 이웃과 이웃이 소통하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모두가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키우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사람이 존중받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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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공동취재단 조현성 기자 |
단 아래에서 눈을 깜박이고 목를 조이며 참던 시민들의 울음이 전염처럼 번졌다. 시민들은 종로거리를 들고 왔던 컵등으로 '아픔을 함께'를 바닥에 아로새겨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예년같은 꽃비는 없었고, 돈돌라리와 강강수월래로 이어지던 대동한마당도 없었다. 참가 대중들은 연합합창단의 ‘고운님 잘 가소서’, ‘빛으로 돌아오소서’ 두 곡으로 가신 이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국민기원의 장이 마무리했다. 눈물을 채 훔치지 못한 시민들은 한참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회향행사 참가자들은 국민기원의 장 제단에 올라 향을 사르고 흰꽃으로 바치며 아픔을 달랬다.
동대문운동장을 출발해 국민기원의 장 무대까지 온 봉축위원단도 연등행렬을 마치면서 제단에 헌화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부터 조계사로 이어지는 길 옆에는 노란 리본이 줄을 이었고, 연꽃촛불로 '아픔을 함께'라는 글귀를 길에 새겨 추모의 뜻을 더했다.
27일에는 낮12시부터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전통문화한마당이 펼쳐지고, 다음달 6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가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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