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눈팅쟁이 회원 Maestro입니다.
현재시간 새벽 3시 20분, 일본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역 근처 로손에서 몇 자 남깁니다.
평소 일철연을 통해서 소위 '일본에서 열차여행 잘 하는 법'을 배워 이번 기회에 '북해도&동일본 패스'를 이용해 꽤 넓은 구간을 돌고 있습니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으로 들어와 아오모리(하마나스), 센다이, 도쿄, 닛코, 마츠모토(문라이트 신슈), 나가노, 니이가타를 거쳐 다시 북해도로 가는 일정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아오모리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뉴스거리가 안 되었던지 보도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제 저녁 7~8시 사이 IGR 철도 모리오카 발, 하치노헤 착 열차운행 도중 일본 현지인이 역이 아닌 철길로 뛰어내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달리던 열차가 두 시간 가까이 지연되었고 불행스럽게 그 열차에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제가 타고 있었습니다.
저는 IGR 철도-아오모리 철도를 타고 밤에 하마나스를 통해 삿포로로 넘어가 월요일 비에이-후라노를 여행할 예정이었으나, 어제의 현지인 자살사고로 열차가 철길 위에 정지하는 바람에 하마나스는 물론 모든 계획된 일정이 중단되었습니다. 선로(철길)에 뛰어든 현지인은 사망했고, 열차 운전사 또한 브레이크 충격인지 모르겠지만 손을 다치고, 열차 안에 경찰, 소방관, 그리고 IGR 역무원 등등이 들어와 사고를 수습했습니다.
처음에는 '아, 내가 왜 이런 현장에 있어서 일정이 어그러지는 걸까..' 생각했지만 마음을 바로 고쳐먹고 시간대별로 사고발생부터 마무리되기까지의 내용을 차분하게 기록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것도 인생경험이고 좀 과하게 말하면 불필요했지만 그래도 교훈이 있었던 경험이었다 생각합니다.
어쨌든 나중에 귀국해서 당시 메모해 둔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일철연에 기록을 남겨 보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일본어가 완벽하지 못했지만 바쁘게 뛰어다니는 역무원, 경찰 등에게 사실관계를 물었고 함께 타고 갔던 현지인들에게도 잘 되지 않는 일본어로 대강 들으며 상황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도 도쿄역에서 승객이 비상벨을 눌렀는지 아니면 사고를 냈는지 아무튼 그런 일로 동북본선 지연이 안내되었었는데, 어제도 이렇게 현지인의 자살(인명사고)로 아오모리 철도는 지연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철도사고(관리소홀, 열차고장, 신호고장, 정비불량 등)보다 이렇게 역 또는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군요..
시간이 애매해서 호텔 들어가기는 좀 아깝고, 두 시간 즈음 버티다가 오전 5시 20분 아오모리 역이 다시 문을 열면 대기했다가 시간 맞춰서 북해도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한 주 잘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철도 인명사고로 여행 차질이 생긴 것에 우선 위로를……
이용이 많지 않은 노선, 도시가 아닌 곳에서의 철도 관련 인명사고는 검색해도 잘 나오질 않습니다.
어제 사고를 찾아보니 오쿠나카야마코겐~코츠나기(奥中山高原~小繋) 사이에서 발생했는데,
승객들의 트위터도 많질 않네요. 사고차량은 아오이모리철도 소속 701-101이라는 정도입니다.
해당 게시판을 보니 ‘정말 드문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항상 철저한 기록으로 정확한 정보를 올려주셔서 그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도 사고가 일어난 후 검색을 해보니 거의 나오지 않더라고요. 코츠나기역에 도착하기 전, 그러니까 오쿠나카야마코겐 역을 지난 후 약 3분 정도가 흐른 후에 사고가 일어났었습니다. 귀국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올리겠습니다. 물론 사건이라서 정보나 일철연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닐 수 있겠네요.
저도 지난 6월 20일 하치노헤선에서 발생한 사고로 하마나스를 못 탈 뻔 한 적이 있지요.. 인신사고로 하치노헤선 열차가 운휴를 해서 버스를 타고 하치노헤역으로 돌아가서 하마나스를 탔습니다.
사고가 있었고 수습을 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선로에 뛰어내린 사람은 즉사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 119, 구급차도 너무 늦게 왔고요. 하치노헤에 도착했었던 시간이 이미 저녁 9시 30분 내외라 신칸센도 없었을뿐더러 아예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노비노비 카펫트 좌석이라 많이 기대했는데.. 하치노헤 JR역에서 환불받았습니다.
한 명의 자살사고가 여럿에게 피해를 주네요.
뛰어내리고, 또 죽으려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까지 할지 모르겠네요. 스케쥴이 모두 꼬여 버리는 바람에 정작 삿포로로 in, out을 한 목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