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어카운팅’의 함정에 빠진 공정
지난 달 치러진 한국총선이 낳은 최대 이변은 ‘조국 돌풍’이었다.
그가 만든 ‘조국혁신당’은 창당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12석의 비례의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제 3당으로 우뚝 섰다.
당초 그가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을 때 이런 결과를 내다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전체 총선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2019년 8월 검찰수사로 시작된 이른바 ‘조국 사태’는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았으며 극단적인 진영 갈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그런 만큼 조국의 등장을 놓고 비판자들과 지지자들 간에는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였다.
조국은 한인들의 총선 대화에 빠지지 않는 이슈였다.
조국의 등장에 비판적인 지인과 대화를 나눴다는 한 한인이 들려준 얘기.
“자녀 입시비리를 저지른 범법자가 어떻게 정치할 생각을 하느냐”는 지인의 비난에
“그렇다면 자녀들의 스펙 조작 의혹이 있는 한동훈, 나경원 같은 여권 인사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공정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돌아왔다는 대답은 이렇다.
“그 집 자녀들은 학업성적이 말할 수 없이 뛰어난 애들이다.
어떻게 조국의 애들과 비교할 수 있는가.”
행위 자체의 탈법성과 부적절성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업 수준에 비춰볼 때
결과의 차이가 과연 있었겠느냐에 초점을 맞춘 주장처럼 들린다.
즉 조국의 아이들은 불법을 통해 애초에 힘들었을 자격을 얻으려 한 것이니 잘못된 것이지만
한동훈이나 나경원의 아이들은 어차피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얻을 것을 얻은 것뿐이라는 얘기다.
이 대화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빠지는
‘멘탈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의 함정을 떠올리게 해 준다.
행태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멘탈 어카운팅’은
같은 돈을 다르게 규정하는 ‘심리적 회계’를 뜻한다.
우리는 같은 액수의 돈에 대해 상황에 따라 다른 가치로 느끼는 함정에 자주 빠지곤 한다.
가령 가솔린의 경우 우리는 갤런 당 몇 센트가 싼 곳을 찾아 몇 마일을 더 운전해 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만 달러짜리 고가제품을 살 때는
100달러 더 싼 곳을 찾아 먼 거리를 가는 수고를 하려 들지 않는다.
비교의 기준에 따라 돈의 가치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들의 사소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로 별 것 아닌 양 얘기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전혀 다르게 판단하고 정죄하려 든다.
조국과 한동훈, 나경원 자녀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지 말라는 주장이 바로 그렇다.
비단 학업성적의 경우뿐만이 아니다.
돈과 관련된 부정행위 판단에서도 그렇다.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인은 법인 카드 1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10만원이 아니라 단돈 1만원이라도 규정에 어긋나게 사용했다면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다.
문제는 모든 부정행위들에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가령 재벌들이 하룻밤 수 천 만원에 달하는 개인적 술값을 법인카드로 치렀다고 하면 그러려니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회사 돈 수백억을 횡령하거나 수천억 분식회계를 해도
‘3·5 공식’(3년 징역에 5년 집행유예)에 따라 관대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1년 요금 단 돈 800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 버스기사가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한 판사는 이런 해고 조치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 판사는 변호사로부터 85만원에 해당하는 향응을 받아
면직된 한 검사에 대해서는 “조치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800원과 85만원에 대해 완전히 다른 ‘멘탈 어카운팅’을 한 이 판사는 2022년 대법원 판사가 됐다.
이런 사례들을 언급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성적 좋은 학생의 스펙 조작이나 돈 많은 재벌의 경제범죄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는 이런 인식 속에는 천박하고 시대착오적인 계급주의가 배어있다.
‘멘탈 어카운팅’의 함정에 빠져 있는 국민들의 인식을 바로 잡아주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역할임에도 오히려 이들이 이런 오류에 더욱 깊이 빠져
공정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국 사태’는 그런 무수한 사례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조윤성/논설위원>
미주 한국일보
2024년5월7일(화)字
2024년5월7일(화)
캐나다 몬트리올 累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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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용옥 님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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