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건네받고 나는 다시 계산대 옆의 웨하스를 집었다.
바닐라맛 웨하스.
왠지 그런 질감이 그리운 날이고, 필요한 날이 될 것이다.
늘상 신발 벗어던지고 뛰어들어오던 거실이지만 오늘은 얼마나 안도감을 주던지.
타야 할 버스의 대기시간이 큰 수에서 작은 수로 바뀌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되는 전광판(어제까지도 안 그러던 애가 왜 그러니ㅠㅠ)
모든 숫자와 정보가 눈발 아래 으스러지고.
아, 버스가 중간 어디에서 계속 사라지고 있나봐...라는 통화를 끝으로 기다리던 이백사십분을 두고 떠난 학생들.
이제 막 두 시간을 기다리던 나는 완전 쫄고.
7시에 겨우 탄 버스는 오전 열시반에 용인에서 나와 안양을 거쳐 아직도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버스였다고.
네가 아무렇지 않게 오가던 그 길, 거기가 얼마나 성스러운 곳인지 알아? 라며 휘몰아치던 눈, 눈들. 대설.
지난 토요일에 다녀왔어요. 축하해주실 여기의 여러분들 얼굴도 떠올랐지만, 아이들 챙겨 데리고 가는 형편이라 미리 얘기를 꺼내지 못했네요. 지난번 빈빈이 올린 백남준아트센터와는 걸어갈만 한 거리에 있어요. 저희한테는 예전 살던 동네죠.
시상대에서의 경건하게 미소띤 옵스큐라님의 모습도
우리와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뒷풀이 축하장소로 발걸음 옮기던 그 5초 가량의 정적도
앞으로 그의 글을 읽게 될 어느 때에 기꺼이 호출되겠죠.
고맙고도, 환하고도, 깊은 순간.
다음 여행지는
영업중 팻말을 잠시 뒤집어놓고 나타나 깜놀을 선사한 폴과 함께
소설 속 장소인 지하철 2호선 근처의 커피숍으로.
같이 있어야 할 분들 떠올리면서 그냥 우리가 좀 먼저 만났어요.
돌아온지 며칠 지난 날, 딸의 발을 씻기는데 저한테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엄마 아빠도 커피숍이랑 음식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식점은...아시죠?
그 샤브샤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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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전에 문학제 행사가 있었는데,
아이들 조용히 시키고 달래고 하느라
안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했어요.
아이들 마당에서 뛰놀게 하고
팜플렛으로 마음 달랠 때에
거기 적힌 이 시가 있.었.죠.
<그 집> 홍성란.
도라지 삼국화 핀 촌집이 좋아 맴돌다가
돌다가 꽃사진만 잔뜩 담아 왔는데
진정 나
좋아한 건 무얼까, 꽃일까
집일까
널 좋아한 게 아니라 너의 말이 좋았던 거야
널 좋아한 게 아니라 그 꽃자리가 좋았던 거야
그 집을
떠나며 무느며 나는 자꾸
울었네
첫댓글 두 아이를 데리고 또 먼 길 와준 두 분이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공식 1호 & 2호 커플의 만남 ㅋㅋ
그리고 채원아, 커피숍에 또 놀러와-
흐뭇한 기분으로 글을 읽어내려가다가, 마지막 시를 읽고, 하던 일을 접었어요. 보고 싶네요 언니.
웨하스도 먹고 싶네요 ;; ㅋ
어여쁜 당신들, 보고싶어요!!
애잔하게, 촉촉하게 읽힌 글이네요. 지하철 2호선 근처의 커피숍,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그 곳! 한동안 부채감에 뜸했던 그 곳. 거기서 올해가 가기 전에 해후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