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스물일곱 번째
민들레 예찬
화풍진진花風陣陣. 꽃을 재촉하는 화신풍花信風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봄. 바람이 한번 쓰다듬고 지나가는 자리마다 꽃들이 우르르 피어난다는 봄. 매화풍梅花風으로 시작해 소한부터 곡우까지 120일 동안 스물네 번의 화신풍이 불었다고 옛사람들은 시를 짓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상 기후로 지구촌이 이상해졌으니 말입니다. ‘봄의 예찬’을 읽으면서도 본디 봄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 봄은 얼었던 길이 녹아 질퍽거리기 일쑤였고, 먼지가 날리고 지저분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게다가 봄에 잊을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느 해, 봄이 왔는지도 모른 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누굴 만나기 위해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눈에 띈 게 노란 민들레였습니다. 돌 틈 사이에서 맑은 얼굴로 인사하는 듯 눈에 뜨였습니다. 단지 그렇게 만난 것뿐이었는데 그 뒤로 민들레만 보면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봄에 대한 기억도 새로워졌습니다. 옛사람들은 민들레를 포공영蒲公英이라고도 불렀답니다. 서당에서 심성을 기르는 덕육德育을 민들레가 지닌 아홉 가지 습성에 비유해 포공구덕蒲公九德으로 가르쳤답니다. 서양인들이 민들레를 가리켜 ‘정원을 가리지 않는 꽃’으로 표현할 만큼 강한 번식력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네 옛사람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길가에 피어 마소와 수레바퀴에 짓밟히고 짓이겨도 죽지 않고 끝내 살아나는 끈질긴 잡초, 나쁜 환경이나 나쁜 여건을 억척스레 이겨내는 인忍을 꼽았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종기에 민들레즙이 그리 좋아 인仁이라 했답니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이를 이겨내고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는 민들레 같은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인재를 찾는 선거가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