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에 절에 오는데 올해 일곱 살인 하진이가 배에 갇혀 있는 형과 누나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고 했어요”
부산 내원정사(주지 정련스님)에서 8일간 실시되는 동자승 삭발식에 참여하기 위해 차를 타고 오는 도중 하진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한 말이다.
오늘(4월29일) 오전 9시 내원정사에서 열린 동자승 삭발식에 참여해 정련스님에게 수계를 받고 원광스님이 된 (서)하진이의 마음이 애틋하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동자승 체험을 실시하고 있는 내원정사의 올해 삭발식은 출가의 기쁨이 가득했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차분하게 진행됐다.
삭발식을 마치면서 내원정사 주지 정련스님(조계종 원로의원, 동국대 이사장)은 “오늘 출가한 동자승들이 세월호를 함께 슬퍼하고 애도하는 뜻에서 성금도 모으면서 작은 정성이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자비를 실천하는 의미도 배우고, 무언의 자긍심도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정련스님은 “스님이 한명 출가를 하게 되면 그 집안의 9대가 복을 받으며, 또 그러한 공덕을 쌓아야만 스님이 한명 출현한다”면서 “동자승들이 오늘 계를 받은 것도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복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삭발을 마친 후 동자승들은 부처님 전에 출가발원문을 낭독하며 짧은 체험기간이지만 스님으로 여법하게 생활할 것을 다짐했다.
“저희 동자승들은 오늘부터, 새로운 뜻을 새기고, 선행이 씨앗을 뿌려, 공덕의 열매를 거두고자 출가를 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소리에 놀라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슬기와 용기와 지혜를 배우는 제자가 되겠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가는 길마다 막힘이 없고, 하려는 일마다 순조로우며, 만나는 사람마다 착한 뜻 함께하며, 복덕과 지혜가 늘어가도록 보살펴 주시기를 발원합니다.”
출가발원문은 동자승을 대표해 적광스님과 홍담스님이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내원정사 동자승들은 사찰에 머물며 5월6일 부처님오신날까지 스님들과 똑 같이 생활한다. 이 기간에 동자승들은 해인사 참배하고 복지시설 반야원과 마하병원을 방문해 연꽃을 나눠주기도 한다. 또한 어린이날이며 부처님오신날 전날인 5월5일에는 ‘초파일 전야제’에 참석하는 등 알찬 일정을 소화한다.
내원정사 동자승 지도법사인 수안스님은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축하나 축제 보다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아픔을 같이 나누는 의미가 있다”면서 “오늘 출가한 동자승들도 세월호 형과 누나들을 위해 기도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자승 원광스님 엄마 안홍미씨는 “요즘엔 아이들이 한둘 밖에 없어 귀하게 키우는데 동자승 체험을 통해 불심도 기르고, 독립심이나 자존감을 키워주게 하고 싶어 참여하게 했다”고 밝혔다.
오늘 삭발식을 갖고 출가체험에 들어간 동자승들의 법명은 다음과 같다. 원광ㆍ홍담ㆍ대공ㆍ각오ㆍ해명ㆍ대공ㆍ대명ㆍ명법ㆍ해공ㆍ적광ㆍ명적ㆍ남명ㆍ명진ㆍ경범ㆍ혜원 스님.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삭발의식(석가모니불 정근)과 수계, 계첩수여, 3배, 정련스님 말씀, 기념촬영 등의 순서로 진행된 내원정사 동자승 삭발식에는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