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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55
뜨거운 물이 먼저 얼어버리는 이 현상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음펨바효과 라고 부르는데, 2013년 11월 싱가포르 연구진에 의해 물의 수소 결합과 공유 결합의 에너지 상관 관계에 의한 현상이 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물이 산소와 결합되면서 천천히 금속을 부식시키고 산화철을 만드는데 이 성질의 맛을 구하 는 다인들은,물을 끓이는 주전자를 절대 씻지 않습니다. 철주전자가 벌겋게 산화되어 부식된 것을 신주단지 모시듯 이 하는 다인들도 있습니다.
겉은 헝겊으로 깨끗하게 닦고 매만지지 만 안은 내부를 씻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만들어지는 산화철과 물맛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차 맛을 즐긴다고 합니다. 쇠냄새가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특유의 냄새와 맛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 각자의 고유한 맛을 즐기는 법을 탓할 것은 없습니다.
내 친구 하나는 임신했을 때 휘발유냄새 를 맡으며 임신구역증을 달랬다고 하니 사람이란 참 신기한 동물입니다.
내게 좋은 것이 남에게 좋은 것이 아니 며, 내가 옳다고 해서 남 또한 옳은 것이 아니니 우리는 보편 타당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나 봅니다.
아! 물 참 맛 좋다. 우리는 흔히 목 마를 때 물을 마시고 나서 이렇게 감탄하지만 순수한 물은 무미무취 합니다. 즉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물에서 수 많은 맛과 냄새를 찾아 냅니다.
물 속엔 우리들이 알수없는 ,자연의 수 많은 물질과 성분들이 녹아 있는데 대표 적인 것이 광천수입니다. 이 지구상엔 별별 물이 다 있으나, 별다른 정수 과정 을 거치지 않고 마셔도 되는 물이 지천
으로 흐르는 나라는 그리 흔치 않습니 다. 조선 말기에 유럽인들이 한강토를 유람하면서 가장 놀라고 감탄한 것이, 산천이며 집 마당 안에까지 흐르는 맑은 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날로 오염 이 심해지니 이제 금수강산이란 말도 무색해집니다. 자연계의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부패한 물의 맛과 냄새를 분별해 내고 피할 줄 압니다. 그래서 물의 맛을 구별해 내겠지요.
그 많은 물 중에서 무슨 물이 차 끓이는 물로 적당할까요? 실은 답이 없다는 것 이 정답입니다. 각자의 식견과 입맛에 따라,구할 수 있는 환경에 따라, 천차만 별의 물을 무슨 재주로 어떤 물이 옳다 고 할수 있을까요? 몽골이나 네팔,티 베트,인도 등의 나라는 예전에 맑은 차 는 거의 마시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커피나 다른 차들이 시류에 따라 많이 보급되어 젊은이들이 그런 차를 많이 마셔서, 도시에서는 고유의 차가 줄어든 다는 말도 있습니다. 티베트고원은 놀랍게도 양쯔강,황하, 메콩강의 발원지 입니다 . 4000m 이상의 설산의 만년 설에 쌓여,매년 4~500억 톤 이상의 식수를 공급하지만 정작 티베트 자체는 사막보다도 비가 적게 와서 만성적인 식수 부족에 시달립니다. 흔히 하는 농담으로 티베트 사람들은 태어나서 두 번 씻는다고 하지요.
태어날 때 한 번,시집 장가갈 때 한 번.
그만큼 물이 귀하다는 말이지만 물보다 도, 그 곳의 기후가 함부로 씻고 하는 것 이 불가한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맑고 푸른 호수가 많이 있지만 호수를 신성시하기에 그 물 한 방울이라도 생활 용수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라마나 산양이나 동물들이 호숫가에서 마시는 것은, 신이 허락했다고 생각하 기에 방목해서 키우는 것입니다.
맑은 물을 구할 수 없으니 맑은 차를 끓이지 못하고 우유나 산양젖,라마젖 등 을 넣어 끓여 차를 만들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또 직접 차를 재배하지 못하니, 오랜 운송 기간으로 인해 상해버린 찻잎 이라도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별다른 채소를 먹지 않았던 이 나라의 사람들에겐, 찻잎에서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을 비롯한 여러 영양소가 반드시 필요했으니까요. 요즘 티베트 음식엔 채소가 곁들여져 있으나, 예전의 전통 음식은 채소 한 조각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을 구할 방법은 오로지 차 뿐이었습니다.
차마고도라는 유래없는 험난한 여정이 생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차 한 봉지가 뭐 그리 대단해서 몇 천 리 길을 목숨을 걸고 가는가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인간의 먹고 마시는 역사의 중요함을
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200여년 앞선 교역로이 며,중국 차의 시작인 원난성 쯔촨성에서 시작되어 인도,티베트, 파키스탄 등지까 지 이어졌습니다. 전성기에는 유럽에까 지 이어졌다고 하니 인간의 대단함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말 등에 오로지 차만을 싣고 수 천, 수 만 리 길을 갔기에 그 이름도 차마고도입니 다. 그 뒤에 비단이며 동충하초, 소금 등 다른 물자들이 오고 갔으나 차가 가장 중요한 교역품이었습니다.
해발 고도 4000m가 넘는 길과 5000 m이상의 설산의 길을, 마방들이 걸어 가서 차를 팔고 사 오는 것은 티베트의 날랜 말이었지요. 차마고도의 길은 하 나의 길은 아니었으며 크게 여덞 개의 길이 있었다고 합니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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