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당 강령으로 미리보는 미국 경제정책
2020-08-18 이정민 미국 워싱톤무역관
- 8월 20일 저녁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대선 후보 공식 추대 예정 -
- 미래 4년 민주당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정당 강령 공개 -
- 차기 美정부의 정책 변화가 불러올 경제환경 변화에 대비할 필요 -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8월 17~20일 동안 온라인에서 개최된다. 전현직 민주당 스타 정치인들이 총집결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선 후보 추대 외에도 향후 4년 민주당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당 강령'이 확정 채택될 예정이다. 최근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유력하게 예상됨에 따라 차기 민주당 정부의 정책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 개최 민주당 전당대회(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에 진보 대표 정치인 총 출동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식 추대하게 될 민주당 전당대회가 8월 17~20일, 3박 4일의 일정을 시작한다. 당초 7월 중순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예정됐던 민주당 전당대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 달 이상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두 자리수 퍼센트 차이로 앞서는 가운데 전당대회 마지막 날 20일(목) 저녁 민주당 대의원들은 조 바이든 前부통령과 카멜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각각 민주당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전당대회에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총출동해 反트럼프 연대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17일 오후 9시(미 동부시간)에 시작하는 첫 날 행사에는 경선에서 바이든 후보와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에이미 클로부처 의원 등이 찬조연설에 참여하고 개막식 마지막 연사로 미셸 오바마 前퍼스트레이디가 나서 진보 진영의 단결을 호소한다.
또한 전 일정 동안 오바마, 클린턴 대통령을 포함 낸시 펠로시 하원의당,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등 전현직 민주당 대표 정치인들이 출연해 지지를 호소하고 20일 마지막 날에 바이든의 대선후보 수락연설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 전경
자료: Forbes
부통령 후보 지명 행사장에 입장하는 바이든, 해리스 후보(8월 11일)
자료: The New Yorker
전당대회에서 확정발표되는 '2020 민주당 정당 강령(2020 Democratic Party Platform)'
전당대회에서는 대선후보 추대 외에도 대의원 투표를 통해 '2020년 민주당 정당 강령'이 확정된다. 정당 강령은 향후 4년 민주당이 추진할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팬데믹, 경제불황, 인종 갈등의 3중고 속에 치러지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과연 어떤 정책으로 승부에 임할지 여론의 관심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추구할 미래 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집대성한 민주당 정당 강령은 4년 마다 대선이 열리는 해에 정당강령 위원회를 통해 추인되고 대의원 투표로 확정된다. 이렇게 결정된 정당 강령 내용을 대선후보가 반드시 지지(endorse)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당해 대선 캠프 정책이 정당강령 위원회와 조율돼 반영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정당 강령을 사실상 후보의 정책공약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정당 강령안도 바이든과 샌더스 진영의 참모들이 공동 발의한 정책 제안서에 상당부분 기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공개된 민주당 정당 강령안은 크게 (1) 공정경제 및 중산층 재건, (2) 보건·교육 시스템 개혁, (3) 사법 개혁 및 차별금지, (4) 민주주의 제도 회복, (5) 미국의 새로운 대외정책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민주당 정당 강령안 초본 표지
자료: https://www.demconvention.com/wp-content/uploads/2020/08/2020-07-31-Democratic-Party-Platform-For-Distribution.pdf
우리나라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및 대외 정책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가. 미국 중심주의 경제정책: 미국 중산층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과감한 재정투입, 대규모 인프라 투자, 지역 균형발전,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 조달과 연구개발을 대폭 확대하되 그 혜택이 미국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자국산 구매우대' 정책 강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나. 저탄소 경제 구축: 강령에 '그린뉴딜 추진'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으나 '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경제 실현과 '35년까지 탄소배출 발전시설 중단, 친환경 재생에너지 도입 추진 등 야심찬 환경정책을 공개했다. 또한 향후 집권 시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한 파리기후조약에 재가입함으로써 국제적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미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다. 노동, 인권, 환경 중점 국제무역 시스템 정립: 미국 경제가 회복안정되기 전까지 새로운 무역협정 협상 추진을 지양하고 기존 협정의 이행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의 무역정책에서 노동, 인권, 환경을 최대 가치로 삼아 미국 노동자, 농민의 권리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들의 세금 회피 및 아웃소싱 관행을 근절하고 지적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 새로운 세제 및 무역 정책을 입안할 것을 주장했다.
라. 대중국 견제 강화: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 경제·안보 경쟁국임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홍콩 보안법, 신장위그루 인권탄압과 대만·남중국해·중-인도 국경 분쟁 등에 미국의 적극적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환율조작 행위, 부당 산업보조금, 지재권 탈취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등 전통 우방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 노력과 인도적 지원 병행: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적이고 우방국과 정교하게 조율된 외교 노력을 펼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대북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압력도 병행할 뜻을 밝혔다.
내년 미국 정권 교체 시 변화할 경제, 통상, 산업 정책 파급효과 분석 시급
미국 공화-민주당 간 정책이 극명하게 대립함에 따라 11월 대선과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무역, 산업, 에너지, 기술 등 대내외 경제 환경 격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차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우리 경제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시급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 박사는 "바이든 정부 출범 시 WTO 체제 틀 내에서 국제 통상 질서 재정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차기 정부는 서비스·디지털 교역 개방, 지재권 보호, 환경관련 신규범 정리 등에 집중할 것이고 한편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했던 TPP 재가입 논의가 활발해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차기정부의 새로운 국제통상 정책에 대한 검토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정당 강령에서 'China'를 22차례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어 민주당 정부 출범 후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권 문제에 민감한 민주당 정부가 위구르 인권, 홍콩 보안법 이슈를 문제 삼아 중국과 갈등을 심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양국으로 부터 선택의 압력을 요구 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편, 미중 간 완전한 경제 디커플링은 불가능한 바 우리 기업들은 소재, 부품, 기술 가치사슬 분석에 따른 기술투자, 투자진출, 인수합병으로 틈새기회를 노려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바이든 정부 들어 인프라, 제조업,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의 효과적 대응 여부에 따라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증대될 수 있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바이아메리칸' 등 자국산 우대 제도를 강화하는 '미국 중심(US-Centered)' 경제 추진에 강한 정책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미연에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미국 민주당 홈페이지, 블룸버그통신, 포린폴리시, CSIS,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및 KOTRA 워싱톤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