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웹서핑한다고 스트레스 받지마라…사이트 방문 기록 SW 설치하면 고민 끝
매뉴얼 있다고 인재 무시해선 안돼…좋은 직원 있어야 시스템도 좋아져
기사입력 2015.06.19
■ 샘 카펜터 센트라텔 CEO
시스템과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회사들은 직원들의 헌신과 과로에 의존해 간신히 굴러간다. 어떤 직원이 일하느냐에 따라 성과도 들쭉날쭉하다. 업무체계나 절차 지침서가 없다 보니 능력 있고 열정적인 직원들이 있으면 괜찮은데, 그 반대라면 문제가 자주 터진다. 미봉책으로 사고를 수습한 후에는 원인 분석이나 재발 방지 대책 없이 그냥 넘어가고 사고는 또 일어난다. 미국 콜센터회사 센트라텔(Centratel)이 과거에는 딱 그랬다. 시스템 위력을 강조하는 샘 카펜터 센트라텔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의 하부 시스템들을 하나씩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시콜콜한 업무까지 모두 매뉴얼로 만들면서 회사는 환골탈태했다. 그는 "하던 방식으로 일을 계속 하려는 관성을 버리고 매뉴얼화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일은 적게 하면서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샘 카펜터 CEO와 일문일답.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먼저 전체적인 목표와 운영 원칙을 문서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가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떻게 운영되는지 한눈에 알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업무 절차를 계속 하부 시스템으로 쪼개라. 고객 불만 처리 절차, 직원 고용 같은 절차 하나하나를 세분화해서 문서로 만들고 전산화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도록 해라.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업무 몰입 유도 같은 세부 절차도 시스템화할 수 있다. 예전에는 우리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웹서핑을 하며 전화 응답도 하지 않고 시간을 죽이는 직원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들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해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그러자 곧바로 문제가 해결됐다. 수차례 주의를 주는 방식으로 서로 감정을 소모하는 방식 대신 소프트웨어 설치를 발표하고 매뉴얼에 명시하도록 한 시스템이 그들의 행동을 바꾼 것이다.
―시스템으로 잘 운영되는 회사의 종류는 무엇인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이라면 모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체계가 잡힌 매뉴얼이 성과에 기여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이키와 애플 정도면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들은 새 아이디어가 사업모델로 잘 수용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실무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 이 두 회사 공통점은 시스템의 최종 목적이 이윤이라는 것이다. 매뉴얼이 단순히 절차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 이윤을 위한 디딤돌이 되도록 작동시켰다. 반면 대부분 정부기관이 정반대 이유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안 굴러가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정부기관 시스템이 약하다는 건 이상하게 들린다. 관료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부기관이야말로 어느 곳보다 더 서류와 프로토콜에 집착하는 곳이 아닌가.
▷정부기관이 시스템화에 뒤처지는 건 결과와 성과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정부기관은 민간 기업에 비해 성과라는 개념이 희박하고 또 결정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민간 기업이 이윤과 경쟁의 압박으로 시스템을 성과를 추구할 수 있도록 계속 수정하고 설계하는 것에 비해 정부기관 매뉴얼은 사실 보여주기 식일 때가 많다. 그리고 큰 사고가 나도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적다 보니 매뉴얼에 결함이 있어도 앞장서서 고치기보다는 덮어두기를 원한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기관에서는 상명하달식으로 의사결정이 실행되다 보니 실무를 아는 하위직이 시스템 개선에 대한 의견을 거의 못 낸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만드는 게 그토록 효과적이라면 왜 많은 회사들이 제대로 안 하고 있는가.
▷아마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해서 도저히 근본적인 시스템을 손댈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불끄기에만 급급하다가는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 이렇게 같은 문제가 조금씩 다른 형태로 계속 반복된다는 점에서 망치로 치면 잠시 들어갔다가 다른 곳에서 불쑥 나와서 사람 혼을 빼놓는 두더지잡기와 비슷하다. 망치로 두더지가 못 나오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아예 전원을 꺼서 게임을 끝내야 한다.
―시스템을 완벽히 만들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위기 상황이 오면 사람들이 패닉이 되어 허둥지둥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매뉴얼도 별 쓸모없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고가 나면 조건반사적으로 매뉴얼대로 할 수 있도록 계속 반복해서 훈련을 시켜야 한다. 사고가 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본 경험이 많다면 사고가 나도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평정심을 갖고 움직일 것이다. 대부분 위기 상황은 예측 가능한 것이다. 매뉴얼이 손도 못 쓸 만한 새로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위기 상황이 닥치면 매뉴얼의 미흡한 점도 눈에 띄지 않나.
▷위기 상황 후 보다 심층적인 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다. 2006년 우리 회사에서 정전이 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고 3시간 동안 작동되는 보조전원 시스템 덕에 정전 때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문서화해둔 시스템 관리 원칙 중에는 '문제가 일어났을 때는 시스템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만일 정전시간이 3시간이 넘어 보조전원이 모두 소진된다면?'이란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지극히 희귀한 경우이긴 했지만 우리는 고객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내부에서 가동할 수 있는 발전기를 구입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적 해결책으로 더 이상 우린 정전 사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센트라텔은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 2배의 월급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회사 운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도요타나 코스트코도 월급을 많이 준다. 월급과 좋은 시스템 간 상관관계가 있나.
▷시스템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이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이미 시스템이 완비된 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 내외부 상황 변화에 따라 수정하려면 좋은 인재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스템이 잘 굴러가려면 매뉴얼에 통달한 사람들이 오래 머무르는 게 좋다. 만족할 만한 월급을 주지 못하면 직원들이 수시로 나가고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도 못한 신입 직원들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매뉴얼을 갖추고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은 비숙련자나 초보자에게 일을 맡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시스템은 좋은 직원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직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된 기업 운영으로 유명한 회사들이 괜히 직원들에게 후한 월급을 주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