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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護衛武士) 3권, 17장 : 사공운의 위기 - 01
제17장 : 사공운의 위기
담황이 위기에 처하자, 누대치가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려는 순간
사공운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대로 있으시오. 소공자는 무사할거요.-
누대치가 주춤하는 순간 "서걱"하는 기이한 소리와 함께 8호가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복면이 피에 번지는 것으로 보아 내상이 적지 않은 듯 했지만,
그 보다도 자신이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눈빛이었다.
담황은 주저앉기 직전이었지만 의연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는 피
가 새어나오는 입을 악물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령인들 역시 놀란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는데, 그들도 지금과 같은 결과에 대해
서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누대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스스로도 모르게 사공운을 돌
아보았다. 결국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것은 사공운 한 명뿐이란 것
이 그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과연 뛰어난 자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아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인물이다. 미리 손써 놓기를 잘 했다.'
사공운은 누대치의 눈 속을 흐르는 어떤 감정의 역린을 느끼고
다시 한번 치미는 불쾌감을 억눌러야 했다.
공격에 실패한 8호는 쿨럭거리며 검을 지팡이 삼아 후들거리는
다리를 바로 잡았다. 다른 사령인들이 다가서려 하자 한 손을 들어
제지한 다음 담황을 보며 물었다.
"무슨 초식이냐?"
담황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몹시 통쾌한 표정이었는데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득의 양양함이 가득했다. 역시 젊은 혈기인가?
"칠절봉황천검(七絶鳳凰天劒)이었소, 당신은 친절하게도 나
에게 이 검법을 펼칠 수 있는 여유를 주었소. 그렇지 않았으
면 나는 죽었겠지."
담황의 대답에 8호는 물론이고 다른 복면인들의 눈빛도 심하게
흔들렸다. 누대치 염상은 물론이고 사공운도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
다.
사공운은 담황이 은밀하게 자신의 힘을 검에 모으는 것을 보았
다. 당연히 8호도 보았겠지만 두 사람의 해석은 큰 차이가 있었다.
8호는 담황의 봉황쾌검만을 생각했기에 이 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천봉일기(天鳳日 )를 다시 끌어 모은다고 생각했었다. 그러
나 유령신공을 터득한 사공운은 담황의 혈을 돌고있는 진기
의 흐름이 다름을 느꼈기에 비장의 한 수가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검초의 이름을 듣고는 역시 놀라고 있었다. 물론 겉으
로 표현된 놀라움은 아니지만 담황이 봉황천검을 터득했음은 뜻밖
의 사실이었다.
담황이 봉황검 담사우의 손자이니 당연히 봉황천검을 알고 있으
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장자의 원칙에 의해 봉성의 마
지막 절기는 대를 이을 장손에게만 이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무림인
은 아무도 없었다.
용부에서도 용부 최고의 절기는 용부의 직계 중, 차기 부주에 오
를 위치에 있는 자만이 접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었다.
8호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더욱 놀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누대치나 염상의 표정을 보니 그들조차 2공자가
봉황천검을 익히고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유야 어쨌든 우내6존 중 한명인 봉황검(鳳凰劒) 담사우의 최
고 절기가 몇 십 년만에 세상에 얼굴을 내 밀은 것이다. 물론
현재 담황의 초식을 제대로 본 사람은 사공운과 맞상대자인
8호 뿐이었다.
놀란 눈초리를 보내던 8호가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그래 그렇겠지, 봉검이 아니면 누가 진천분광영검법
을 이렇게 꺾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담황, 구유봉황쾌검과의 대결
에서는 내가 이겼다. 그렇지 않은가?"
담황의 표정이 담담해졌다.
"그렇소, 확실히 봉성의 쾌검보다는 분광영검이 한 수 위였소.
그러나 이 승부는 분명히 무승부요."
담황이 인정한 순간 8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동안의 고생
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라 다른
사령인들 역시 숙연한 분위기였다. 그 중에 한두명의 눈에는 눈물
이 맺히고 있었다.
참으로 일순간에 묘한 분위기로 변한 상황이라 염상과 누대치는
선뜻 어찌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담황 역시 상대방 사령인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넌 봉황천검을 다 익혔느냐?"
담황이 고개를 흔들었다.
"난 봉검의 무공중 3초까지만 익혔소. 그 이상은 나의 형이 있기
에 불가하오. 그리고 조금 전 펼친 초식이 그 3초식의 검법 중 세
번째 초식이오. 현재 나의 밑천은 다 들어냈으니 무승부라고 말한
것이오. 물론 원한다면 나는 더 싸울 용기가 있소."
담황의 말이 끝나자, 8호는 야릇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스
스로 자신의 약점을 이야기하면서도 당당했다. 작지만 기개가 있었
고, 눈을 보니 그 총명함이 저절로 드러나 있었다.
봉은 봉을 낳는가? 과연 뛰어난 핏줄은 대를 이어 전해 오는 모
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로서는 세상에 태어나서 사공운에게 감탄하
고 두 번째 보는 기재였다.
'종남의 이 정도 기재 하나만 있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가볍게 한숨을 내쉰 8호가 담황에게 말했다.
"난 충분히 만족한다. 우리의 승부는 무승부였다."
그 말을 끝으로 8호는 뒤로 물러섰다.
그가 물러서자 누대치와 염상은 가슴을 쓸어 내렸고, 용설아는
상당히 착잡한 마음이 들었기에 잠시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파랗게
얼은 하늘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노을처럼 스며 오르더니 이내 구름
처럼 흩어진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지. 하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감정인데, 이것마저 나는 숨기고 살아야 하는가?'
용설아의 얼굴은 담담했다. 그러나 그 속마저 담담한 것은 아니
었다.
8호가 물러서자 외팔이 사령인 3호가 앞으로 나섰다. 누대치와
염상이 놀라서 앞으로 나서려 하자 사공운이 그들보다 먼저 걸어
나왔다.
3호는 사공운을 보자 몹시 격동한 듯 했다. 자신의 팔을 자른 자
를 보자 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알아서 나오는구나, 전에는 네가 내 팔을 잘랐지만 이번엔 내가
너의 숨통을 끊어주겠다."
"결투를 신청한 것이오?"
"그렇다."
"혼자서 나를 이길 수 있겠소? 후회하지 않겠다면 상대해 주겠소
이다."
3호의 몸이 잠깐이지만 경직되었다. 막상 나와서 생각해보니 일
대일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
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했다.
그가 주춤거릴 때 7호 사령인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합세하겠다. 이대 일이면 할만하겠지."
사공운은 당당한 체격에 도 한 자루를 손에 들고 있는 7호를 보
았다. 결코 가벼운 상대는 아니었다.
"이 결투는 무인의 승부를 걸고 하는 것이오? 아니면 그냥 막 싸
움이오?"
사공운의 물음에 3호와 7호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래보
았자 시커먼 복면뿐이지만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는 모
양이었다.
"우리는 제대로 된 결투를 청한다. 너는 10대 고수 중 하나이니
우리가 모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상대하겠다. 그래도 좋다면
다른 그 누구도 우리의 결투에 끼어 들지 않을 것이다."
사공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건 사령인들에 한해서요? 아니면 우리를 숨어서 노리고 있는
살문이나 다른 고수들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요?"
사공운의 질문에 누대치나 염상은 물론이고 담황까지 안색이 일
변했다. 그들은 서둘러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누군가가 매복해 있는
낌새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3호와 7호는 사공운의 말에 조금 더
놀란 눈빛을 하더니 3호가 대답을 하였다.
"역시 사혼유령검의 명성은 허언이 아니었군. 내 한 손이 잘린
것을 불명예로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말을 마친 3호가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누구든지 우리의 결투에 방해를 한다면 나까지 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3호에 이어 7호의 고함이 넓게 퍼져나갔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
답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3호와 7호는 그것으로 되었다는 눈빛이
었다. 사공운 역시 그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들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모두 명문의 장로급 이상의 인물들이었다. 이
들이 무슨 연유로 사령인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보통의 무뢰배처럼
아주 신뢰 할 수 없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최소한 자신이 한 말에는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인물들이었고,
숨은 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면 일단은 경거망동하지 않으리라.
3호와 7호가 고함을 지를 때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변하고 있었
다. 우선 담황이나 염상의 경우 사공운은 이미 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비해 자신들은 이들 이외에 누군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자존심을 상해하였으며, 누대치
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누군가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
지만 사공운이 살문을 정확하게 짚어 내고 이미 그들이 어디에 숨
은 것조차 아는 것처럼 말하자 다시 한번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식은 나이도 어린놈이 시간이 갈수록 나를 놀라게 하는구
나, 무공에 있어서는 대공자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누대치는 사공운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햇살이 잘게 부서져 내리는 대지는 밤새 내린 물방울에 산란하여
시원한 풀밭을 만들어 주었고, 잡초가 무성한 1만여평의 벌판 넘어
는 소나무가 가득한 숲이었으며 숲 안쪽으로는 서서히 가파른 경사
를 이루며 험한 산들이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그 벌판 한 귀퉁이 나무 위에 묵가차와 오누치가 나란히 앉아 있
었다. 오누치는 7호와 3호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얼굴을 찌푸렸
다.
"미친놈들, 여기가 무슨 놀이터인 줄 아나. 우리더러 뭘 어쩌라
는 거야? 이미 최고의 살객들을 대기해 놓고, 살문의 제2살수인 야
차객까지 동원했는데."
오누치가 살벌하게 이야기하자 묵가차가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 무인들이오. 당연히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무슨 소리 난 살수일 뿐, 습격하기엔 지금이 가장 좋을 때요."
"만약 5명의 사령인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어쩌겠소?"
"그게 무슨 소리요? 같은 편을 공격하다니?"
"잊었소? 사령인들은 어쩔 수 없이 용낭자의 명령을 듣는 것 뿐,
우리편은 아니라 했소. 저들의 비위를 건들지 맙시다. 그리고 서로
겨루어 기진맥진 한 다음에 습격하면 더욱 효과가 있지 않겠소."
오누치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그는 몹시 못 마땅한 표정이었
다.
"사공운은 살수지왕이오. 지금 함께 공격한다면 모르되 자칫 일
이 잘못되면 골치 아파진단 말이오."
"그래도 사령인들과 충돌하는 것은 좋지 않소."
오누치는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는 살수인
오누치와 무사인 묵가차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오누치는 사령인들
의 행태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미친놈들 어차피 뒤로 할 짓 못할 짓 다하면서 꼴에 무사인척
티를 내려 하다니. 어차피 죽이고 죽이는 싸움에 무슨 정정당당함
이 필요하단 말인가? 상종 못할 인간들이다.'
오누치는 이를 갈았다. 무엇인가 어긋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던 것이다. 만약 자칫해서 용설아가 살아나게 된다면 그 뒷일은 겉
잡을 수 없게 된다. 우선 살문만 해도 용부랑은 완전하게 등을 돌
리게 되는 상황에다가 덤으로 봉성까지 적으로 돌리게 된다. 그 다
음은 안 봐도 설사요. 봐도 똥통이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 일만 남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뒤에
있는 금룡각의 위세가 적지 않지만, 전적으로 믿을 순 없었다.
자신에게 용설아를 죽이라고 명령한 살문의 문주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문주를 믿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했다.
'하필이면 사혼유령검이 이 일에 끼어 들다니 대체 저 자식은 용
부와 무슨 관계일까?'
내내 궁금한 일이었다. 물론 그 누구라도 사공운과 용부의 관계
를 짐작할 사람은 없었다.
사공운은 두 사람의 앞에 선 채로 왼팔이 없는 3호와 묵직한 도
를 들고 있는 당당한 체격의 7호를 바라보았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들이었다.
3호의 검첨은 하늘을 향해 있었으며, 7호의 도첨은 땅을 향해 늘
어트리고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건곤음양진을 형성하
고 있다는 뜻이었다. 도는 무겁고 강하니 양이며 땅(地)이고, 검은
가볍고 빠르니 음이고 하늘(天)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이치를 자연
스럽게 잘 아는 두 사람은 어지간한 강호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건곤음양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서로 펼치기 쉽다는 뜻도 되고
처음 손을 맞추어도 어렵지 않다는 뜻도 되었다.
또한 도와 검을 쓰는 사람들이 함께 누군가를 공격할 때 주로 사
용하는 이 진법은 평범한 무사들이 펼치는 것과 두 사람의 사령인
이 펼치는 것이 같을 수 없었다.
7호가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둘은 건곤음양진을 함께 수련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없다.'
사공운의 결론이었다. 비록 서 있는 자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
했다. 사공운은 가슴으로 찬바람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순간에 갑자기 누대치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그의 직감일까?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것도 확인할 수 없고, 자신에게 어떤 금
제가 가해졌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내공운용으로 혹시 무엇인가
걸리는 것이 있는가 알아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던 터였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내상은 참을 수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내내
마음에 걸렸다.
사공운이 감각을 중요시 여기는 살수였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사공운은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치려 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3
호와 7호의 신형이 뒤에서 누가 밀어낸 것처럼 미끄러져 다가왔다.
3호의 검은 사공운의 머리를 향해 송곳처럼 찔러왔고 7호는 3호와
간 일발의 차이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의 중도는 아직 아무
런 초식도 펼치지 않은 채였다. 아마도 사공운이 3호의 공격을 피
하거나 막으려 할 때 그의 도는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속전속결이다.'
사공운은 결심을 굳히고 있었기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순간 그의 검에선 청기종횡단점(淸氣縱橫斷點)
의 초식에 의한, 시퍼런 청색의 검기가 뿜어져, 3호의 검을 무력
화 시키고 그의 인후혈을 공격해 나갔다.
빠르고 냉정한 사공운의 초식에 보던 사람들이 경탄을 하는 찰라
7호의 도가 허공을 가르고 사공운의 어깨를 그어왔다. 그의 도에서
뿜어지는 힘은 멀리 떨어져서 구경하는 오누치와 묵가차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게 무슨 도법이지?'
어지간한 무공의 장단점은 다 꿰고 있다고 자부하던 사공운도 7
호가 펼치는 괴이 절륜한 도법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한가지 확
실한 것은 아주 강하고 무섭다는 것이었다.
"차앗"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공운의 검이 기묘하게 꿈틀거렸고, 그의 검
에서 뿜어진 기운이 더욱 밝은 빛을 띠었다. 드디어 소천대검식의
이대 절초 중 하나인 천기의형참(天氣意形斬)이 펼쳐진 것이다.
3호와 7호는 그의 검에 맺혀진 밝은 광채를 보고 안색이 파
랗게 질려버렸다. 어디 그들뿐이랴, 보고 있던 사령인들이나
봉성의 고수들도 눈을 크게 떴다.
"거...검강이다."
염상이 자신도 모르게 지른 소리였다. 그러나 염상의 놀라움이
어디 3호나 7호만 하겠는가? 둘은 전력을 다해 검과 도를 교차해
휘둘렀다. 그들의 검과 도에서도 밝은 광채가 사방으로 뿜어지며
사공운을 협공해 왔는데, 검과 도의 장점을 제대로 운용하여 사공
운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검은 빠르고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웠고, 도는 무겁고 강했으며,
무자비했다. 그들의 검과 도에서도 사나운 경기가 회오리쳐 뿜어졌
다.
"파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사공운의 어깨에서 피가 터졌고, 3호
와 7호는 뒤로 비척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은 크게
부릅떠져 있었다. 둘의 겉은 전혀 이상이 없었지만 얼굴에 뒤집어
쓴 복면이 피에 젖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내상을 입은 듯 했다.
"아직이다."
3호와 7호가 이를 악물고 재차 돌진해왔다. 그들은 둘이 협공을
하고 밀렸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크게 상한 듯 했다. 전 힘을 끌어
올린 두 사람의 공격은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휘둥거리게 할 만
큼 박력이 있었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조금 전의 격돌에서 내상을 입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사공운은 그들이 여기서 승부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속전속결을 결심했던 그였기에 마다할 리가 없었다.
자신의 전 내공을 전부 끌어 모아 소천 대검식의 마지막 초식인
소천검강추(小天劒 錐)의 초식으로 마주 공격해 나갔다. 그
의 검에 어린 광채만 보아도 전 공력을 끌어 모았다는 사실
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보는 사람들은 숨을 멈추었다.
오누치와 묵가차도 눈을 있는 대로 치켜 뜨고 세 사람의 결
투에 정신을 집중했다.
검강과 검강 도강과 검강이 힘 겨루기를 하는 대결을, 그들의 일
생에서 몇 번이나 볼 수 있겠는가?
투덜거리던 오누치도 어느새 그들의 대결 속에 빠져 버렸다.
그는 하늘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가 얼마인데 아직 검강
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건만, 어느 개자식은 나이 30도 안 돼 검
강을 펼치고 있었다.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었다.
용설아는 눈을 질끈 감아 버리고 말았다. 차마 볼 수 없었던 것
이다. 그러나 그녀는 사공운이 이길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는 영
환호위무사이므로 자신보다 먼저 죽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나보다 먼저 죽지 말아요. 난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요.'
그녀의 외침은 진동으로 돌다가 그녀의 가슴속에 여운으로 지고
있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녀는 눈을 떴다.
전 공력을 모아 공격을 해 가던 사공운의 신형이 돌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갑자기 그의 내공아 흩어져 버린 것이다.
사공운은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3호와 7호의
검과 도는 청색의 광채를 뿜으며 그대로 사공운을 향해 밀려왔고,
사공운의 검에 어렸던 광채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너무 갑작스런
상황이었다.
그것을 본 누대치의 안색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아차! 아직 안 되는데.'
누대치는 입이 마르는 느낌이었다. 지금 사공운이 죽으면 힘들어
진다. 그러나 사공운은 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아는 것은 오
로지 누대치 그 자신 밖에 없었다.
첫댓글 즐감~1
잘읽었습니다
누대치가 자업자득이 되어야 되겠네요...
ㅎㅎㅎ
ㅈㄷㄱ~~~~~~~```````````````````
운공
ㅈㄷㄳ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