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김성중의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에서 보는 소통의 중요성
민병식
김성중(1975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가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소설집으로 ‘개그맨’, ‘국경시장’, ‘이슬라 등이 있고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작가의 첫 소설집 '개그맨'에 실려있는 작품으로 등단작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대필 원고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작가다. 그녀는 삼각김밥으로 식사를 때우며 도서관을 전전하는데 어느 날 구립도서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팔걸이가 높고 등받이가 깊숙한, 베이지색 격자무늬의 안락해 보이는 의자가 있고 주인공은 그 의자에 앉게 된다. 그러자 그 의자가 처음으로 주인공에게 말을 건다. 주인공은 이 수다스런 의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의자가 하는 말을 받아적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의자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글로 받아 적기 위해 주인공은 수시로 도서관으로 향하게 된다. 의자가 주인공의 생각을 알고 앞서서 문장을 제시해주니 의자 덕분에 작가는 영감을 받아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의자가 주인공의 글에 토를 달고 지적질을하자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작가에게 새 일이 들어오기도 하여 결국 주인공은 의자를 떠나버리게 된다. 그후 포장마차의 의자와 대화를 나누지만 등받이가 없는 플라스틱 의자는 오로지 주인공만의 의자가 아니었고 공원에서 스스로 나무라고 착각하는 의자는 나무가 벼락을 맞고 죽자 스스로 깊은 잠에 빠진다. 다른 의자들과 대화하면서 도서관 의자의 소중함을 알게된 그녀는 다시 도서관을 방문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의자들로 채워져 있다. 그녀는 의자를 그리워하며 내 의자를 돌려달라고 말한다.
처음 대화를 통해 시작된 주인공과 의자의 만남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점점 지쳐만 간다. 바로 이 부분이 소통과 이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진정한 소통과 이해는 무엇인가. 친구든 동료든 연인이든 서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고 마음이 맞아야 하며 더 나아가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헤아리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무리 마음이 맞아도 서로 의견이 다를 때가 있으며 점점 단점도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다.
'자유롭게, 어떤 말이든 지껄여볼까요? 그건 제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주제나 소재를 정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앉아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전 끝없이 떠들어댈 운명을 지녔으니까요. 아마도 전생에 벙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생에 못한 말들이 있다면 이생에 다 쏟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다음번엔 온전한 언어를 갖게 되겠지요.'
- 본문 중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별히 ‘나’에게 말을 걸어온 의자와 그런 의자의 말을 지나치지 않고 들어준 ‘나’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말하기와 듣기라는 소통의 기본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의자와 주인공이 헤어진 이유는 단 하나다. 어느 날부터 주인공의 의자의 말을 듣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관계가 그렇다. 현대사회는 '나'중심이다. 나만 생각하고 나만 내세우는 우리 사회의 단절, 작품은 쉽게 단절되고 쉽게 헤어지는 인간관계와 소통의 부재, 오로지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를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