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어느 땐가 제천에 다니러 간적이 있었다. 뭣 뗌에 갔는진 세월이 한참 돼 잊었지만 그 때 제천 장날. 장터에 있었던 일만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난 시골 장날의 장터를 좋아한다. 뭘 특별히 살 게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장마당에 나온 갖가지 물건과 장보러 나온 사람들을 보는 게 즐겁다.
그날은 제천장이 서는 날이었다. 지금은 가본지 오래되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그당시는 중앙시장 복판으로 흐르는 개천을 중심으로 장이 섰다.
이것 저것 구경하며 장터를 걷는데, 한 옷감천 장사꾼이 눈이 띄었다.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데 당시는 고급모직에 속하는 비로도 옷감천 한 폭을 손에 들고 살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주위엔 구경꾼이 제법 모여 들었다. 옷감 천엔 관심없어 그냥 지나치러 하는데
“한 마(碼)에 3백원!”불러대는 게 귀에 들려왔다. 길에 주은 것도 아닐턴데 저렇게 싸게 팔리는 없을 터? 뭔가 이상했다.
그러자 곧장 해답이 보였다. 장날 장보러 나온 젊은 시골아낙네가 걸려 들었다. 옷감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헐 값인 장사꾼 손에 든 천을 이리저리 보던 아낙네는 “6마 정도를 사겠다. 주문했다.” 제빨리 천을 재더니 가위로 뎃각 짜르는 장사꾼의 솜시는 완벽했다..
아낙네는 장바구니서 1.800원을 세여 장사꾼에게 내민다. 그러자 장사꾼이 돌변했다. “이 아줌마 장난하나.4만8천원인데 1.800원만 주다니 도독놈 심뽀 아니요?” 당시 그돈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러더니 구경하던 주위사람들에 동조를 요청했다.
“여러분 이 물건이 1.800원 짜리로 보이시요?” 구경꾼 중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 게 비로도 옷감천인데 어딜봐도 그 돈 가지곤 어림없지? 아무래도 한 패거리가 분명했다.
아낙네는 그 소리가 나오자 사색이 됐다. 자기가 “잘못듣고 실수했다며 찬거리 사러나와 그런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사꾼은 여인네 손에 낀 금반지를 가르키며 “그 반지 맡기고 집에가 돈가져 오란다.”
아낙네는 울쌍이 되여 할 수없이 손가락에 낀 금반지를 뽑으려 했다. 이건 전형적인 네다바이 사기 수법이다. 아낙네로 부터 금반지를 받고 옷감천을 주면 그걸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판이다. 연약한 시골 여인네를 상대로 사기치는 저걸 보고 가만있어야 할까?
다른 사람의 다틈에 끼고 싶지않아 마음에 갈등이 생겼으나
【 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구경꾼 틈에 있었던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장사꾼이 알아듣게 “나도 1마 300원이란 말을 들었소?”
“그 아주머니는 잘못이 없소” 그러자 그 사기꾼은 “제 3자는 상관하지 마시오?” 험악한 얼굴로 위협했다.
나는 사기꾼 장사치에 당하고 있는 아낙네에 “반지가지고 집으로 가세요.”시골 여인네는 고맙단 인사도 하는 등, 마는등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아낙네를 돌려보내 주고 나니 사기꾼 장사치와 대결하는 형국이 됐다.보통 저들은 3~4명이 한패로 다녔다. 주변의 구경꾼은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장터싸움판 구경에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장사치에 다가서니 키가 얼굴하난 더 커 보였다.
그러나 사람의 정신은 도덕적으로 우월하면 상대보다 힘이 약해도 인원수가 적어도 상대가 우습게 보이기 마련이다. 여차하면 명치를 내질러 한 방에 끝내 버리려고 다가서는 기세에 살기를 느꼈는지 사기꾼 장사치는 꼬랑질 내렸다.
【여약한 여인네를 상대로 사기치지 마시오】 한마디로 사기꾼 가슴에 대 못까지 밖고 난 그 자리를 떴다. 당시 나이 28세라 세상에 겁나는 게 없었다. 이건 내가 젊은 날에 시골 장터서 있었던 옛이야기지만 이젠 나이먹은 촌노가 됐다. 고향 예천으로 돌아가 조상이 물러준 전답에 호박이라도 심어먹고 살려고 귀촌을 결심했다.
젊은이들이여! 조국은 지금 조선 인민공화국 남한 지점을 차린 반역도배에 사기당하는 시골 아낙네 같이 나라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위기에 처했다.
저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골라한들 말짱거짓이며 헛소리란 걸 모르는가? 결국은 우리 생명과 재산을 약탈하는 게 목적이란 걸 아는 가? 사기 당해 죽어가는 동포를 어찌보고만 있단 말인가? 왜 반역도배 척결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가만있는가 말이다.
첫댓글 맞는말씀이시오당선에눈이뒤집혀빨갱이하고손을잡는새정친가흔정친가도새겨볼말이외다..
재밌게읽었습니다.
옳소! 그렇고 말구요 정말 시원한 말씀을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