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은 국방개혁 2020과 병 복무기간 단축 등 수많은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개혁이 마무리되는 2020년 우리 군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발표된 '계획'에 '예측'과 '상상', '희망'을 곁들여 2020년 우리 군의 모습을 '가상 시나리오' 형식으로 전망해 본다. 편집자
◆ 첨단화, 무인화한 무기
2020년 11월 16일. 기지 외곽 순찰을 도는 A상병 옆에는 항상 '로돌이'가 함께한다. '로돌이'는 군견 대신 부대에 배치되기 시작한 견마형 국방로봇에 A상병이 붙인 별명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2012년 천신만고 끝에 개발에 성공한 견마형 국방로봇은 몇 가지 수정을 거쳐 실전 배치되면서 '로봇 전우'들과 함께하는 군대생활이 시작된다.
같은 시간, 전방 경계를 책임진 육군 B대대의 상황실. 전방 여러 곳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로 전송되고 있다. 경계 병력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무인감시장비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전방지역과 일부 해안지역은 과거보다 더 철통같은 경비체계를 자랑한다.
부대 상공에는 사단과 군단급 부대에서 날려 보낸 무인정찰기가 수시로 통과한다. 국방개혁이 계획했던 대로 육군에 다양한 종류의 무인기가 배치되면서 사단과 군단의 감시능력은 2배로 늘어났다.
순항훈련함대를 이끌고 유럽의 한 항구를 방문한 C대령은 뿌듯함을 감출 수 없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DDG)에 마침내 국산 함대지 순항 유도탄이 탑재되면서 한국산 함정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함정 공개행사에 몰려든 전문가들을 상대하느라 C대령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방위사업체의 D과장은 요즘 들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K-2 전차, K-21 보병전투차, K-9 자주포의 '3종 신기'는 육군의 자랑이자 세계 군수시장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면서 밀려드는 주문 폭주 때문이다. 2020년 국산무기 개발이 하나같이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을 무기체계 개발 10대 선진국에 진입시키겠다던 2007년 정부의 호언장담은 현실화된다.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하는 E박사의 머리 속에서는 첨단화, 무인화, 로봇화라는 세 단어만 맴돌고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는 모든 역량을 로봇과 무인차량, 무인함정, 무인기 관련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군 F소령은 활주로로 진입하고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보고 만감이 교차한다. 2008년부터 10여 년 동안 공군의 전투기 도입·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말릴 정도로 격렬했다. 하지만 토론 끝에 결정된 사업은 하나같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공군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부터 전자전기,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전략수송기 등 최첨단 장비의 라인업을 완전히 갖추게 된다. 하지만 미래 무인전투기와 무인폭격기를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 것인지를 놓고 또 다른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는 걸 보고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 부대구조도 천지개벽
2020년 국방개혁이 마무리되면서 마침내 육군의 총병력은 37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첨단무기로 전력이 보완되면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작지만 강한 군대'는 현실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방개혁으로 해체와 통폐합이 결정된 G사단 앞에서 부대 역사관 건립을 요구하는 예비역들의 시위가 벌어졌다는 뉴스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다. 절반 가까운 병력을 줄이면서 50~70년 가까운 자랑스러운 전통을 자랑하던 수많은 육군 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체·통폐합된 일부 사단 출신 예비역들이 군생활의 추억이 사라진다며 옛 부지에 기념관 건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해군 H제독의 어깨는 무겁다. 해군의 오랜 숙원이던 기동전단이 창설되면서 기동전단장에 임명된 H제독의 어깨에 해군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해군잠수함사령관 I 제독의 어깨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뛰어난 성능으로 격찬을 받았던 장보고급 잠수함에 이어 손원일급 잠수함이 부대의 양적 주력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신형 잠수함까지 실전배치되면서 해군 잠수함부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군은 남부작전사령부와 북부작전사령부 2원화 체제로 발전한다. 해병대는 2개 사단체제를 유지하지만 사단 내부 구조는 모듈화로 확 바뀌면서 어떤 전장에든 최대한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는 즉응전력으로 발전한다.
◆ 확 바뀐 병영생활
육군 J 일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에 불과하다. 정부의 병 복무기간 단축계획이 시행되면서 2014년 7월 13일 입대 장정부터 육군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복무기간 단축 이후 군생활이 좀 더 '빡빡해졌다'는 엄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복무기간이 줄어든 이후 일과시간 중 실시하는 군사훈련의 강도는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휴가를 나갔던 J 일병은 아버지로부터 '18개월 복무자가 현역이라고 할 수 있냐' '힘들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는 놀림을 받고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일과시간 이후 J 일병의 생활은 천국이 따로 없다. 음주와 외출만 제한될 뿐 그 외는 병사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스포츠 동아리가 활성화하는가하면 저녁 자율시간에 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철든 병사'들도 속출한다는 소식에 병사들의 부모들도 흐뭇해한다.
저녁 생활이 자율화되면서 충성클럽의 분위기도 확 바뀐다. 더 이상 먹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병사들이 충성클럽에서 책 판매와 음악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충성클럽은 시골 슈퍼마켓 분위기에서 문화센터 분위기로 변신해 간다.
분대형 생활관은 육·해·공 구별 없이 전군에 완전 정착됐다.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전군에 한두 곳 남아 있는 20세기식 침상형 생활관에는 옛날 군대의 추억을 더듬기 위한 언론들의 취재가 이어진다. 하지만 2000년에 태어난 '즈믄둥이'들은 분대형 생활관조차 불만족스럽다며 미군형 2~4인 침실을 요구해 국방부와 군 수뇌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 세계 속 한국군의 위상
한국 유엔평화유지군(PKF)의 명성은 가히 하늘을 찌른다. 국군 PKF가 파병되는 지역마다 현지 주민들이 '주둔 연장' '추가 파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해외파병 문제를 검토하는 합참 해외파병과의 K대령은 요즈음 잠이 오지 않는다. 분쟁이 터질 때마다 유엔이 한국 정부에 일순위로 파병을 요청하지만 육·해·공군은 더 이상의 해외 활동은 감당할 수 없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대학교나 합참 PKF 교육센터 등 한국군 교육기관에서 위탁교육을 원하는 외국군인이 폭증하면서 위탁교육 의뢰를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는 소동이 벌어진다. 국방대학교의 L 준장은 한국군의 민사작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군인이 늘면서 세계 군대에도 한류 바람이 몰아친다는 9시 뉴스를 보고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