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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싸커의 유혹 원문보기 글쓴이: 싸커의 유혹
[두서있는축구] 서호정= 디펜딩 챔피언의 꼴이 말이 아니다. 주중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승리로 5경기 연속 무승의 고리를 끊었던 서울은 K리그 클래식에서의 첫 승을 기다렸다. 그러나 홈에서 울산의 철퇴축구에 맞으며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K리그 클래식 5라운드를 마친 현재 서울은 3무 2패로 10위를 기록 중이다. 선두인 수원과 승점 9점 차다. 5경기에서 10실점을 허용하며 뻥 뚫린 뒷문이 문제. 하지만 서울의 수비라인 구성은 지난 시즌과 변함 없다. 분명 물은 새는데 독 어디에 구멍이 뚫렸는지를 찾을 수 없다. 서울은 주중 베갈타 센다이 원정을, 주말 수원과의 슈퍼매치 원정을 앞두고 있다. 자칫 이 두 경기를 놓칠 경우 부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긍정적 자극과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이 찾은 그 답은 차두리다.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과 함께 서울 경기를 관전 중인 차두리 (사진=풋볼리스트)
[핫이슈] 차두리를 위해 준비된 데뷔전 시나리오
지난 3월 말 서울에 입단한 차두리는 울산전을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과 함께 지켜봤다. 그 동안 차두리의 K리그 클래식에 대해 어떤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던 차범근 전 감독은 아들의 입단 후 처음으로 경기장에 등장함으로써 도전을 응원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 12월 이후 3개월 가까이 운동을 쉬었던 차두리는 서울 입단 후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타고난 운동능력을 갖춘 차두리의 몸 상태는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1~2주 내에 데뷔전을 가질 것 같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두리의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차두리의 데뷔전은 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팀에 늦게 합류한 탓에 챔피언스리그 명단에 들지 못한 그는 16강 토너먼트 시작 전까지는 리그 경기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K리그 클래식과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최용수 감독 입장에선 측면의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차두리는 로테이션을 위한 중요한 옵션이다.
만일 차두리가 슈퍼매치에서 데뷔를 한다면 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일 수 밖에 없다. 서울과 수원의 맞대결은 그 자체만으로 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다. 여기에 차두리가 지닌 스타성,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이 지휘했던 수원을 상대로 나선다는 스토리 등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진다. 차두리는 서울 입단 전 수원과도 협상을 가졌던 바가 있다. 또한 수원에는 차두리의 의형제인 정대세가 활약 중이다. 정대세는 “두리 형과 그라운드에서 만난다면 반가울 것이다. 강하게 상대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서울 입단식에서 “대세를 잡으러 왔다”며 농담을 던졌다. 최용수 감독 역시 그런 요소를 아는지 차두리의 슈퍼매치 데뷔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가시와전 참사를 깔끔하게 만회한 수원은 달라진 정신력을 보여줬다 (사진=수원 블루포토)
[핫플레이] ‘강철 멘탈’ 수원, 무기력한 연패는 없다
2008년 리그 우승 이후 수원은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9년 12위, 2010년 7위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2011년과 2012년에는 4위로 마감했지만 우승팀과는 승점 차가 무려 11점, 23점이 났다. 가장 큰 원인은 팀 전체의 정신적 자세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많은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하지만 팀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군에 입대한 염기훈이나 수원에서 쭉 뛰어 온 곽희주가 그런 힘을 발휘해도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그 때문이지 지난 시즌 수원은 어이 없는 대패를 당하는 일이 잦았다. 포항 원정에서의 0-5 패배 후 홈에서 경남, 전북에게 잇달아 0-3으로 진 3연패는 수원 팬들 입장에선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지난 3일 수원은 또 한번의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홈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시와에게 2-6으로 참패했다. 언론은 ‘빅버드 참사’라고 표현했다. 후반에 4번의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3번을 놓치는 기묘한 장면도 연출했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에게는 올 시즌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예년이었다면 충격적인 패배 후 그대로 무너지던 수원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가 숙제였다. 가시와전이 끝나고 사흘 뒤 치른 대구와의 리그 5라운드에서 서정원 감독은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 신인 김대경을 전격 투입했고 민상기, 이종민, 조지훈을 가동했다.
수원은 1-0으로 앞섰던 전반 막판 대구의 아사모아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그대로 무너진다면 예년의 전개가 반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수원은 더 이상 자신들이 모래알 조직력, 유리 멘탈의 팀이 아님을 증명했다. 후반 시작 후 1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김대경이 올린 크로스를 서정진이 헤딩골로 연결했다. 8분 뒤에는 정대세와 스테보가 멋진 패스와 움직임에 의한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수원은 대구를 3-1로 꺾고 4승 1패, 승점 12점으로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서정원 감독의 결단, 그리고 긴급 투입된 백업 멤버들의 분전, 후반 초반의 폭발력까지. 수원은 자신들이 강철 멘탈임을 확실히 증명해보였다.
[핫스토리1] 1845일을 기다린 손대호, 미완의 드라마
손대호라는 이름은 축구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2002년 수원에서 데뷔한 손대호는 성남을 거치며 K리그를 대표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2007년에는 A매치에 데뷔했고, 그 해 열린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순식간에 축구판에서 증발됐다. 2009년 라돈치치와의 트레이드로 성남에서 인천으로 팀을 옮긴 뒤 부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중반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상무나 경찰축구단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과 경력이지만 나이 계산을 잘못해 입대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2년 간 축구를 쉬게 된 것이다. 원하지 않은 이적과 부진, 그리고 군입대는 손대호를 방황하게 했다. 고향인 부산의 금정구청 실내체육관에서 공인근무요원으로 일하게 된 그는 6개월 간 아예 공도 차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접기로 마음까지 먹었다.
그런 그를 살린 것은 두 명의 스승이었다. 성남 시절 은사였던 송명원 동의대 감독, 그리고 당시 인천의 코치였던 김봉길 감독이었다. 특히 김봉길 감독은 꾸준히 손대호에게 전화를 해 “제대를 하면 부르겠다. 준비하고 있어라”며 희망을 심어줬다. 조기축구회에 나가며 운동을 시작한 손대호는 공익근무요원 해제 후 2011년 말 인천으로 복귀했다. 김봉길 감독의 관심, 그리고 선수 본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서서히 예전의 몸 상태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서긴 쉽지 않았다. 김남일, 정혁(현 전북)의 벽이 높았다. 지난 시즌 22경기에 나섰지만 선발 출전은 3회에 불과했다. 올 시즌엔 후배인 구본상, 문상윤의 도전까지 직면했다.
손대호에게 기회가 온 건 5라운드 포항전이었다. 주전인 김남일, 구본상이 한꺼번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하자 김봉길 감독은 손대호를 가동했다. 0-0이던 후반 28분 의외의 장면이 나왔다. 문상윤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손대호가 188cm의 큰 키를 이용한 헤딩으로 연결, 골을 터트린 것이다. 성남 소속이던 2008년 3월 19일 대구전 이후 무려 1,845일 만의 골이었다. 손대호의 스토리를 아는 인천의 동료들은 그 어떤 골보다 격하게 축하를 해줬다. 그러나 3분 뒤 손대호의 환희는 좌절로 바뀌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를 하는 과정에서 황진성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 그 페널티킥은 골로 연결됐고 인천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리로 이어졌다면 완벽해질 수 있었던 드라마는 그가 내 준 페널티킥으로 미완된 채 끝났다. 그래도 손대호는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다음 드라마를 준비한다.
★ 손대호, 1845일만에 터트린 골
[핫스토리2] 황진성의 페널티킥 울렁증 극복기
올 시즌에도 황진성은 포항의 변함 없는 에이스다. 여권 발급이 되지 않아 팀의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해 많은 우려를 샀지만 경기력은 여전하다. 2골 2도움으로 공격포인트에서 몰리나, 서정진(이상 5개)에 이은 리그 3위다. 팀에서 가장 정교한 왼발을 자랑하는 황진성은 팀의 페널티킥 1번 주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4라운드 전남전에서 그는 자존심을 구겼다. 0-1로 뒤진 후반 8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황진성의 슛은 골키퍼 김병지에게 막혔다. 곧바로 쇄도해 골로 연결하긴 했지만 마음 속에 있던 페널티킥에 대한 부담이 다시 살아났다. 2011년의 결정적인 페널티킥 실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진성은 2011년 울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페널티킥을 놓쳤다. 결국 포항은 0-1로 패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포항은 2012년 초반에도 지쿠, 조란, 노병준이 잇달아 페널티킥을 실축 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팀의 1번 키커로서 황진성의 고민과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5라운드 인천전을 앞두고 황진성은 혹시나 싶어 팀 훈련이 끝난 뒤 따로 페널티킥 연습을 했다. 백업 골키퍼인 김다솔을 상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했다. 그리고 신화용과 김다솔에게 골키퍼 입장에서 가장 막기 어려운 페널티킥 방법을 연구했다. ‘페인팅으로 타이밍을 뺏을 경우 키커 입장에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기하게 인천전에서 또 페널티킥 기회가 왔다. 후반 30분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공을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손대호의 파울에 넘어지며 직접 얻어냈다. 황선홍 감독은 혹시나 황진성이 부담을 느낄까 다른 선수를 키커로 고려했다. 그 사이 황진성이 직접 공을 갖고 가 페널티킥 지점에 놨다. 황선홍 감독은 황진성의 그런 자신감을 믿었다. 준비한 대로 공을 차기 전 한 차례 페인팅으로 타이밍을 뺏은 황진성은 왼쪽 구석에 찔러 넣었다. 오른쪽으로 차려 했지만 가운데로 쏠렸던 전남전과는 다른, 확실한 마무리였다. 페널티킥 골을 넣고 그 어떤 때보다 짜릿한 세리머니를 했던 데는 사연이 있었다.
★ 페널티킥골, 그리고 황진성의 강렬한 세리머니
[핫세이브1] 페널티킥 선방 100%의 비밀, 김병지의 심리전
일명 ‘단두대 매치’로 불린 강원과 전남의 맞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했던 양팀이지만 축구의 신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경기 자체로는 박진감이 넘쳤다. 홈에서 첫승을 위해 도전적으로 나선 강원, 하석주 감독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후반 막판 동점골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전남 모두 강등권 팀의 경기라고 볼 수 없는 긴장감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부터 하이라이트였다. 전반 2분 만에 강원은 페널티킥을 얻으며 기세를 올렸다. 전남의 하석주 감독은 강력하게 항의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분이 삯이지 않은 하석주 감독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때 베테랑 김병지가 나섰다. “감독님 괜찮아요. 저희가 할게요.” 그 얘기에 하석주 감독은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강원의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것은 김은중이었다. 김은중은 지난 시즌 8개의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킨 백발백중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김병지는 이미 몸이 오른쪽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발로 김은중의 킥을 막아냈다. 지난 4라운드에서도 김병지는 황진성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바 있다. 올 시즌 페널티킥 선방률 100%다. 김병지는 페널티킥 선방의 비밀을 공개했다. 첫째는 분석이다. 경기 하루 전 상대의 주요 페널티킥 키커의 습관과 선호 방향을 면밀히 체크한다. 김병지는 “김은중의 페널티킥을 보니 오른쪽과 중앙이 많았다. 경기 하루 전 코칭스태프에게 왼쪽은 버리고 둘만 택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둘째는 심리전이다. 포항전의 경우 김병지는 키커보다 먼저 움직이며 황진성의 타이밍을 뺏었다. 강원전에서는 끝까지 지켜보고 움직였다. 키커와의 미묘한 심리전으로 골키퍼가 불리한 페널티킥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다. 셋째는 집중력과 테크닉이다. 김병지가 생각했던 김은중의 킥 방향은 오른쪽 구석이었다. 하지만 정작 공은 완전히 치우치지 않고 날아왔다. 그때 김병지는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다리를 움직여 막아냈다.
전남은 리그 하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실점은 6점으로 최소 실점에서 중위권을 기록 중이다. 그만큼 김병지의 활약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김병지는 “골키퍼는 아무리 잘해도 무승부 밖에 만들 수 없다. 다음 6라운드부터는 앞에 있는 후배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베테랑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이래도 김병지가 후배를 위해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까?
★ 2012년 성공률 100%를 자랑한 김은중의 페널티킥을 막은 김병지
[핫세이브2] 장학영, 부산 골문 앞에 선 제2의 골키퍼
5라운드에서 빛났던 또 다른 슈퍼세이브가 있다. 흥미롭게도 골키퍼의 방어가 아니라 필드 플레이어의 방어였다. 부산과 성남의 격돌은 안익수 감독의 부산 방문으로 관심을 모았다. 2011년 부산에 부임, 2년을 보내면서 안익수 감독은 박종우, 임상협, 한지호, 이종원 등 현재의 주력 선수를 키워냈다. 일명 안익수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이 있다. 바로 장학영이다. 성남 소속이던 2010시즌 중반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시작한 그는 2012시즌 중반에 부산에 합류했다. 성남이 부산에서 한상운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아직 공익근무가 해제도 되지 않은 장학영을 부산에 보낸 것. 성남 시절 2군 감독으로 장학영을 키워 낸 안익수 감독이 강력히 원했던 영입이었다.
흥미롭게도 장학영과 안익수 감독은 반년 만에 헤어졌다. 안익수 감독은 2012시즌이 끝나고 성남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안익수 감독의 부름에 부산으로 온 장학영으로선 복잡한 감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학영은 개의치 않고 부산 수비라인의 새로운 핵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4월 7일 장학영과 안익수 감독, 그리고 부산과 성남은 운명의 대결을 가졌다. 윌리암의 선제골로 부산이 1-0으로 앞선 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성남은 윤영선이 골문으로 헤딩슛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 이범영을 지나 골문으로 날아갔다. 그때 골라인 앞에 서 있던 장학영이 헤딩으로 걷어냈다. 그대로 실점했으면 승부는 어찌 됐을 지 모른다. 1골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슈퍼세이브였다. 부산은 후반 26분 박종우의 프리킥이 윤영선의 자책골로 이어지며 추가골을 넣어 2-0으로 승리했다. 장학영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성남, 그리고 안익수 감독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 때문은 아니었을까?
★ 1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 없는 장학영의 슈퍼 세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