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하면 어릴적 부터 많은 형제들과 뒤엉켜 장난치다 보면 저절로 터득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나는 보물 찾기 상품을 다 걸고 자신 있게 선수등록을 했다.
그 날 씨름대회는 말하자면 토너멘트식 경기 방식인데 나는 3라운드에
가장 강적인 재삥과 맞 붙게 되었다.
재삥은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워밍엎을 한다.그리고는 누런 코를 훌쩍 들이 마시며 씩 웃어 보인다.
드디어 재삥과 나는 운명의 샅바를 거머 쥐고 건곤일척의 전쟁을 개시했던 것이다.
요리조리 탐색을 하면서 안다리 걸기에 들어 갔으나 재삥은 가볍게 다리를 빼며 갑자기
발목 후려치기로 공격해 들어 왔다.
녀석의 발길질이 얼마나 쏀지 지금도 내 왼쪽 발목에 시큰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나는 갑자기 몸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왼쪽으로 눕는다 싶었는데 어디서 뚝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씨름이 다 끝나고 내 보물상품이 모두 재삥의 시커먼 손에 들려졌을 때 까지 나는 그 소리가
내 팔꿈치에서 난 것인줄 몰랐었다.
갑자기 왼쪽 팔목에 지독한 통증이 느껴 지면서 팔을 들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만 팔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자 거너편 나무 그늘 아래서 소주를 마시던 담임 선생님께서 쫓아 오셨다.
선생님은 이리저리 살펴 보시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셨는지
나를 둘쳐 업자마자 내리 달리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생전 처음 선생님 등에 업혀 가면서도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은진관촉사에서 가장 가까운 도회지는 논산 연무대이다.
선생님은 절 아래서 택시를 잡아타시고 연무대의원으로 곧장 향했다.
요즘 같으면 뼈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 가야되지만 그 당시만해도 의료분업이 미흡하여
동네 의원이면 말하자면요즘 종합병원인 셈이다.
죽는다고 발버둥치는 나를 아랑곳 하지 않고 원장 선생은 내 왼팔을 잡아늘이신다.
그 때의 고통이란 필설로 다 형용할 수가 없다.
충분히 팔을 늘였다고 생각했는지 원장은 이번에는 냄새나는 석고를 물에 개어서 팔뚝에
척척 붙이고는 탄력붕대를 칭칭 감아 놓았다.
그로부터 근 보름 동안 나는 학교를 가지 않는 대신 줄곧 통원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또 다른 나의 운명은 연무대의원 바로 거기서 비롯되기 시작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