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수선(리폼) 제품의 두 얼굴...상표권 침해 주의 필요
- 수선(리폼) 및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 가공·수선 정도에 따라 상표권 침해 소지 있어 - |
# ‘ㄱ’씨는 낡은 명품 가방을 세척 및 분해하고 나름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열린시장(오픈마켓)에서 판매하였다. 품질 좋은 수선(리폼)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여 만족한다는 고객들의 상품평에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최근 상표권자로부터 판매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아 대응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 ‘ㄴ’씨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유명상표 로고 모양의 골동(빈티지) 장식물(액세서리)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그러나 친구를 통해 해당 제품은 정품이 아닌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임을 알게 되었고, 환불을 요구하려 했으나 판매자의 계정이 폐쇄되어 낭패를 보았다. 결국 ‘ㄴ’씨는 위조 상품 신고소를 통해 판매자를 신고했다.
특허청(청장 이인실)은 타인의 상표가 표시된 제품을 수선(리폼) 또는 새활용(업사이클링)하여 판매하거나 유통할 경우, 상표권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나이키 다회용(리유저블) 장바구나(쇼핑백)’을 엇걸이가방(크로스백), 배낭(백팩), 지갑, 주머니(파우치) 등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만든 수선(리폼)(reform)* 및 새활용(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 옷이나 가방 등의 디자인, 색상을 바꾸어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
**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을 가미하여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
그러나 나이키 수선(리폼) 제품이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정품을 변형한 것이므로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다름없고, 수선(리폼) 제품임을 밝히고 판매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나이키 측 동의 없이 상표를 사용하고 수익을 취하는 것이므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수선(리폼) 및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은 수년 전부터 친환경 소비문화의 일환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고 있다. 볼품없어진 명품 가방 또는 의류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거나 유명한 상표의 상징(로고) 장식물을 귀걸이, 목걸이 등으로 재탄생시킨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매를 통해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과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수선(리폼) 및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의 다수가 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본래 제품의 외형을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하고 상표 및 상징(로고)은 거의 그대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는 본래 상품의 품질과 형상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그 일부를 단순히 가공하거나 수선하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처럼 본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상표권 침해(상표법 제10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수선(리폼) 과정을 거친 제품의 외관이 본래 상품과 극히 유사하더라도 동일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수선(리폼) 제품에 사용된 원단, 부품, 제조 기술 등이 본래 상품의 것과 동일하지 않으므로 수선(리폼) 행위로 인해 상표의 품질보증 기능이 훼손된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설령 상표권자가 수선(리폼) 제품 판매를 문제 삼지 않더라도 상표권 침해는 비친고죄이므로 피해를 본 구매자가 판매자를 신고하여 상표법 위반이 인정되면 판매자는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최초 구매자는 수선(리폼) 제품임을 알고 구매하더라도 수선(리폼) 제품이 다시 중고 제품으로 유통될 시 이를 정품으로 오인·혼동하고 구매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표 및 상징(로고)과 동일·유사한 것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도 해당할 수 있다.
특허청 박주연 상표특별사법경찰과장은 “환경을 위한다는 좋은 의도의 소비문화 확산이 자칫 상표권 침해 및 지재권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개인이 수선(리폼) 및 새활용(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를 판매하거나 유통, 양도하는 것은 상표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