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 아차산 둘레길 걷다
24, 01, 08
집에서 출발하기 전
핸드폰으로 본 아침기온은 영하 14도 c.
이런 날씨에 산행하지 않으면 안되느냐는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혼자라면 가지 못할 길이다.추운데 가야 하느냐는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추운 날씨가
겨울맛이라며 권해서 따라 나섰다.오늘의 코스는
광나루역- 아차산생태공원- 장신대 앞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아차산이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가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시종 서울둘레길과 구리둘레길을 교차하면서 걸었다.
아차산 전망대 - 아차산성 - 대성암 -
570 깔딱고개- 아치울마을(아천동)로 하산한다.
생태공원을 지나 장신대 정문 앞에서
산으로 들어갔는데 그제 내린 눈으로 인해
걸을 때마다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생태공원에서 장신대 정문으로 가는길
대성암 앞마당의 고목
산길을 걸으면서 쉬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높은 산 정상은 오르지 못하고 걷기 편한
둘레길을 걷지만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걸을 수 있을 때 건강을 위해 열심히 걷자고...
지금은 구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듯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눈을 감고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구리시에서 세워놓은 류시화 시비에서)
한강의 동쪽에 신설한 고덕대교가 멋지다
(강 좌측은 구리시, 우측은 하남시)
둘레길을 걷는 동안 대교가 눈길을 끌었다.
설명이 필요없는 남산
월요일이지만 산길을 걷는 이들이 많았고
중국 항저우에서 왔다는 한 젊은이는
대포같이 큰 망원랜즈를 메고 다녔다.지난해 이때는 망우문화역사공원에서 출발했는데
올해는 아차산을 정반대 편에서 걷기 시작했다.
주로 구리둘레길 1코스다.
겁을 먹고 출발하게 한 아침 기온이
한낮에는 0도 c까지 상승해
중무장하고 온 겨울옷이 거추장스러웠다.
두터운 옷은 벗고 걸었지만 속옷은 젖어 축축했다.
아차산에서 본 도봉산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만경대
아치울 마을은 주변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전원주택들이 보통 이상의 솜씨를 뽐내고 있다.
연예인들이 많이 모여 산다고 소문난 동네.
특히 좋은 글을 많이 쓴 박완서 선생도
생전에 이 동네에서 살았다고 한다.
88올림픽 때 폐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을 떠나보낸 지
3개월 후 25세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보냈다.
남편과 아들을 뒤따라가고 싶었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 아픔을 잘 이겨낸 덕분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동네 뒤편에 우뚝 서 있는 하얀 예배당이
푸른 하늘과 멋진 조화를 이뤄 참 아름다웠다.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