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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19
S#1. 차창 밖 풍경
거리든, 숲이든, 바깥 풍경 휙휙 지나가는 위로 (서울은 벗어났다)
은조(E) :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
S#2. 인서트
흔들리는 은조의 차 안에 그대로 실려있는 컴퓨터 위로
기훈(E) : 어디든, 저런 거 다 필요 없이, 너랑 나랑만 보이는데. 잠깐 저 물건은, 이 세상에 없는 취급 하자. 응?
S#3. 달리는 차 안
기훈, 운전하고, 은조, 옆에서 그런 기훈을 바라보고 있다.
은조 : 너무 멀리는 가지 마.
기훈 : 너는 입을 다문다. 악 소리두 내지 않는다.
은조는 입을 다문다.
은조 : (보며) ......
기훈 : 그거 알아?
은조 : .....
기훈 : 나 배고파.
은조 : .....
기훈 : 끌려가 한 끼두 안 먹었어.
은조 : 한 끼두?
기훈 : 독약 탔을까봐 먹을 수가 있어야지, 무서워서.... (농담)
은조 ......
기훈 : 왜 니 얼굴을 보니까 맹렬하게 배가 고픈지 몰라. 응? (보며, 웃는다)
은조 : 앞에 봐. 웃지 말구.
기훈 : (보며) 뜯어먹을 거 있어서 웃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은조 : 뭐?
기훈 : 뼈에 살이라곤 한 점두 안붙어있는 거 같은데 어딜 뜯어먹어?
은조 : ..... 웃음이 나와?
기훈 : 응. (자꾸 웃는다)
은조 : (기막히고도, 안쓰럽고도, 기훈의 미소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
S#4. 어느 시골길
차 세워져 있고, 은조와 기훈, 차 앞에 나와서 주위를 둘러본다.
은조 : 식당이 없어. 어떻게 이런 데루 들어서? 말 안 듣구 계속 달리더니 배고파서 어쩔 거야?
기훈 : 괜찮아. 이리와, 얘기 좀 하자.
은조 : (말 안 듣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어디로 뛰어간다)
기훈 : 어디 가 임마?
S#5. 작은 점방
은조, 쑥 들어온다. 할머니 한 분이 졸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깬다.
은조 : 할머니 안녕하세요? 여기 식당 아닌 건 알지만, 뭐라두 먹을 수 있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할머니 : (꿈벅꿈벅 쳐다본다)
기훈 : (은조 뒤로 나타나, 점방 밖에서 은조를 바라본다)
은조 : 여기 아무것두 없구, 어떤 사람이 도대체 몇 끼나 굶었는지 몰라요. 갑자기 아무거나 먹어버리면
속에서 탈이 날 것 같기도 하구, (지갑 꺼내며) 할머니, 죽 좀 끓여주시면 안될까요? 그냥 멀겋게 끓인 흰 죽이면 되는데,
제가 밥값 충분히 드릴게요 할머니.
S#6. 차 앞
싸구려 은박 돗자리 위에 올라앉은 두 아이. 낡은 소반에 죽 두 그릇과 김치 한 종지가 차려져 있다.
기훈과 은조, 마주앉아서 먹고 있고, 기훈, 데일 듯 뜨거운 죽을 입 안에서 허- 허- 해가면서 먹고 있다.
은조, 그런 기훈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기훈 : (먹으며) 너 이눔시끼, 명심해라. 지금 니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왔다갔다 하구 있는지 다 아는데,
잠깐 그거 다 없는 일인 걸루 하기루 했어, 어? 지금 너랑 나랑, 2002년 5월 1일인 거야.
은조 : .....
기훈 : 지금부터 딱 한 시간 이십 분 동안, 십 분이 일 년이다. 엉?
은조 : ...... 무슨 말인지 하나두 모르겠네.
기훈 : (나머지 딱딱 긁어먹으며) 난 기차 같은 거 안 탔구, 대성참도가에서 쭉 사는 거야. 너랑 같이.
은조 : .....
기훈 : 시작, 어? 지금부터 십 분동안 이천 이년이다? (은조가 남긴 죽그릇 가져다가 퍼먹으며) 은조 너 이눔시키,
수학시험 10번 문제 이거 왜 틀렸어? 거의 숫자까지 똑같은 예상문제 내가 풀어줬어 안 풀어줬어?
은조 : ???
기훈 : 안되겠어. 넌 손바닥 좀 맞아야 해. 손바닥 대!
은조 : (피식 웃는)
기훈 : 어어? 안 대? 선생님 말이 우스워?
은조 : 죽이나 먹어.
기훈 : (눈 부라리는)
은조 : ..... 요.
기훈 : (웃으며, 마저 먹는다)
S#7. 점방 앞
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기훈, 빈 죽그릇이 올려진 소반을 들고, 은조는 돗자리를 접어서 들고 점방에 갖다주러 가는 길이다.
기훈 : 너 요새 자꾸 그 음대 성악과 꺼벙이랑 붙어다니더라? 그 자식 누구야? 말 안 해?
은조 : (피식피식 웃는)
기훈 : 어, 웃어? 이게, 웃어? 대답 안하구 웃어?
자꾸 피식 웃음이 나는 은조와, 놀이에 도취한 듯 진지하게 은조를 다그치는 기훈이
점방 앞 평상을 지나 점방 안으로 들어가고 하는 위로
은조(N) : 오후 네 시 이십 분, 2005년에 나는, 이 사람이 복학해서 다니고 있는 대학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단다.
이 사람은 날마다 내 책가방을 들고 나르는 내 대학 선배라는 거다.
기훈과 은조 점방에서 나온다. 점방 옆에 자전거 한 대 세워져 있다.
기훈, 점방 안에 대고 소리지른다.
기훈 : 할머니, 저기 저희 자동차 담보루 맡으시구 자전거 좀 잠깐 빌려주세요-
S#8. 그 시골길 일각
기훈, 자전거에 은조를 태우고 달린다. 은조는 빈 플라스틱 기름통을 안고 있다.
기훈 : 너 머리 좀 좋다구 그렇게 공부 안하다가는 권총 찬다? 니네 과 학과장이 얼마나 깐깐한지 알아?
은조(N) : 오후 네 시 사십 분, 2006년. 이 사람은 졸업을 한 후 취업을 미루고 대학원에 진학했단다.
자기가 졸업하고 없는 학교에서 내가 마음 놓고 연애나 하고 다닐까봐 감시하기 위해서란다.
기훈 : 학점이 이게 뭐야 학점이? 뭐? 삼점 팔? 이것두 학점이냐? 난 사점 영 이하를 학점이라구 생각해본 적이 없어 임마.
은조 : (아까처럼 피식 웃지만, 훨씬 더 가벼워져 있다)
S#9. 시골 주유소
기름통에 기름을 넣고 있는 주유소 직원 보이고. 자전거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는 두 아이.
은조를 다그치고 있는 기훈.
기훈 : 유학 같은 소리 하구 있네. 내가 널 보내줄 거 같아? 안 그래두 누가 채갈까봐 조마조마해서 바루 옆동네두 혼자서는
안보내는데, 뭐? 미국으루 유학을 가? 일단 나 졸업할 때까지 여기서 나한테 영어나 배워 임마. 따라해봐. 아이엠어보이!
은조 : (웃겨서 웃는다. 까르르 소리도 낸다)
기훈 : (그런 은조를 약간 얼이 빠진 듯 본다)....
은조(N) : 오후 다섯 시, 2008년. 나는 대학을 졸업한다. 이 때까지도 줄곧 나는, 이 사람과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는 것이다.
기훈 : (얼 빠진 채로 은조를 보며) 너, 웃을 때 소리두 나니?
은조 : (그러고 보니 소리내서 웃었다)....
기훈 : 다시 한 번 웃어봐. 어?
은조 : 뭐야, 비켜.
기훈 : 다시 웃어보라구. 어? 신기해서 그래!
직원(E) : 기름 다 넜어요!
은조 : (직원에게로 가는)
기훈 : (따라가며) 웃어봐 임마, 소리내서, 어?
S#10. 차 앞
기훈, 차에 기름 넣고 있다. 은조, 보고 있다.
기훈 : (기름 넣으면서) 너 두 눈 씻구 여기저기 다 둘러봐라, 나만한 남자 있나, 잘 생겼지, 머리 좋지, 능력있지, 유머감각 있지.
돈이 좀 없는 게 흠이지만 그거야 앞으루 벌면 되는 거구, 숟가락 두 벌 밥 그릇 두 개만 갖구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내가 너한테 딱 하나 미안한 건 신혼 초부터 우리 아부질 모시게 하는 건데 말야,
(다 넣고 빈 기름통 들고 일어선다) 우리 아부지가 회사에서 물러난 담엔 완전히 이빨 빠진 호랑이 됐거든.
괜찮아, 주도권은 너하구 나한테 있다구.
은조 : (보고 있고)
은조(N) : (기훈의 ‘숟가락 두 벌-’에서부터 이 나레이션 시작돼도 좋다) 2010년, 오후 다섯 시 이십 분, 이 사람이 드디어
취직을 했다. 그간 이 사람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고, 그래서 죄책감 같은 건 조금 도 느낄 필요가 없는 이 사람이
아주 자유롭게, 내게 청혼을 했다. 나는, 바로 승낙하지 않고, 얼마간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이 사람을 골탕먹일 생각을 하고 있다.
기훈 : (웃음기를 거두고, 은조에게 빈 기름통을 내민다) 갖다 드리구 와. 시동 걸어놓을게.
은조 : (받으며, 이제야 놀이에 조금씩 도취되고 있는 듯 보이는, 뾰로통한) 그래두 어떻게 딱 숟가락 두 벌만 갖구 시작하니?
몇 년 더 벌어 저축한 담에, 그 때 다시 생각해봐. 지금은 어림두 없어.
은조, 기름통 흔들며 점방 쪽으로 뛰어간다. 기훈, 그런 은조를 웃음기 없이 보고 있다....
S#11. 점방 앞
은조, 자전거 옆에 기름통 놓고, 점방 안을 향해 큰 소리로
은조 : 할머니, 잘 썼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조 인사해놓고 돌아서서 차 쪽을 본다. 은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걷힌다.
은조 : ?
차 있던 자리에 차가 없다. 기훈도 없다.
S#12. 시골길
기훈, 혼자서 차 몰고 가고 있다. 얼굴은 굳어있다.
기훈, 이어폰 귀에 끼고 휴대폰 작동시켜 전화 건다. 잠시 후
기훈 : (연결되면) 은조야.... 니가 어떤 앤지 아니까, 이렇게 할게....
S#13. 점방 앞
얼떨떨하고 멍한 얼굴로 기훈의 전화를 받고 있는 은조.....
기훈(F) : 이 자료, 홍주가에 갖다줄 거야. 대성참도가를 안넘기려면, 이 방법 밖에 없잖아.
은조 : ...... 당장, 와.
기훈(F) : 집에 가 있어. 다 해결하구 갈게.
은조 : 당장 오라구!!
S#14. 달리는 차 안
기훈 : 은조야. 내 말 들어. 도가를 살리자. 어떻게든 도가만 살려놓구 나면, 그 때는 정말 내가, 아무것두 없는 알거지가 돼서
맨발루 길거리를 다닌대두 상관 없어.
은조(F) : 그런 거래를 하도록 내버려둘 거 같아? 그렇게 하구 나서 정말 맘이 편할 거 같아? 정말 맘 편할 수 있어?
그런 사람이야?
기훈 : 편한 건.. 안 바래.
S#15. 점방 앞
은조, 전화 받고 있다.
기훈(F) : 어떻게 내가... 편해지니...
은조 : ......
기훈(F) : 네 번째 할 말.... 아직 너한테 안 한 말....
은조 : .....
기훈(F) : 다 끝내구 나서... 해줄게. 기다려. (끊어진다)
은조 : ...... 여보세요? 여보세요?
은조, 휴대폰 확인한다. 끊어져있다. 은조, 팔 축 늘어뜨리며, 막막하고 답답한 얼굴이 된다.
은조, 다시 휴대폰 열어 기훈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그 때 울리는 전화벨. 효선이다.
은조 : ......(효선의 이름을 보며 현실로 되돌아오는 느낌, 잠시 멈칫했다가 전화받는) 여보세요.
효선 : (울먹이는) .... 언니...
S#16. 사랑채 마당
효선 : 준수가 없어졌어 언니야!
S#17. 점방 앞
은조 : (전화) ...뭐...라구?
효선(F) : 준수가 없어졌어어!
S#18. 사랑채 마당
효선 : 유치원에서 올 시간이 됐는데두 안오길래 찾으러 갔더니 벌써벌써 갔다 그러구, 준수 친구들 집에두 다 연락해봤는데두
못봤다 그러구, 동네랑, 집 안이랑 다 찾아봤는데...언니야... 어떡해! 어떡해! 어딨어? 나 무서워 죽겠어 빨리 와아아아-!
S#19. 동네 일각
자전거를 탄 정우, 준수를 찾아다니고 있다.
-호숫가 -놀이터 -기타 그동안 보여줬던 동네 모습 몇 군데를 자전거를 타고 찾아다니는 정우,
동네 아이들 보면 자전거 세워놓고 물어보는 모습, 모른다고 도리질하는 아이들...
-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는 해진, 그 뒤를 쫓아서 이곳저곳을 살피며 가는 순분과 꽃님
-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는 효선, 찾다가 지쳐 털퍽, 바닥에 주저앉는다.
S#20. 달리는 택시 안
불안한 얼굴로 실려서 가는 은조. 그 위로
은조(N) : 동화는... 다섯 시 이십 분에 끝났다.....
S#21. 안방
전화기 앞에서 꼼짝도 못한 채 불안한 얼굴로 전화통만 주시하고 있는 효선, 손에는 휴대폰도 꼭 쥐고 있다.
효선, 문득 휴대폰을 연다. 떨리는 손으로 강숙에게 연결하는 효선.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음성 안내.
음성메시지 남기는 효선.
효선 : 엄마....
S#22. 골목길 (밤)
지남의 동네 어느 골목길이다. 지남의 딸 혜진이 전봇대 아래 쭈그리고 앉아서 엉엉 서럽게 울고 있다.
그런 혜진을 서서 바라보고 있는 강숙.
강숙 : 그만 울구 일어나. 너 이러면 니 엄마 가슴 찢어져.
혜진 : (올려다보며) 아줌마, 난 맨날맨날 너무 속상해요. 아저씨들이 엄마를 놀리는 것도 싫구,
엄마가 아저씨들한테 웃는 것도 싫구, 엄마가 아저씨들하구 싸우는 것도 싫구, 너무너무 싫어죽겠어요...
강숙 : 이것아, 니 엄마가 좋아서 저러겠니? 좋아서 술 따르구 좋아서 웃구 그러는 줄 알아? 다 너 하나 먹여살리자구 저러는 거야,
너 왜 그걸 모르구 맨날 이렇게 아무데나 숨어서 울구 그래? 얼른 일어나. 얼른.
혜진 : 아줌마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 엄마랑 술 마시는 아저씨가 누군지 알아요? 내 짝꿍 아빠에요.
안그래두 걔가 날 얼마나 미워하는데.... 얼마나 놀리는데에!
강숙 : ......
혜진 : (더 크게 소리내서 운다).....
강숙 : ...... 그렇게.... 속상해?
혜진 : (울며 끄덕끄덕)
강숙 : 그게 그렇게....속이... 상해?
혜진 : (끄덕끄덕)....
강숙 : (혜진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혜진을 끌어당긴다)....(품에 쏙 들어오도록 혜진을 안고서)..... (토닥토닥)
미안해..... 그렇게 속상한 줄... 어린 것이 그렇게 피눈물 흘리는 줄.... 어떻게 알았겠니.... 미안해... 미안해.....
S#23. 경찰서 앞 (밤)
은조와 효선, 경찰서에서 나온다. 효선,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있고, 정신이 반 나가있다.
효선 : (휘청, 하며 은조의 팔을 붙든다) 준수... 나쁜 일 생겼음 어떡해?
은조 : (자기도 불안하다)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런 생각 왜 해? 찾을 거야, 신고했으니까 경찰이 나서서 찾아줄 거구,
아직 준수 친구네 집 다 돌아본 것도 아니잖아. (가려는데)
효선 : (은조를 잡았던 팔을 확 세게 움켜쥔다)
은조 : (본다)
효선 : 너.... 뭐야?
은조 : ......?
효선 : 하루종일, 어디 갔었어?
은조 : 나중에 얘기할게. 지금은 준수 찾으러,
효선 : 하루종일 동동거렸어. 당숙할머니네서 무릎 꿇었지만 할머니 내다보지두 않구, 내가 아무리 얘길 해두 들은 척두 안하셨어.
집에 왔는데 준수가 없구, 찾아다니는 동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안해져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
넌 어디서 뭘 하구 다닌 거야?
은조 : ....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은 일단 준술 찾아보자구!
효선 : 준수가... 걱정은 돼?
은조 : ..... 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효선 : 준수, 안아준 적 있어?
은조 : ......
효선 : 준수가 너랑 내 동생인 거, 알아? 동생이라구 생각은 해본 적 있어?
은조 : ......
효선 : 난 니가 가끔, 정말루 정말루 이해가... 안 가.
효선, 휘적거리며 가버린다. 은조, 깊게 한숨쉬면서, 따라간다.
S#24. 사랑채 마당 (밤)
괜히 미안한 마음으로 효선의 눈치를 보고 있는 해진, 한쪽에 비켜 서있다.
정우, 효선, 따로따로 툇마루나 정자 등에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분위기 무겁게 가라앉아있다..
S#25. 안방 (밤)
은조, 전화기 앞에 앉아있다. 당연히 불안한 얼굴이다.
답답해서 벌떡 일어나는데, 저쪽 구석의 준수 스케치북을 발견하는 은조.
은조, 스케치북쪽으로 가서 스케치북 집어든다. 열어보는 은조.
준수가 그린 그림- 대성이 준수를 무등태우고 마당에 있는 그림,
은조 : (보는)....
한장 넘기면, 대성 얼굴로 보이는 남자 그림, 그 밑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빠>
또 한 장 넘기면 가족을 그린 그림 - 대성, 강숙, 효선, 그리고 준수가 그려져있다. 준수 글씨로 <아빠, 엄마, 작은누나, 나>
아예 은조는 그림에 없다.
은조 : ......
준수(E) : 마귀할멈!!
은조 : ......
S#26. 홍주가 사옥 앞 (밤)
사옥이 보이는 곳에 기훈이 타고 온 은조의 차가 세워져 있고, 기훈, 그 안에서 사옥을 바라보고 있다.
기훈(E) : 대성참도가 주식에 손대지 않겠다는 각서 갖구오구, 이미 가져간 주식 되돌려준 후에 연락 주세요 형.
그럼 제가 갖구 있는 자료, 돌려 드리죠.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오래 기다릴 순 없는 건 아시죠?
내일 오전까지에요.
기정(F) : 다 필요없어. 니가, 해보겠다구? 할 테면 해봐. 니가 그걸 갖구 사골 치는 날엔 아버지가 어떻게 되는지 알지?
니가 그걸 알구두, 할 놈이야? 넌 못 해.
기훈(E) : 하나 못하나, 두구 보세요 형.
기정(F) : 뭐?
기훈(E) : 기다릴게요. 내일 오전까지에요. (전화 끊는 소리)
기훈, 홍주가 사옥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씨디 플레이어 누른다. 차이콥스키 바이얼린 협주곡 흘러나온다.
기훈, 문득 멈칫한다. 씨디케이스 열어서 찾아보는 기훈. 정경화 케이스 나온다.
기훈 : ......
기훈(E) : 이게 한국이 낳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데뷔앨범인데,
S#27. 대성의 서재 (기훈의 회상) (4회)
기훈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거든? 너 정경화가 이 차이콥스키 바이얼린 협주곡을 녹음한 게 몇 살 때였는지 알아?
(하고 보면)
은조 : (기훈이 꺼내놓은 다른 물건들 이것저것 만지고 있다)
기훈 : 어 그건 뭐냐면 또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음반인데
은조 : (화집 뒤적거리고 잇다)
기훈 : 어 그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의 위대한 화가 손상기 화백 도록인데.... (에서)
S#28. 홍주가 사옥 앞 (밤)
바이얼린 협주곡 계속 흐르고 있고, 기훈, 차 안 전등 켜고는, 미소 띈 채로 차 안 여기저기 열어보고 꺼내보고 있다.
이 와중에, 장난꾸러기 악동 같은 모습이다.
조수석 앞 서랍 열어보면 티슈나 지도 같은 것 들어있고, 그 사이에서 아무거나 꺼냈는데 집어보고 보니 생리대다.
입으로 ‘에이쿠’ 소리내며 얼른 생리대 도로 넣고 서랍문 쾅 닫는다.
운전석 앞 햇볕 가리개(주차권 같은 것 끼워놓는 주머니 달린)의 주머니에 삐죽 나와있는 것 몇 장 꺼내본다.
고속도로 통행권 같은 것 몇 장 사이에서, 손상기전 입장권(혹은 기념 엽서 같은 것?)이 기훈의 무릎 위로 툭 떨어진다.
날짜는 2010년 3월쯤으로 돼 있다.
기훈, 그 입장권 유심히 들여다보며, 입이 귀에 걸리게 웃는다.
기훈 : 짜식이 이거....
기훈, 입장권을 자기 안주머니에 쏙 집어넣고 통행권은 제자리 넣는데, 전화벨 울린다.
기훈, 웃음기 거두고 얼른 액정 보면, “MMM”이다.
기훈, 받지 않고 수신거부 누른다.
기훈 : 다 끝나구 봐. 내 못된 계집애야...
S#29. 은조 방 (밤)
은조, 끊겨버린 전화를 내려다보고 있다.
은조 : ......
S#30. 사랑채 마당 (새벽)
은조, 정우, 효선, 마당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 일제히 문을 본다.
은조와 효선이 눈이 커진다. 강숙이 사색이 되어서 들어서 있다.
강숙 : 무슨 소리야.... 준수가 없어졌다니 무슨 소리냐구 니들!!
은조 : (그런 강숙을 어이가 없어서 본다)
효선 : (멍하게 강숙을 본다).....
강숙 : 무슨 소리야! 집안에 사람이 몇인데 애 하나를 제대루 못 봐!!
은조 : ...... 엄마.... 소리 낮춰....
강숙 : 니들, 샅샅이 찾아봤어? 다 찾아본 거야? 제대루 찾아본 거냐구!!
효선 : (눈물이 가득 고여서 강숙을 보고 있다)..... (달려간다)....(강숙에게 철퍽 안긴다)
강숙 : (떼어내면서) 다 찾아봤냐구! 한 군데두 빼놓지 않구 다 찾아봤냐구!
효선 : 이제... 온 거야? 아주 온 거냐구?
강숙 : (가방 내던지고 안채로 급히 간다)
효선 : 엄마. (따라간다)
S#31. 대성의 서재 (새벽)
캄캄하고, 카메라가 천천히 대성의 서재를 훑어가다가, 대성의 책상을 비춘다.
S#32. 인서트 (새벽)
대성의 책상 아래 안쪽 공간, 부스럭하는 소리 들린다.
거기서, 잠에서 깨어난 듯한 준수 울음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모기만한 소리더니, 점점 커진다.
잠시 후, 대성의 서재쪽으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들. 문 벌컥 열리는 소리.
S#33. 대성의 서재 (새벽)
불이 확 켜진다. 책상 안쪽에서 준수 울음소리 들린다.
강숙, 스위치에서 손을 떼고 후다닥 책상 쪽으로.
책상 안쪽을 들여다보던 강숙, 안도하며 털썩 주저앉는다.
강숙 : 준수야!
효선과 은조 뒤이어 뛰어들어온다.
강숙, 준수를 끌어낸다. 준수, 강숙을 보더니, 엉엉 소리내 울면서 엄마- 한다.
강숙, 그런 준수를 와락 끌어안는다.
강숙 : 준수야- 엄마야 엄마. 엄마 왔어 울지 마-
효선 : 준수야- (달려와 준수를 함께 끌어안는)
은조 : (선 채로, 안도의 한숨으로 세 사람을 본다)......
정우 : (뒤따라 와서 은조 뒤에 선다. 끌어안은 세 사람을 일별한다)...
은조 : (힘없이 뒤돌아서서, 정우 밀쳐내고 나간다)
정우 : (세 사람을 보다가)....(은조를 따라나간다)
S#34. 은조 방 (새벽)
은조 들어오더니 문 쾅 닫는다. 침대로 와서 털썩 주저앉는 은조.
방문 살짝 열리고, 정우가 들여다본다. 정우, 차마 은조의 방 안으로 한 발도 들어서지 못한 채, 밖에서 보고만 있다.
은조 : 문 닫아 정우야.
정우 : ...... (닫고 사라진다)
은조 : ......
은조(N) : 동화는, 다섯 시 이십 분에 끝났다......
S#35. 욕실 (새벽)
뿌옇고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다.
효선과 강숙, 준수를 따뜻한 물에 목욕시키고 있다, 각자 보드라운 목욕장갑 하나씩 끼고 준수의 몸을 비눗물로 문지르고 있다.
강숙, 목끝까지 미안함이 차 있는 상태, 말을 할 때마다 목구멍이 따끔거리는.
준수는 팔을 뻗어 강숙의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강숙 : (준수에게 귀 만져지는 채로, 준수의 몸을 닦으면서) 준수야, 거기 왜 들어가 있었어?
준수 : (계속 만지작..)
효선 : (준수의 몸을 닦으며, 강숙을 본다)....
강숙 : 책상 밑에, 왜 들어갔었어 준수?
준수 : 술래잡기.
효선 : (준수를 보는) 술래잡기? 누구랑? 누구랑 술래잡기를 했어?
준수 : (강숙의 귀를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효선의 코에 비누거품을 묻힌다, 그래놓고 히히 웃는다)
욕실 문 열고 들어오는 은조...
효선 : 준수야 말해봐, 부엌 할머니랑 술래잡기했어?
준수(E)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S#36. 안채 마루 (낮)
(준수의 꿈일 수도, 상상일 수도 있다. 판타지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다.)
준수가 기둥에 이마를 대고 꼭꼭 숨어라 하면 대성이 적당한 곳에 숨어서 클클 웃고 있다.
준수, 대성을 찾기 시작한다. 대성이 숨은 곳을 마침내 찾아내는 준수.
백 년만에 만나는 사람처럼 까아악 환호하는 부자.
이번엔 준수가 숨고 대성이 찾는다. 또 까아악.
S#37. 대성의 서재 (낮)
판타지 계속.
콩콩 달려오는 준수 발자국 소리.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하는 대성의 목소리 들려온다.
준수 서재 문 열고 들어와 책상 밑에 쏙 들어가 숨는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하는 대성의 목소리 가까워진다.
준수, 책상 밑에서 키득거린다.
S#38. 책상 밑 (낮)
판타지 계속.
책상 밑은 컴컴하다. 준수와 대성이 책상 밑에 나란히 들어가있다.
대성, 준수를 바짝 끌어안고 간지럼 태운다. 준수 꺄득거린다.
대성, 간지럼 멈추고
대성 : 안 졸려? 낮잠 좀 자. 눈 감아.
준수 : (감는다)
대성 : 착하기두 하지 요 이쁜 놈, 요요요 못된 놈, 요요요요 못되고 이쁜 놈. 그동안 심심했지?
준수 : (감은 채, 씩 웃는다)
대성 : 착하게 한숨 푹- 자구 나면, 엄마가 와서 계속 놀아줄 거야....
준수 : (가물가물 잠들어간다)
대성 : 준수야, 이제 니가 아빠 대신, 엄마랑 누나들 보살펴야 해. 니가 그 가여운 여자들, 지켜줘야 해. 알았지?
준수 : (잠들어가며) 응....
대성 : (토닥이며.... 낮게 자장가 부르기 시작한다)...
S#39. 욕실 (새벽)
김 폴폴 오르는 욕실, 준수의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이 젖은 삼모녀,
손으로 첨벙첨벙 물장난치는 준수,
그 위로, 더운 김으로 화면 전체가 뽀얗게 표백돼간다...
S#40. 안방 (새벽)
준수 재워놓고, 삼모녀가 앉아있다.
강숙, 은조와 효선을 모르쇠하며 준수를 토닥이고 있고,
은조와 효선, 그런 강숙의 등짝을 응시하고 있다.
강숙 : (안 보는 채로, 두 아이를 향해 던지듯이 툭) 뭘 보구 앉았어? 할 말 있어두 입 다물구 가서 눈 붙여. 난 아무 할 말 없어.
은조 : 아무 할 말이... 없어 엄마?
강숙 : 없어.
은조 : 아무 할 말이, 없다구...
강숙 : (휙 보며) 없다니까. 있어두 안 해. 피곤해. 눠야겠으니 니들은 가. (준수 옆에 누우려는데)
효선 : (소리치듯) 배고파!
강숙 : (멈춰서 보는)....
은조 : (효선을 보는)....
효선 : 배고파, 허리가 휠 거 같어. 밥 줘. 밥 해줘! (어떤 당당한 요구처럼)....
S#41. 인서트
치이이익- 압력밥솥의 꼭지가 올라온다.
(1회에서처럼 추가 흔들리는 것 말고, 밥 다 되면 빨간 꼭지가 쑤욱 머리를 밀고 올라오는 압력밥솥 있어요)
S#42. 부엌 (아침)
압력밥솥 꼭지 올라오고 있고, 강숙, 국을 끓이고, 반찬을 접시에 담고...
마치 처음부터 현모양처였던 것처럼 보이는 강숙.
그런 강숙을 부엌 문 밖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은조.
강숙이 국의 간을 보고는, 간장을 조금 더 넣고 있는데
은조 : 그거 알아?
강숙 : (간장 넣은 후 다시 간을 조금 본다)
은조 : 효선이... 아무 맛도 못느껴.
강숙 : (간 보던 숟가락 그대로 든 채로 은조를 본다)
은조 : 소태같이 짠 거나 두부같이 싱거운 거나... 효선이한텐 전부 똑같은 맛이라구.
강숙 : ....... 아직두 그런단 말야?
은조 : 병원에 몇 번 데려갔었는데, 아무 이유가 없대.
강숙 : ......
은조 : 엄마가 그런 거야.
강숙 : ...... (끓는 국에 시선 주고는, 렌지 불 끈다)
은조 : 무슨 생각이었어? 무슨 생각으루 나갔구, 무슨 생각으루 다시 돌아 온 거야? 또 나갈 거야? 그럴 거지?
챙겨갈 게 있는 거 같아서 돌 아온 거야? 그래?
강숙 : 밥 다 됐어. 효선이 잠들었으면 깨워.
은조 : (노려보듯 본다)
강숙 : (완강한 모습으로 밥을 푼다)...
은조 : .....
S#43. 마루
강숙과 은조와 효선이 밥상 앞에 앉아있다. 강숙, 숟가락을 든다.
효선, 숟가락 들고 국부터 떠먹기 시작하더니, 볼때기가 미어터지도록 한가득 입에 넣고 밥과 반찬을 씹는다.
강숙과 은조, 그런 효선을 바라본다.
강숙 : 천천히.. 천천히 먹어. (딱히 다정하지도 딱히 쌀쌀맞지도 않다, 신경쓰이는 것을 내심 감추고 있다)
누가 안뺏어먹으니까 천천히 먹으라구.
효선 : (듣지 않고, 더 열심히 먹는다)
강숙 : 천천히 먹으란 말야!
효선 : (별안간 눈물 주르륵 흘린다. 입에는 한가득 밥을 넣은 채로, 강숙을 노려보듯 본다)
강숙 : (본다).....
효선 : (보면서, 보라는 듯, 입에 넣은 것 꾹꾹 씹어서 빡빡하게 목구멍 안으로 넘긴다.
또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또 씹으면서 강숙 본다)
강숙 : (뭐라고도 못하고 뚫어져라 그런 효선을 본다)...
은조 : (물 따라서 효선 손에 쥐어준다) 뭐하는 짓이야. 물 마셔.
효선 : (컵 받아서, 시선은 강숙에게서 떼지 않고 물 마신다)...
은조 : (그런 효선을 본다)...
효선 : 우리, 알거지 됐어 엄마.
강숙 : .....
효선 : 어쩜, 집두 넘어갈지 몰라.
강숙 : ..... 뭐?
은조 : (효선을 휙 본다)
효선 : 정말 아무것두 안남을지 몰라. 아무것두 안남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것두 안남은 이 집에선 엄마.... 우리 이제 식구 아니지....?
은조 : 무슨 말이야, 집이 넘어가게 생겼다니, 집이 왜,
효선 : (은조 말엔 아랑곳 않고 강숙을 보며 계속) 나... 어떡할 거야?
강숙 : ......
효선 : 미리 말해주면 좋겠어, 나두 대빌 해야 하잖아. 혼자 남게 되더라두, 죽을 순 없는 거 아냐.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지 말구, 사라질 거면 나한테 미리 예골 좀 하지 엄마?
강숙 : 내 입으루 낯간지런 소리 못 해. 은조한테 물어봐. 쟤 나한테 한번두 달달한 소리 못들었어 이날 입때껏.
쟤한텐 못했는데 너한텐 미친듯이 했다구. 니가 알다시피, 뜯어먹을 게 많아 보여 입에 설탕을 물구 말했던 거야 그래.
진심 아니었어. 그런데, 내가 지금 너한테 달콤한 소리 하면, 너 믿어? 믿을 거야?
효선 : (가만히 본다)
강숙 : 밥이나 먹어. (은조에게) 너두 밥 먹어. 그리구 얘 하는 무슨 소린가 차분히 물어봐. 난 머리 아퍼 못 묻겠어.
(국 뜨다 말고) 근데 넌, (은조에게) 야, 얜 왜 이렇게 말에 조리가 없냐? 말이야 막걸리야 대체? 말이 앞뒤가 있어야
할 거 아냐. 집이 이마저마해서 어찌저찌 해서 넘어가게 생겼다 했으면, 그럼 어떻게 안넘어가게 할 거냐가 순서지,
저 버리구 갈 거면 미리 말해라? (다시 효선을 보며) 너 말 하는 거 은조한테 좀 배우구,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집 말이다,
누구 맘대루 넘어가? 내가 누구한테 이 집이 넘어가는 꼴을 보구 있을 거 같어? 나 송강숙이야, 절대 안 넘겨.
그런 줄 알구 밥이나 먹어. 꼭꼭 씹어서 천천히! (밥 먹기 시작한다)
효선과 은조, 그런 강숙을 가만히 바라본다. 강숙,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
효선, 흘러내렸던 눈물 쓱 닦아내고, 뭔가 안심했단 얼굴로 다시 숟가락을 든다.
은조, 효선의 집 이야기 때문에도 얼이 빠져있고, 강숙 때문에도 얼이 빠져있다.
S#44. 운학루 마당
강숙, 두 부엌 할머니 및 사용인들 불러놓고 야단치고 있다.
강숙 : 아니 내가 집 좀 며칠 비웠다구 집안 꼴이 이래요? 이봐요들, 여기 사장님 안계시다구 대충대충 얼버무릴 거면
당장 짐 싸서 나가요. 안그래두 뒤숭숭하구 처치곤란인 사람, 내가 다 눈 여겨봐두구 있어!
누가 게름 피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요?
하면서 강숙, 몇 사람 찍어서 눈치 준다. 강숙의 눈길에 찍힌 사용인들, 움찔한다.
사랑채 뒤편에서 나오던 해진, 움찔 놀라서 뒤로 돌아가려는데
강숙 : 이봐요 효선이 삼촌!
해진 : (움찔 놀라 선다)
강숙 : 이 시간에 삼촌이 여기 왜 있어? 도가 비워놓구 집에 왜 있냐구요? 게름 피면 삼촌이구 나발이구 당장 내쫓을 거니까
그리 알구 얼른 뛰어가 일 봐요!
해진, 비척거리다 낼름 뛰어서 밖으로 나가버린다.
S#45. 효선의 방
효선, 옷 갈아입고 있는데 강숙, 외출복을 입고 노크도 없이 효선의 방으로 들어선다.
효선, 본다.
강숙 : 야 너 그거 입을 거야?
효선 : 어. 안 돼?
강숙 : 그렇게 후줄근하게 입으면 같이 가는 내가 챙피해. 딴 거 해. 비켜 봐.
강숙, 효선의 옷장 문 활짝 열어젖히고 이 옷 저 옷 꺼내서 효선에게 대보고 팽개치고 한다.
효선 : 왜 이러는 거야? 어디 갈 건데?
강숙 : 야 너 이 옷들 좀 다 은조 좀 줘라. 넌 이렇게 비싸구 이쁜 거 뻗쳐 입구 다니면서 은조 하구 다니는 꼴 보면
미안하지두 않니? (옷장에 서 옷 꺼내 대충 효선에게 대 보고 몇 벌은 계속 한 쪽에 던지면서) 이거랑, 이거랑, 이거랑..
이것두, 이거 다 은조 줘.
효선 : ......
강숙 : 뭘 봐? 나 니 계모야. 계모노릇하느라 이런다 왜!
효선 : 뭐라구?
강숙 : (옷 골라 효선에게 대보고) 그거 벗구 이거 입어. 이게 니 얼굴색하구 맞아. (효선 손에 그 옷 쥐어준다)
효선 : 계모..노릇이라구?
강숙 : (보다가, 효선의 침대로 와서 털썩 주저앉는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말야, 니가 나를 따르든 안따르든,
좋아하든 미워하든, 나 그 거 상관 없어. 내가 입에 발린 거짓말은 죽었다 깨나두 못하구, 설탕을 한 종지를 입에 물구
말하는 것도 이젠 하기 싫어서 하는 말인데 말이다 효선아.
효선 : (노려보듯 보고 있다)
강숙 : 내가 너를, 은조나 준수 생각하듯이 똑같이 생각해야 한다면, 그거 때문에 복장 터져 죽을 년이다. 무슨 소린지 알아?
효선 : (노려본다)
강숙 : 어떻게 니가 은조나 준수랑 같아? 내 속으루 난 게 아닌데. 너두 그 쯤은 알지?
효선 : (노려본다)
강숙 : 당연히 다르지. 은조나 준수가 병이 나면 창자가 끊어지게 아플 거지만, 니가 아프다면 창자는 안끊어질 거라구.
효선 : (노려보고 있다)
강숙 : 창자는 안끊어져두 그래두 뭐 어디 칼루 비어서 피나는 것처럼은 아프겠지. 아무래두 그간 살아온 정두 있구,
그래두 니 아버지 생각 나게 하는 사람으루는 니가 일등이니까.
효선 : (노려보고 있다)
강숙 : 그쯤 하자구. 나는 니 계모. 너는 내 의붓딸.
효선 : .....
강숙 : 피차 그거만 알구 있음 그거 이상으루 안 바랄 거 아니냐구. 아 바라는 게 없는데 둘이 왜 들개처럼 싸우겠어? 안 그르냐?
내 말이 틀리면 틀리다구 말을 해 봐.
효선 : 칼루 비어서...피나는 것처럼은 아프다는 말...진심이야?
강숙 : 그래.
효선 : 정말 내가, 그만큼은 되는 거 같아?
강숙 : 그래. 시간 없으니까 얼른 옷이나 갈아입어.
효선 : 시간이 지나면, 정두 조금 더 들구 그러면, 내가 아플 때두 엄마 창자 끊어질 수 있어?
강숙 : 야, 끊어진다구 말하면 그거 공갈이라니까? 너 내가 입에 설탕종지 물구 달달한 거짓말이나 치면 좋겠냐구!
효선 : 창자 안끊어지면 그러면, 그래두 그 비슷하게라두 아플 수 있어?
강숙 : .....
효선 : 어? 그 비슷하게라두 아플 수 있냐구!
강숙 : 그거야 니가 하기 나름이지 이것아. 옷 안 입어?
효선 : 하기 나름이면, 내가 잘 하면, 그 비슷하게는 아파? 그래?
강숙 : (벌떡 일어나며) 아니 이게 근데, 야 넌 왜 날 못 아프게 해서 안달이냐? 무슨 말을 더 하라는 거야 여기서 대체!
효선 : (별안간 강숙에게 와서 푹 껴안긴다)
강숙 : 아우 귀찮아 왜 이래 대체 얘가! (떼내려고 하면)
효선 : (더 깊이 안긴다)....... 엄마 나한테 빚진 거 잊지 마.
강숙 : .....
효선 : 나한테, 아빠한테 죄진 거, 잊지 말라구.
강숙 : .....
효선 : 다른 걸루 갚아내란 소리 안할 테니까..... 언니랑 비슷하게는 아파 줘 엄마....
강숙 : ..... (한숨)....
효선 : ..... (더 깊이 파고드는).....
S#46. 정우의 방
정우,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뽀레버 방망이 만지작거리고 있다.
뽀레버 방망이에 씌어있는 문구를 카메라가 훑어가면,
- 어린 시절 은조랑 밥 먹던 장면 플래시백
- 사랑한데이 알라뷰 하던 정우 플래시백
- 처음 도가에 와서, 실사단을 안내하던 은조를 따라다니던 정우 플래시백
- 은조를 안고 달리던 정우 플래시백
- 은조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던 정우 플래시백
- 허브식물원에서의 은조와 정우 플래시백 (두 아이의 분위기 침울하지 않고 밝게)
- 댄스 퍼레이드 중인 베네치아 광장: 은조에게 배 타자고 조르는 정우. 싫다는 은조를 번쩍 안아 들고 배에 타는 정우.
배 타고 가면서 장난스럽게 폼 잡아가며 아리아 부르는 정우.
- 외부정원: 지나가던 사람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핸드폰 건네는 정우.
은조에게 어깨동무하는 정우. 힐끗 째려보는 은조. 움찔하고 손 내리는 척 하다가 다시 다정하게 어깨동무 하는 정우.
핸드폰 사진 찰칵
- 허브카페: 주문한 와플 나오면 은조의 접시에 덜어주려는 정우.
정우에게 포크 나이프 빼앗아 정우의 접시에 먼저 덜어주는 은조. 그런 은조를 보면서 감동하는 정우.
- 정자 앞에서 청혼 비슷한 걸 했는데 은조가 못알아듣고 가던 씬 플래시백
정우, 방망이를 짚어 의지하면서 벌떡 일어선다.
S#47. 은조의 방
은조, 조간신문을 읽다가 눈이 둥그래져있다. (신문 내용 뭔지 안 나와도 좋습니다)
은조, 신문 팽개치고, 후다닥 장농 문 열어 외출복 꺼낸다.
S#48. 운학루 마당
은조, 안채에서 뛰어나와 대문 쪽으로 달려가는데, 정우, 방에서 뛰어나와 은조를 붙든다.
정우 : 누야, 내 니한테 할 말 있다.
은조 : 정우야, 지금 안 돼. 나중에.
정우 : (붙든다) 내도 안댄다. 내도 지금 아이모 안댄다고.
은조 : .....?
S#49. 인서트
은조에게 뽀레버 방망이를 바치는 정우의 손
S#50. 호숫가
정우, 은조에게 무릎 꿇고 뽀레버 방망이를 바치고 있다.
은조, 의아해서 방망이 받는다.
정우 : (일어선다) 내는, 니가 머라칼 긴지 다 안다.
은조 : .... 무슨 말이야?
정우 : 내는 분멩히 거절당할 기다. 내 다 안다.
은조 : ......
정우 : 그래도 내는 할 기다.
은조 : ....
정우 : 니가 머라카든지간에, 할 기다.
은조 : .....
정우 : 열 네 살때부터 니는 내 여자였다. 니 눈에서 눈물 안빼고, 니 입에 들어갈 밥 안굶기고, 니가 머가 댄다캐도
내가 그래 대게 해주고, 내가 그래 해주고 싶었다. 다른 남자가 아이라, 내가 해주고 싶었다 이기다.
은조 : .... 정우야?
정우 : 니가 여게서 곯아가는 거 인자는 몬 보겄다. 니가 여게서 웃고 산다 믄, 니가 홍기훈이 금마랑 좋아 죽고 몬살모
내가 머라카겠노? 니, 금마 때문에 눈물만 뺐지, 그라고 앞으로도 그라겠지. 그래 대는 꼴 은 내가 몬본다.
은조 : 정우야.
정우 : 내랑 살자.
은조 : .....정우야.
정우 : 내랑 살자! 내랑 살자! 내랑 살자꼬 이 가스나야!!
은조 : (본다)
정우 : 내가, 행복하게 해주께. 펭생 니만 보고 살께. 펭생 니만 위해가 살 께. 니만 있으모 내도 머든지 댈 수 있다 아이가!
은조 : ...... 정우야 나....
정우 : ......
은조 : 정우야 나 그 사람..... 좋아.
정우 : ......
은조 : 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서 나.... 너하구 못 살아.
정우 : .....
은조 : 그 사람이랑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정우 : .....
은조 : 그런데, 살 수 없더라두, 영영 우리 둘이는 같이 지내면 안 되게 돼 있다구 하더라두.... 그게 .. 무슨 상관이냐 싶어.
정우 : ......
은조 :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좋아 죽겠는데!
정우 : ......
은조 : ...... 널.....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듯이 좋아해줄 여자.... 나타날 거야.
정우 : ......
은조 : 분명히 그럴 거야 정우야. 넌.... 정말 좋은 애거든.
정우 : ......
은조 : 그리구 나.... 지금 그 사람한테 가야 해.
정우 : .....
은조 : 그 사람이.... 아버질 잃게 생겼거든.
정우 : ......
은조 : (방망이, 정우에게 돌려준다) 널.... 아껴. 니가 이뻐. 니가 옆에 있어 든든해 정우야.
정우 : .....
은조 : (간다)..(걷다가..뛴다..마음은 온통 기훈에게).....
정우 : (상실감에 가득 차서, 가는 은조를 보는)......
S#51. 홍주가 사옥 앞
아침 햇살이 차 안으로 들이치고 있다. 잠깐 풋잠에 들었던 기훈이 눈을 뜬다.
휴대폰의 시간을 보는 기훈. 오전 8시쯤.
휴대폰 닫다가 문득 기훈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감돈다.
기훈, 창에 바짝 얼굴을 가져가 홍주가 사옥쪽을 바라본다. 택시에서 내린 은조가 사옥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기훈, 데인 듯 놀라 차 문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S#52. 사옥 안 로비
은조, 로비를 뛰듯이 걸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은조 들어간다.
문 닫히기 시작하는데 현관에서 기훈 뛰어들어온다.
기훈 : 은조야!
문 닫혀버렸다. 난감한 기훈.
S#53. 엘리베이터 안
은조,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다.
S#54. 기정의 층 복도
은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기정의 사무실 쪽으로 가는데, 은조 가방에서 휴대폰 울리는 소리.
은조, 무시하고 가려다가, 계속 울리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휴대폰 꺼내 액정 본다. 기훈이다.
은조 : (받는) 여보세요?
기훈(F) : 거기 서 있어. 한 발자국두 움직이지 마.
은조 : .... 어디야?
기훈(F) : 서 있어. 거기 그대루. (헐떡거리는 소리)
비상계단 문이 열리고 기훈이 나타난다.
은조, 뒤돌아본다. 뛰어올라오느라 땀에 흠뻑 젖은 기훈이 휴대폰을 접으며 은조에게로 온다.
기훈 : 은조야, 이러지 마. 곧 다 끝나. 곧 다 끝나게 돼 있다구.
은조 : 벌써 끝났어.
기훈 : 무슨 말이야?
은조 : 혹시, 쓸모두 없는 협상을 하려구 힘을 빼구 있을까봐 달려온 거라구.
기훈 : 끝났다니, 무슨 말이냐구?
은조 : 검찰에 고발됐어. 홍주가랑.... 홍한석 회장님.
기훈 : .....? 뭐라구?
기정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기정과 수행원들이 시꺼멓게 죽은 얼굴로 복도로 걸어나온다.
기훈, 그들을 본다.
기정과 수행원들, 기훈을 그저 지나쳐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기훈, 얼이 빠져서 보다가 기정 쪽으로 움직이는데,
기정, 문득 서서 기훈을 돌아본다. 수행원들도 일제히 선다.
기정, 뚫어져라 기훈을 본다. 기훈, 그 시선을 얼빠진 얼굴로 맞바라본다.
기정 : 잘 했다. 니가 이겼어.
기정, 툭 내뱉고 쏘듯이 본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로 간다. 수행원들 일제히 기정을 수행하며 따라간다.
기훈, 멍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은조 : 박영호 전 홍주가 구조본 본부장.... 알아?
기훈 : (휙 하고 은조를 본다)
은조 : 홍주가와 홍한석 회장님을 검찰에 고발하구, 양심선언을 했어....오늘 아침에.
기훈 : (충격)......
은조 : 전화를 받아야지! 나랑 의논을 해야지. 혼자서 이게 뭐야!
기훈 : ......
은조 : 검찰에 출두하셔야 하는 거 같던데.... 안가봐두 괜찮은 거야?
기훈 : .......
S#55. 홍회장 저택 앞
은조가 기훈을 싣고 저택 근처에 도착하면 도착하면, 이미 홍회장 저택 앞에 새까맣게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기훈, 그 모습을 어둡고 망연한 모습으로 보고 있다.
은조, 그런 기훈을 맘 아프게 보고 있다.
대문이 열리고, 대기하던 홍회장의 기사가 얼른 문을 열어놓고 기자들을 막는다.
홍회장과 홍의 비서가 열린 대문에서 나온다.
플래쉬가 일제히 터지고, 기자들 아우성 : 지금 어떤 심정입니까? / 자료에 나와 있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십니까?
/ 비자금 조성을 위해 각종 불법을 저지른 걸 인정하시는 겁니까? / 로비 명단이 포함돼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이혼 조정이 진행중이라는데 이 일과 관련 있습니까? 등등...
기훈, 견디지 못하고 차 문 열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은조, 따라나간다.
홍회장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기자들, 앞을 가로막고 있어서 거의 움직일 수가 없다.
기훈, 기자들 틈을 파고 들어 홍회장의 차 앞으로 간다.
기훈, 아버지쪽 차창을 마구 두들긴다. 그러는 기훈을 향해서도 카메라 세례가 퍼부어진다.
기훈 : 이거 잠깐만 내려보세요! 잠깐만 창 좀 내려보세요!!
홍회장, 기사에게 차를 세우라고 손짓한 후, 차창을 조금 내려준다.
기훈, 몸을 굽혀서 홍회장을 본다. 슬픔이 가득한 기훈의 눈.
홍회장, 그런 기훈의 눈을 응시한다.
기훈 : (속삭이듯이 말한다) 다시 한번 부탁해요.... 다 버리면 안 돼요? 다 버리구 가벼워지세요. 제가 모실게요.
다 끝내구 나오시면 제가.... 제 힘으루 돈 벌어서 용돈드리며.... 같이 바둑 두구 낚시하면서...효도할게요.....
다 버리구 나오세요...아부지....(눈물 펑펑 쏟아진다)
홍회장 : (자신도 조금 눈물이 고인다, 대답 없이 차창 닫는다, 가자고 기자 에게 손짓)
차가 휭하고 떠난다. 기자들, 홍회장의 차를 따라 뛰거나, 차량으로 뒤쫓는다.
지켜보던 은조, 기훈 앞으로 간다.
기훈, 고개 꺾고, 눈물 뚝뚝 떨구고 있다....
은조, 기훈의 손을 잡는다. 기훈, 눈물 떨어뜨리며 그런 은조를 본다.
은조, 기훈의 손을 끌고 차로 움직인다.
S#56. 등산복 매장
효선, 귀찮아하는 강숙의 팔짱을 꽉 끼고 들어선다.
나미, “효선아” 하면서 나온다.
효선 : 울엄마. 기억나지?
나미 : (꾸벅) 안녕하세요? 저 효선이 친구 나미에요!
강숙 : 으응, 그래, 그래요. (효선이 떼어내면서) 단체루 등산복이 좀 필요 한데, 좀 볼 수 있을까?
나미 : 단체루요? 그럼요! 이쪽으루 오세요.
나미, 강숙과 효선을 진열대로 안내하고,
강숙, 계속 효선을 귀찮아하고, 효선, 그럴수록 심술을 부리듯이 강숙에게 달라붙고 하는 데서.
S#57. 캐주얼 의류 매장
강숙, 진열대 위에 티셔츠 한 벌 골라 얹어놓는다.
효선, 보다가
효선 : 누구 거야?
강숙 : 누구 거긴. 은조 입힐라 그런다 왜.
효선 : 차별하지 마. 나 울아빠 딸이라구.
효선, 옷 한 벌 더 골라 냉큼 은조의 티셔츠 위에 올려놓는다.
S#58. 달리는 은조의 차
은조, 운전하고 있다. 기훈, 은조 옆에 앉아서 고개를 푹 꺾고 있다.
말이 없는 두 사람....
기훈, 참지 못하고 흑! 한번 터졌다가 삼킨다.
잠시후, 또 흑! 터졌다가 삼켜지는 소리.
은조, 그런 기훈을 찢어지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S#59. 어느 한적한 숲의 공터
기훈의 흐느끼는 소리가 숲에 퍼진다.
차 안. 기훈, 혼자 조수석에 앉아서 흐느끼고 있다. 운전석은 비었다.
은조, 마치 경비를 서듯이 저쪽에서 차를 지키고 있다. 기훈이 맘껏 울게 놔두려는 심산이다.
조수석에서 흐느끼고 있는 기훈.
기훈쪽 차 문이 열린다. 기훈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본다.
은조, 차 문을 열고 기훈의 손을 잡는다. 조용히 기훈을 끌어내는 은조.
아직도 눈이 눈물로 번들거리는 기훈을, 은조, 끌어당긴다.
기훈, 은조에게로 끌려가 가슴에 안긴다.
기훈 : .....
은조, 깜냥껏, 위로하고 싶은 깊이만큼 기훈을 숨도 못쉬게 꽈악 끌어안는다.
기훈 : .....
은조 : (토닥이듯이) 첨부터, 이럴 일이 아니었잖아....
기훈 : .....
은조 : 나한테 말하지. 처음부터.
기훈 : .....
은조 : 힘들었다구, 말했으면 좋았잖아....
기훈 : ......
은조 : 둘이 좋은 맘으루 사이좋게 의논했었으면, 우리 둘 다 아무것두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잖아....
기훈 : ......
은조 : 왜 그랬어....그러지 말지.
기훈 : ......
은조 : 날 의지해두 좋다.... 아빠가 나한테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당장 기대지 않아두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데가 생겼다는 걸
알았어. 그때....뭐가 딱딱하게 뭉쳐있었던 나... 녹작지근....해지더라. 나한테.... 기대.
기훈 : ....
은조 : 나한테 기대두 돼.
기훈 : .....
은조 : 이제 그쪽이 나한테.... 기대라구.... 응?
기훈, 은조의 허리를 바짝 당겨 껴안는다. 기대라고 말하는 은조의 눈을 바라보는 기훈.
기훈의 한 손이 은조의 뒤통수께로 올라간다.
빈틈없이 은조를 안은 기훈의 얼굴이 은조에게 다가간다. 둘 다 울고 있다. 키스한다.
(엔딩)
첫댓글 이거 없나요ㅠㅠ??
ㅠㅠ 없네요. 최근에 돌아다니고 있는 게 없는지 한번 찾아볼게요.
하지만 언제나 늘, 기약은 없습니다. ㅋ
갖고 싶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19,20 대본 생겼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