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은 상록 교목인 황칠나무에서 채취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수지 도료이다. 황칠공예는 삼국사기, 계림지, 고려사절요, 고려도경, 임원십육지 등 여러 문헌 자료에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황칠은 갑옷과 투구에 금과 같은 황금색을 나타내기 위한 도료로 매우 소중하게 사용되었고, 이 칠은 백제지역에서만 난다고 하였다.
이처럼 귀중한 문화유산인 황칠에 대하여는 전통칠 장인도 지식과 정보가 전혀 없고, 황칠공예 장인도 현존하지 않고 있어 사실 그 맥이 끊어진 상태에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값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인공합성 도료의 개발로 인하여 천연도료(옻칠 및 황칠)의 생산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고 또 이로 인하여 채취 수목자원의 고갈이 촉진된 것으로 여겨진다.
황칠은 대량증식만 가능하다면 많은 양의 황칠을 확보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천연도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 분포 및 입지
황칠나무(Dendropanax morbifera Leveille)는 두릅나무과에 난대상록 활엽수로서 잎은 호생이며, 길이 10~20cm로 난형 또는 타원형으로 3~5열로 갈라지며 꽃은 양성으로 6월에 백색으로 피고 열매는 핵과이며, 타원형으로 10월에 검게 익으며 종자대에 암술대가 붙어있다. 내한성이 약한 반면, 내음성과 내조성이 강하고 계곡부위의 토심이 깊고 비옥하고 적윤한 곳이 적당하며, 동백나무, 후박나무, 사스레피나무와 함께 혼생한다. 분포지는 전남 완도, 보길도, 대흑산도, 어청도, 제주도 등지이며 자생지의 입지조건을 보면 월평균 최저기온이 2℃ 이상이고 지형은 화산암으로 산록∼산복에 분포하고 있었으며, 표고는 150∼700m에 걸쳐 생육하고 있었다.
1990∼1992년에 걸쳐 지역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남 완도나 보길도 지역은 표고 150∼200m에 많이 분포하고 수령은 20∼30년, 흉고직경은 평균 7.5cm 정도로 소경목이었다. 반면에 제주도 지역은 표고 400∼600m에 주로 분포하고 수령은 30∼50년, 흉고직경은 10cm로 대체로 타지역에 비하여 경급이 높고 수령이 오래된 것이었다.
특히 제주도 지역에서는 수악계곡보다 서귀포 돈내코계곡이 생육조건이 양호해 종자결실이 잘 되었을 뿐만 아니라 황칠나무의 분포가 많았으며 자생지의 토양 pH는 4.9∼5.8로 약산성이며 수분함량이 16.5∼27.4%로 비교적 습기가 많은 곳에서 생육하였다.
토양성분 중 유기질함량, 전질소, 양이온 치환용량(C.E.C), 칼슘, 나트륨 등도 제주 지역이 완도나 보길도에 비하여 월등히 높았고, 미량원소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인자에 있어서도 여름철 7~8월에 제주지역의 강우량이 완도나 보길도 지방에 비하여 많고, 겨울철인 1~2월의 평균기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생지에 대한 황칠나무의 분포를 보면 먼저 완도지역이 ha당 425본이었으며, 보길도 지역이 350본, 제주지역이 270본으로 이 3곳의 약 100ha에 3만여본의 황칠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된 황칠나무는 전남 완도군 보길면 정자리 우두마을에 있는 것으로 수고가 17m이고, 직경이 51㎝인 지상 80㎝ 높이부위에서 Y자형으로 갈라져 직경23cm, 다른 줄기가 직경 34cm로 수령은 1백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 번식방법
황칠나무의 번식방법은 파종과 삽목에 의한 2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파종은 10월 하순에 채취한 종자를 바로 파종하든지 아니면 채취한 종자를 건조되지 않도록 습기 있는 모래에 섞어서 노천매장 시킨 후 이듬해 3∼4월에 파종한다. 발아율은 80%이나 과육에는 발아 억제물질이 있으므로 과육을 붙인 채 파종하면 발아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삽목에 의한 방법이 있는데, 삽목 시기는 8월중이 적당하며 다른 시기에 삽목한 것보다 발근율이 10∼20% 더 높게 나타났으며, 발근율이 60% 정도이었다.
(라) 황칠의 채취
1) 재래식 채취방법
황칠나무 수지액의 분비시기는 5월부터 11월까지이나 채취시기는 옻칠과 마찬가지로 더울 때인 7월부터 9월사이이나 대체로 장마철에 채취한 수지액은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다소 질이 떨어지므로 장마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지액의 채취방법은 수간에 칼로 V자나 O자형으로 상처를 내면 유관에서 황색의 액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유백색의 액이 나오나 공기 중에서 서서히 수분을 잃고 황색이 된다.
그리고 채취시기별로 보면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이 가장 많이 분비되었으며 재래식 채취방법은 V자나 O자형으로는 1회 채취량이 약 2mg/㎠으로 아주 미량이었다. 채취방법에 있어 중요한 것은 수지구에 다소 깊게 내어야 한다는 것이며, 재래식 방법으로는 한 나무당 연간 채취량이 15년생일 경우 0.03g으로 옻칠 7년생일 경우 채취량 150g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2) 파라코트 처리에 의한 대량 채취방법
황칠나무 수지액의 채취에 있어 기존의 방법으로는 단위면적당 2mg/㎠ 밖에 채취할 수 없으므로 파라코트 처리에 의한 수지액을 대량으로 채취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파라코트 처리의 최적시기는 7월중이며, 분비부위는 수피로 밝혀졌으며, 파라코트 처리에 의한 수지액의 분비는 처리 1개월 후부터 반응이 일어나 서서히 황칠수지액이 분비되며 이 현상은 음지에 있는 수목보다는 양지쪽에 있는 수목에 대하여 반응이 더 잘 일어났다. 또 경급별로 경급이 클수록 많이 분비되었으며, 처리회수가 가급적 적을수록 수목에 피해를 덜 주었다. 가장 적절한 처리시기 및 회수는 7월중에 1회로 밝혀졌으며, 처리방법은 수간둘레의 1/4 박피한 것이 적절하였으며, 재래식 방법에 비해 약 150배의 증수로 15년생 1본당 연간 5g정도의 채취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파라코트 처리시 주의해야 할 것은 한 나무에 대해 처리회수를 많게 한다든지 직경급 5cm 이하인 나무에 파라코트를 처리할 경우 나무가 고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균접종에 의한 방법
파라코트 처리에 의해 재래식 방법보다 다량의 황칠의 채취가 가능하나 유독성 약제의 사용으로 인한 작업의 위험성 및 수목 고사의 우려성 등이 문제시되고 있어 새로운 방법에 의한 황칠의 채취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황칠나무수피에 상처를 내고 회색고약병균(Septobasidium sp)을 접종한 결과 접종구당(면적 12㎠) 평균 2g정도 분비되었으며 가장 많이 분비된 경우는 27g까지 분비되었으며 또한 황칠이 분비되는 동안 임목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다만 재래식 채취법(2㎎/㎠)에 비해 단위면적당 80배 정도 더 많이 분비되나 파라코트 처리법(357㎎/㎠)보다 약 절반 정도 적게 분비되었다. 다만 이 방법은 장마철에만 효과가 있는 단점이 있다.
(마) 황칠의 가공법
1) 생칠가공
수피에 칼로 상처를 내고 나서 10일쯤 지나면 분비된 액즙이 서서히 수분을 잃고 황색으로 변할 때 채취하여 그릇에 모은다. 어느 정도로 칠할 수 있는 양이 모아졌을 때 100수매리 망사로 걸러 이물질을 제거한 후 사용하는데 이 때 모아둔 그릇에 침전하는 것은 광택도와 투명도가 떨어지는 저질이고 상층액이 양질이다.
2) 알코올·벤젠추출
태풍과 바람으로 상해수지구가 형성되어 몇 십년이고 몇 백년에 걸쳐서 고드름처럼 흘러내려 굳어진 황칠덩어리를 Soxhlet추출기의 원통여과지에 넣고 에틸알코올:벤젠(1:2)혼합액으로 노랑색깔이 다 빠져 나올 때까지 추출한다.
(바) 황칠의 도장성능
황칠 수지액은 비중이 0.93이고 점도는 123 cp이며, 저장 안정성이 매우 양호한 천연의 투명도료로서, 황금색을 띠는 고광택의 도막을 형성하며, 도장 초기에는 상쾌한 향기를 지니나, 도장 후 시간이 경과하여 방향성 물질이 휘산되면 향기는 없어진다. 황칠은 물에는 희석되지 않고 층분리가 일어나나 유기용매에는 희석이 가능하다.
황칠나무에서 곧 바로 채취한 황칠 조수지액에는 협잡물이 다량 혼입되어 있는데 황칠의 분리, 정제는 압착법의 경우 수율이 25~30% 정도이나, 원심분리하면 75~80% 정도 회수 이용이 가능하다. 분리·정제 작업시 유기용매를 사용해야 할 경우는 황칠 고유 광택의 유지를 위하여는 아세톤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였다.
황칠은 광중합성(photo-induced polymerization) 도료이기 때문에 햇볕에 건조시킬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되나, 음지(실내)건조는 24시간 이상, 60~80℃의 고온건조는 10~4시간 소요되었다.
황칠도막의 색상은 붉은색(a값)이 14.0, 노랑값(b값)이 28.3인 투명성의 황금색을 나타내는 고광택 도료이며, 도막의 광변색(photo degradation)은 도막 자체의 변색이라기 보다는 바탕재의 변색에 의해 유발되었으며, 광조사로 인하여 황칠도막 자체의 고유광택이나 색상변화의 징후는 없었다.
황칠나무 수지액의 물리적 성질을 보면 수분함량이 19.5%로 높은 편이었으며, 투명도는 1차 도포시 95%, 2차도포시 55%로 양호한 편이며, 색상은 황금색에 속했고, 점도는 도장하기에 알맞은 편이었다.
그리고 황칠의 주성분은 세스퀴테르펜이며 유기용매에 대한 수지액의 용해성을 보면 에테르, 아세톤, 알코올-벤젠등 유기용매에 잘 용해되며, 물에는 희석되지 않아 옛날 사람들이 황칠을 보관할 때 물에 넣어 보관하였던 것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문헌 계림지에 의하면 황칠의 도장, 건조가 곤란하다고 하였으며 도장에 요하는 시간은 칠하기, 건조하기가 모두 하루이면 충분하고 도장회수는 3번 반복해서 칠한다. 그리고 합죽선에 칠할 때는 들깨기름을 먼저 바르고 말린 후에 솔로 칠하고 햇볕에 말린 후에 다시 솔로 칠하며 햇볕에 말리는 일을 3번 반복해서 광택을 내었다. 목제품일 경우 들깨기름을 바르지 않고 황칠을 바로 칠하는데 칠한 후 말리는 일은 합죽선과 마찬가지로 3번 반복하였다.
실제로 황칠의 도장성능을 보면 경도는 수종에 관계없이 보통으로 나타났으며, 부착력은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내충격성과 내한열성은 양호하나 일반적인 투명 래커에 비해 투명도, 광택도 등이 다소 떨어졌으며 같은 천연도료인 옻칠에 비하여 색상이 뛰어나고 작업성도 좋으나 도막의 경도나 내화학성 등은 다소 떨어진다. 한편, 황칠도막은 80℃에서 30분 경과하면 건조도막의 연화(軟化)가 일어나기 시작하여 열안정성이 매우 약한 도료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사) 황칠의 용도
황칠은 그 채취량이 극소량이기 때문에 소량의 황칠을 사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지닌 제품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서 몇 가지 이용 가능한 용도를 살펴 보면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황칠은 황금빛 찬란한 천연도료로써 목공예품을 화려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에 고품격의 목재용 화장도료로 최적격이며, 특히 향기가 좋기 때문에 안방가구나, 합죽선, 목침, 병풍 등에 칠하여 한국 고유의 칠기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황칠도막은 열에 대한 안정성이 매우 약하므로 생활가구 중 열이 있는 물체를 올려 놓게 되는 식탁이나 탁자의 상판, 천판 등으로서는 사용이 곤란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한편, 황칠은 금속공예 중 은공예품의 내외벽에 칠하면 은빛이 황금색으로 되기 때문에 은공예품에 금박을 넣은 것 같이 보여 은공예품의 가치를 더 한층 높이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