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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10 Billy Elliot
아래의 글은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에서 옮긴 것입니다.
Billy Elliot (2005)
사회적 리얼리즘을 통해 신랄한 풍자를 선보이다
초연: 2005년 5월 11일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
기획: Working Title Films, Old Vic Productions
연출: Stephen Daldry
극본 ․ 작사: Lee Hall
작곡: Elton John
안무: Peter Darling
수상: 2006년 로렌스 올리비에상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3개상 수상(음향디자인, 안무, 남우주연)
대표곡: Electricity
The Letter
Grandma's Song
Express yourself
흥행 영화, 무대의 옷을 입다
성장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순진무구한 아이가 어릴 적에는 몰랐던 주변 환경을 인지하면서 겪는 정신적 방황과 고난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영국 태생의 TV연출가 출신 신예감독 스티븐 달드리가 2000년에 메가폰을 잡은 장편영화 데뷔작《빌리 엘리어트》도 손꼽히는 성장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이 영화는《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Four Weddings and A Funeral》《풀 몬티 Full Monty》《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등과 함께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한 영국 영화의 대표주자이다.
음악과 춤이 주요 모티브였던 이 영화가 극장용 뮤지컬로 제작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많은 뮤지컬 마니아들이 관심을 보였는데, 2005년 5월 11일 마침내 웨스트 엔드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의문의 베일을 벗었다. 뮤지컬《빌리 엘리어트》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을 맡았고, 영국의 내로라하는 싱어 송 라이터 엘튼 존이 작곡을 더해 완성되었다.
무대는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 1980년대 탄광노조와 정부의 대립이 팽팽했던 마거릿 대처 정권 시절이다. 소년 빌리 엘리어트는 탄부로 일하는 아버지와 형 토니 그리고 치매 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빌리는 돌아가신 엄마의 손길을 늘 그리워한다.
아버지의 강요로 시작한 권투 연습 중, 빌리는 체육관의 다른 한쪽에서 진행되고 있는 발레에 관심을 갖는다. 마치 운명처럼 빌리는 춤이 가져다주는 평화로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음악에 매료당하고, 발레 선생인 윌킨슨 부인은 이런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친다. 빌리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을 간파한 윌킨슨 부인은 로열 발레 아카데미에 도전할 것을 권유하고,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그들만의 안무를 연습하기 시작한다.
점차 춤의 매력에 빠져들던 빌리는 그러나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 형에게 발레 수업을 들키고 만다. 문화나 예술에 문외한이었던 이들은 빌리가 춤꾼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선다. 노동자 계급으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형에게 남자가 발레를 한다는 사실은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탄광의 노사쟁의가 더욱 극렬한 대립으로 치달아, 노조원이었던 아버지와 형은 파업 때문에 경제적인 곤란까지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빌리도 이런 상황에서는 차마 춤을 계속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어 고민한다.
단짝친구이자 동성애 성향이 다분한 마이클만이 그런 빌리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이다. 빌리는 자신의 발레 솜씨를 마이클에게 보여주고 싶어 크리스마스에 텅 빈 체육관에서 춤을 춘다. 이 때 우연히 체육관 옆을 지나던 아버지가 아들의 춤을 목격하고, 빌리가 진정으로 춤추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 후 아버지는 농성장을 나와 사측으로 가서 업무 복귀 신고를 한다. 노조로부터 배신자라며 비난받겠지만, 빌리를 위해서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경비를 마련해 장학생 선발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시험을 치르는 날, 빌리는 그간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마지막 춤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오려는 순간, 한 심사위원이 빌리에게 춤을 출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그곳엔 내가 없어요. 나는 전기가 돼 하늘을 날기도 하고, 공기가 돼 붕 떠오르기도 해요.”
고향집으로 돌아온 지 오래지 않아 빌리는 합격통지서를 받는다. 발레리노로서의 인생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모두가 빌리의 성공을 기원하고, 정든 마을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향해 가면서 무대는 막을 내린다.
성장 뮤지컬에 담긴 사회적 리얼리즘
원래 영화《빌리 엘리어트》는 사회적 리얼리즘 Social Realism이 강한 성장영화로 구분된다. 사회적 리얼리즘이란 근대 영국 영화계에 자주 등장하는 사조로, 코믹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사회의 현실적인 고민 등을 담아 풍자하는 일련의 경향을 말한다. 예컨대 역시 무대용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던 영국 영화《풀 몬티》는 실직한 남자들이 여자들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춘다는 설정을 다루고 있다. 그 이면에는 경제불황 탓에 공장에서 쫓겨난 영국의 남성 노동자들의 비애와 서비스 산업의 발달로 이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의 양적 증대, 그리고 이에 따라 여성이 점차 소비경제의 핵심 위치로 부상하는 급작스런 영국 사회의 변화가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배꼽 잡는 드라마와 코믹한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은 알싸한 뒷맛을 느낀다.
《빌리 엘리어트》도 마찬가지다. 무대용 뮤지컬로서는 드물게 사회적 리얼리즘을 반영한 이 작품은 무노동 무임금을 주창하며 영국병을 치료했다는 대처 정권의 어두운 면을 시골 탄부의 가정에 맞춰 풍자한다. 왕립 발레아카데미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달려들듯 찾아간 노조사무실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종결된 마지막 파업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장면이라든지, 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고 파업 현장을 빠져나와 굳은 표정으로 탄광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객석에 무거운 정적을 드리울 정도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화려하거나 환상적이지도 달콤하지도 않지만 콧등이 시큰해오는 감동이 밀려든다. 2막의 첫 장면에서 새해를 맞은 노조원들이 대처 수상의 가면을 쓰고 서로 놀려대는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뮤지컬《지하철 1호선》과 비견할 만하다.
빌리를 찾아라
그렇다고 이 뮤지컬에 진지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춤과 연기를 보는 재미가 듬뿍 담겨 있다. 원작의 유명세 덕에 주인공 빌리 역의 캐스팅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오디션의 열기는 실로 대단했다. 일부 영화팬들은 영화에 등장했던 아역배우 제이미 벨 Jamie Bell이 주연을 맡아 무대에 서길 희망하기도 했지만, 영화 제작 후 부쩍 커버린 터라 캐릭터에 대한 완성도 있는 표현이 불가능해져 성사되지 못했다.(아이들은 이렇게 빨리 자란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세 소년은 제임스 로머스 James Lomas, 조지 맥과이어 George Maguire 그리고 리암 모어 Liam Mower이다. 성인 배우와는 달리 매일 무대에 설 수 없어 세 소년이 번갈아 무대에 올랐다. 모두 겨우 열 살을 넘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역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 갈채를 받고 있다.
빌리의 친구인 마이클 역에는 브래드 카바나 Brad Cavanagh, 애실리 로이 Ashley Lloyd 그리고 라이언 롱버텀 Ryan Longbuttom의 세 아역배우가 캐스팅 되었다. 이들은 자칫 긴장감으로 지루해질 수 있는 무대에 폭소를 불어 넣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커튼콜 때 어깨춤을 추며 성인 배우들을 이끌고 게걸음으로 무대에 등장하면. 극장 안은 온통 폭소 도가니가 된다. 앙상블로 참여하는 일반 유소년 배우들의 연기력도 어찌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전체적으로 극적 완성도를 고양시키는 데 큰 몫을 한다.
몸으로 감동을 전하는 피터 달링의 안무
앞서 언급했듯이《빌리 엘리어트》의 음악은 엘튼 존이 만들었다. 그는 최근 뮤지컬 분야에서 맹활약중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라이온 킹》에서 <서클 오브 라이프 Circle of Life>,<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 Can you fell the love tonight?>등 메가톤급 히트 넘버를 발표하더니, 뒤이은 무대 버전과 디즈니의 근작 뮤지컬《아이다》등에서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싱어 송 라이터로서 기량을 십분 발휘하였다.
《빌리 엘리어트》의 메인 테마는 어린 빌리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춤출 때 본인의 느낌을 설명하는 부분에 등장하는<전기 Electricity>이다. 오리지널 런던 캐스팅 앨범에서는 엘튼 존이 직접 부른 싱글 앨범과 뮤직비디오도 함께 넣어 공연 홍보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역시 춤이다. 영화에서는 화려한 영상 편집과 박진감 넘치는 컷의 전개로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면, 뮤지컬에서는 신들린 듯한 아역배우들의 빠르고 격렬한 율동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가정환경 탓에 춤을 출 수 없어 분노하는 빌리의 독무나 파업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의 플라스틱 방패에 달려드는 군무 등은 그야말로 역동적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만났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일단의 무용수들에 의해 현실과 회상 신이 교차되는 재미도 보여주는데, 의자를 들고 거실 창을 통해 천천히 사라지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안무를 맡았던 피터 달링이 뮤지컬에서도 안무가로 참여해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춤을 선보였다는 점도 짚어볼 만하다. 그는《빌리 엘리어트》외에도 뮤지컬《아워 하우스》를 통해 무대에서는 흔치않게 빠르고 격정적인 템포의 안무를 선보여 각광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특별한 안무를 추가하는 정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춤을 추다 무아지경에 빠진 빌리가 미래의 자신과 만나는 댄스 시퀀스는 단연 압권을 이룬다. 와이어가 연결된 어린 빌리의 몸이 공중을 날며 성인이 된 빌리와 펼치는 듀엣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북동부 지역에서 성장기를 거친 원작자 리 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산업혁명 이후 탄광 자원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 팽창기를 구가하던 영국은 대처 정권이 등장하면서 급격한 산업구조변화를 겪어야 했다. 이런 배경으로 탄광의 폐쇄를 둘러싼 탄광 노조와 사용주 혹은 정부와의 대치는 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비록 도시에 사는 중산층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는 먼 이야기였을지 모르지만, 정작 탄광이 삶의 전부였던 이들에게 이 같은 변화는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혁명이자 두려움이었다.《빌리 엘리어트》의 사회적 리얼리즘은 이러한 영국의 근대사를 바탕에 두고 있다.
우리에게도 격변의 근대사는 있다. 아픈 상처도 세련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예술적 승화는 우리 창작 뮤지컬계가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Billy Elliot the Musical Live (2014) [8.6]
감독: Stephen Daldry, Brett Sullivan / 제작: David Furnish 등
원작: Billy Elliot by Stephen Daldry / 각본: Lee Hall
음악: Elton John / 안무: Peter Darling
무대 디자인: Ian MacNeil / 의상: Nicky Gillbrand
Elliott Hanna as Billy Elliot / Ruthie Henshall as Sandra Wilkinson
Deka Walmsley as Jackie Elliot / Ann Emery as Grandma
Chris Grahamson as Tony Elliot / Zach Atkinson as Michael Caffrey
Liam Mower as Older Billy / David Muscat as Mr. Braithwaite
Claudia Bradley as Mrs. Elliot / Howard Crossley as George
Demi Lee as Debbie Wilkinson
An Introduction from Elliot Hanna [5:38] - Behind the Scene [11:01]
Ch. 1~8 [1:22:55] - Ch. 9~18 [1:26:18] [2:49:14]
Musical numbers
Act I
"The Stars Look Down" – Company
"Shine" – Ballet Girls, Mrs. Wilkinson, and Mr Braithwaite
"Grandma's Song" – Grandma
"Solidarity" – Ballet Girls, Billy, Mrs. Wilkinson, Miners, and Police
"Expressing Yourself" – Billy, Michael, and Ensemble
"The Letter (Mum's Letter)" – Mrs. Wilkinson, Mum, and Billy
"Born to Boogie" – Mrs. Wilkinson, Billy, and Mr. Braithwaite
"Angry Dance" – Billy and Male Ensemble
Act II
"Merry Christmas, Maggie Thatcher" – Tony and Partiers
"Deep Into the Ground" – Jackie
"Dream Ballet" – Billy and Older Billy
"He Could Be a Star" – Jackie, Tony, and Miners
"Electricity" – Billy
"Once We Were Kings" – Company
"The Letter (Billy's Reply)" – Billy and Mum
Finale –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