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도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다보니 좋은 영화를 봐도 좋다는 느낌도 예전만 못하니 영화에 미치던 어릴 때처럼은 아닌 것도 조금은 처량한 기분이 들때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아무리 마음에 흡족한 영화를 봤다고 해도 왜그리 가슴속은 썰렁한것인지 ㆍㆍ^^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서 <버닝>이란 영화가 여러 가지로 무슨 생각을 많이 할 수 있고 깊은 철학이나 숨어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인터넷에서 담박에 1.200원을 주고 보게되었다 감독은 이창동이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밀양. 시 등을 만든 감독이다 밀양이나 시는 봤는데 밀양은 은근히 기독교를 비난하는 영화였고 시는 좋은 내용이긴 했는데 윤정희를 써서 망한 영화다 몇십 년 만에 영화를 했던 윤정희의 연기는 그야말로 발연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의 흐름이 어색하기가 짝이 없던 영화다 그래도 무슨무슨상을 많이도 탄 영화로 알려져있다 이해하기 좀 그렇다 ㅎ 아무튼 버닝의 시나리오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헛간을 태우다>를 살짝 빌려온 영화라고 했다 일본작가들의 특징은 소설마다 애매모호한 면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특기랄까 항상 그런 뭔가가 있다
버닝의 주인공은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이 나오고있었다 젊고 파릇한 배우들의 이름은 언제부턴가는 잘 알지못하는 것이 나이든 관객의 비애다 처음부터 남자나 여자나 목소리나 연기가 매우 어색했다 길거리에서 옷을 거의 다 벗고 춤을 추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린 여자애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한다는데 거기에 가서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지않았다 리틀 헝거와 그레이트 헝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냥 배가 고픈 리틀 헝거와 삶의 의미에 굶주린 그레이트 헝거. 여자애가 그런 말을 읇조리니 현실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 여자애의 삶이 그런 말을 읇조릴 수 있기에 얼마나 오래 살았다고ㆍㆍㆍ남자 주인공은 앞으로 자기가 소설쓰는 걸 희망한다는데 그 남자애를 봐서는 소설가다운 어떤 면도 찾기가 힘들다 뭐 소설을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ㆍㆍ 뜬금없이 미국의 힘자랑을 비웃고. 군부대를 통해서는 대북방송을 비웃고 ㆍㆍ역시 영화와는 상관없는 끼워넣는 뜬금포가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이거야말로 좌파감독들의 특징이다
남자주인공이나 여자애는 흑수저고 벤이라는 남자는 금수저로 통한다 흑수저란 어느만큼이나 없어야 흑수저고 금수저는 어느만큼 많아야 금수저인지 ㆍㆍ그야말로 애매모호하다 일본 작가는 헛간을 태우고 한국의 작가는 빈 비닐하우스를 태운다 젊은이들의 분노를 이해하는 영화라곤 하는데 오히려 보는 관객의 분노가 치밀어오르니 어이하리요 ^^
쓸모없는 것을 태운다는 것은 또다른 것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태운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새희망이 생기는 일이다 세상에는 의미없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쓸모없는 것을 사람으로 비유했다는 것도 기절할 일이다 영화는 억지로 뭔가 의미를 부여하려는 데 별의미는 없어보인다 보는이들에게 다 들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 장면이 그래도 여늬 영화에서는 못 보여준 장면을 연출했다 나로선 오히려 남자주인공이 여자애를 태웠다면 이해가 가겠다 그래야 이 영화에서는 큰 반전을 준다 그래야 이 영화의 의미가 주는 값이 크다고 본다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는 아니었을까 감독은 나만 훨씬 못하다 ㅎ
크게 의미도 없는 영화를 사람들은 감독의 눈치를 살피며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아닌지ㆍㆍ좀 씁쓸한 영화다
하루키가 82년 대에 썼다는 단편 <헛간을 태우다>라는 소설을 읽어 보고 싶게 만든다 그 시대에 그런 류의 소설을 썼다는 건 역시 일본의 힘은 노벨상에 빛나는 문자의 힘이 크다 1천 년 전부터 그들은 글자를 가지고 있었다고한다 어쩌면 하루키의 단편이 더욱 난해하고 무엇인가를 애매모호하게 떠올리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우리의 문학은 읽는이들의 두손에 일방적으로 확실하게 뭔가를 쥐어주고 있지만 일본의 문학은 읽는이들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깊은 그 무엇이 분명하게 깃들어있다 노벨문학상이 괜히 일본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문자나 글자가 그들의 삶을 갈고 닦으며 지배해 왔기 때문이리라
첫댓글 최근에 알게된 사실. 윤정희가 치매환자라는 것....시를 촬영할 당시 초기증상이었다고하니 어쩐지 내촉은 국보급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