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협을 다녀 온 후 하루 정도 쉬고 바로 쿤밍으로 갔다. 원래는 루이리와 텅청 등을 거쳐 시상반나로 갈 예정이었지만 맘 편하게 베트남 한달 비자를 받고 넘어가자는 생각에 쿤밍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쩌면 이미 한 번의 아쉬운 이별을 했기에 남아있는 꼬맹이들과의 이별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쿤밍으로 간 것일지도...
여기서 한가지 꼬맹이들한테 미안한 것이 있는데, 그동안 따리에서부터 꾸준하게 라오스로 넘어가자고, 이왕 나온 여행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쉽다고, 항공권도 1년짜리로 왔으면서 한달만에 돌아가는 것은 죄악이라고, 라오스의 미소와 푸근한 인정이 정말 좋다고 꼬셔 놨는데...
베트남에서 만나기로 했던 후배 일정상 우리의 일정이 갑자기 베트남으로 바뀌어 버렸다. ㅡ.ㅡ
라오스에서 꼬맹이들을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정작 우리가 라오스로 들어갈 일정이 되지 못했으니, 꼬맹이들도 황당했을 것 같다. 현미야, 선옥아 미안해~~
어찌되었든 리장에서 쿤밍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은 슬리핑 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직 중국에서 그 유명한 침대버스를 타지 못했으니 9시간 걸리는 거리이지만 한번 타보기로 한 것. 침대버스는 보통 좌석이 2열로 되어 있는 것에 비해 3열로 되어 있다. 양쪽 창가에 침대, 그리고 가운데에도 침대가 놓여있으며, 맨 뒤에는 5명이 잘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모두 2층 침대로 되어 있으니 대략 35명 정도가 정원이다.
악명높은 침대버스의 단점은 우선 발냄새이다. 중국인들의 청결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남자들의 발냄새는 지독하다. 이불로 발을 감싸지 않는한 옆 사람의 구수한(?)발 냄새로 인해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또 하나는, 맨 뒷자리에 국한되는 얘기이지만, 생전 처음 보는 남녀가 한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어떤 여행객은 막상 타고 보니 자신이 낯 모르는 남자와 같이 자야 한다는 것을 알고 항의에 항의를 거듭하여 1인 침대로 바꾸었다고 하던데, 여자일 경우에는 정말로 남감할 것 같다.
우리는 4명인 관계로 맨 뒷자리침대를 장악하고 편히 지냈다.
아니 우리 여인네들만 편히 지냈다. 나는 옆에 누운 중국남자의 발냄새와 뒤척임으로 자는 둥 마는 둥 침대버스의 경험을 치열하게 하고 말았다.
그렇게 도착한 쿤밍. 저녁 8시에 출발해 새벽 5시에 떨어져 찾아간 곳은 한국인 업소인 bbc쿤밍.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운영을 하는 곳으로 도미토리만 운영하며, 오피스텔을 꾸며 만든 곳이라 ?끗하고, 편한 곳이었다. 이 곳에서도 주방을 쓸 수 있어 도착 다음날 우리는 이별을 아쉬워하며 파티를 하였다.
내가 만든 것은 닭볶음탕과 삼겹살 수육. 마침 그 곳에 머물고 계시던 한 분이 요리사였는데 해물파전까지 준비하셨다. 덕분에 빠이주와 닭, 고기, 파전이 함께 하는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쿤밍에서는 비잔 신청하고, 꼬맹이들 항공권 변경하고, 이것 저것 준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또, 개인적으로 읽지 못했던 한국소설들이 많아 맘먹고 '한강'을 5권이나 읽는 행운도 가졌다. 욕심으로는 못읽은 책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마지막 날 20일 넘게 새로운 인연을 만든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한 컷. 꼬맹이들은 비엔티안까지 국제버스를 타고 가는데 40시간 가까이 걸린다. 잘 갈 수 있을지...
재수가 좋은 것인지 돈 자랑을 한 것인지, 전날 산 표가 고쾌버스(VIP)였다. 좌석도 우리네 우등버스와 비슷하고, 2층에 앉아서 가게 되었는데 경치도 볼 수 있고, 쾌적한 여행이 되었다. 푸얼(옛 쓰마오)까지 6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일반 버스에 비해 약 20원씩 비싸다.
가는 길에 보이는 수 많은 차밭들. 관목차라고 불리는 것들인데, 정작 중국에서는 이러한 차들은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대신에 산에 자라고 있는 차나무에서 딴 찻잎을 더 귀하게 여긴다.
닝얼 톨게이트. 원래는 보이(푸얼)시였는데, 닝얼로 바뀌고, 쓰마오시였던 곳이 푸얼(보이)시로 바뀌었다. 지도를 보고 원래는 이곳으로 오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쓰마오시로 간 우리. 어쩔수 없이 징홍으로 바로 넘어가기로 했다.
쓰마오시는 보이차의 집산지라고 한다. 곳곳에 보이는 차밭이 그 말을 실감나게 하는 곳.
볼 것은 없지만 우리 부부. 가만히 있지 못한다. 처음 보이는 버스를 타고(터미널에서 1번) 거의 끝에 가서 내렸는데, 도심을 가로질러 내려 준 곳이 중국 농촌이다.
이곳 저곳을 보다 동네 한번 들어가 보자 한 곳이 사진의 저곳이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보니 동네가 아니라 한 민가만 덩그라니 있다. 집 앞에서 대나무를 정리하고 있는 주민.
운이 좋게도 집 주인이 좋은 분이라 우리를 집으로 초대했다. 중국의 일반집으로 초대받기는 처음이라 쭈삣대던 우리. 그러나 이 기회 아니면 언제 가보랴 하는 마음에 덥석 안으로 들어갔다.
새로 꾸민듯한 가옥은 중국 보통 인민들의 집으로 보였고, 농사와 차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차도 마시고 ,옥수수도 얻어 먹으며 안 통하는 말이라도 웃으며 나눴다.
이 것에 보이차라고 한다. 사진이 흐릿하네 ㅡ.ㅡ
한 손에는 옥수수를 들고, 한 손에는 차를 마시고 있는 산 도적 ㅡ.ㅡ
결국에는 이 집에서 점심도 얻어 먹었다. 반찬은 돼지비계와 고기 볶음, 닭고기 볶음, 무 삶은 것, 버섯 반찬이었고, 쌀도 전통있는(?) 안남미로 까끌했지만 밥에 고기를 올려주며 더 먹으라는 그들의 정에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밥 먹은 후 설거지를 도와주려는 방이와 만류하는 할머니.
그들의 정에 줄 것이 없어 가지고 있던 따리족 기념품을 건넸다. 한사코 안 받으려 하는 할머니의 팔목에 채워 드리고 뒤돌아서며 어찌나 행복하던지...(쭌아 미안하다. 줄 것이 없어서 그만...그리고 차 한봉지와 옥수수도 더 받아 왔다)
보이차의 고장답게 곳곳에 동상으로 차 마시던 풍경들을 재현해 놓았다. 또 이곳은 그 옛날 차마고도의 한 지점이기도 하여서 옛날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진의 동상은 제갈공명이다. 이 곳 전설에 의하면 제갈공명이 옛날 이 곳에 차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보이차의 명성이 되었다고 한다.
쓰마오시에서는 터미널과 붙어있는 진꽁쭤호텔에 묵었는데 3성급이라고 하지만 88원에 스탠다드룸을 준다. 여기에 자기들 회사 버스를 타고 온 표가 있다면 할인을 더 해주는 데 우리는 2일동안 78원에 잘 수 있었다.
쓰마오에서 징홍까지는 20-30분마다 버스가 있으며, 35원이다. 3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어 2시간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징홍은 작은 태국이라고 할 정도로 태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징홍의 가로수인 야자수 아래서 방이.
<출처 : 중국여행 동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