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
아~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메입니다.
짝사랑 중에서/고복수 노래
오서산.
해발 791m의 금북정맥 최고봉이며 신령스러운 기운을 지닌 호서제일의
명산이라고 삼국사기와 중국지리서에서도 소개하고있다.
단군조선에서 백제시대까지 세발달린 까마귀,삼족오(三足烏)가 사는
민족의 영산, 오산으로 불린 이산은 조선시대에 와서 까마귀산,오서산으로
바뀌면서 영산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오서산은 정선의 민둥산,포천 명성산,장흥 천관산,영남 알프스 하늘 억새길
3구간(사자평 억새길)과 함께 전국 5대 억새군락지로 꼽힌다.
발바닥과 허리상태가 별로라는 마눌의 염려를 배려하여 비교적 쉽고 빠르며
안전한 코스를 택하여 쉴멍놀멍의 페이스로 산행을 시작한다.
상담주차장-마을회관-쉼터-정암사-억새풀 군락지-전망대-정상-전망대-
자라바위-임도-쉼터-정암사-상담주차장/산행시간 5시간

상담주차장 출발깃점.




흔히 공포의 1600계단으로 불리우는 계단데크길.
그러나 마라톤으로 단련된 우리에게는 그다지 공포스러운 단계는 아니고
등에 땀이 약간 흐르는 정도라고 보면된다.
정암사 경내를 거쳐 오르는 짧은 구간의 구 등산로도 있지만 급경사의 흙길
이라서 구르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지금 시기의 마라토너들에게는 신경
쓰이는 길을 피하고 조금 더 길고 힘들어도 안전성이 높은 코스를 택해야 한다.

오서산은 억새로 유명해 졌지만 서해의 일몰도 볼수있어 많은 산객들을 매료시킨다.
광천의 황금빛 들녁과 그넘어 서해바다가 박무에 가려져 어슴프레 실루엣으로
보인다.

이산의 소나무들은 80% 이상이 모두 밑에서 부터 굽어지면서 여러갈래의 가지로
뻗어 오른다.

시간도 많은데 훌륭한 포토 포인트를 그냥 지나 갈 수야 없지~


산행내내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툭 터진 시야에 황금들녁과 시원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눈을 떼기 힘들다.

스스로 풍경이 되고,스스로 그늘을 만들어서 살아온 내 인생 아무도 모른다.
오늘 내가 누리는 자유와 강인함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눈물이
숨어 있다는 것을~!

지금은 단풍의 계절일까 아니면 억새의 계절일까?
단풍이 가을의 채색이라면 억새는 가을의 판타지다.
단풍이 드넓은 캔버스를 수채화로 물들이면서 울긋불긋한 빛깔을 자랑한다.

반면에 억새는 은색의 향연이 바람결에 흩날리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황금빛으로
변하는 흔들림의 미학을 동영상으로 실시간 연출한다.

억새는 초가을에 파릇파릇하게 시작하여 분홍 보라색->은빛 솜방망이->
황금빛으로 절정을 이룬후 한겨울에는 줄기 끝에 눈꽃을 피우며
그 아름다운 생을 마감한다.

오서산 억새군락지는 10월 중순~말 사이에 최고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오늘 오서산에서 바라 본 가을은 청명한 날씨는 아니지만 능선 가득히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억새의 품에 바람조차 머물러 있는듯하다.
억새와 바람은 서로 절친인가 보다.
바람은 억새 곁에 머물고 싶다고 하고,억새는 네가 있어야 제맛이 난다고
서로를 부추기고 장단을 맞춘다.
바람과 억새가 바야흐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끌어 올린다.

억새에 흔들리며 기다리는 여심.ㅋ

그리고 여기 또 한사람.ㅋ ㅋ

확트인 능선,한쪽에서는 단풍이 물들어 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손사래같이 휘젓는
억새들이 출렁거린다.느낌있쥬!?
하늘과 맞닿은 억새바다와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돋군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북서쪽은 억새가,남동쪽은 단풍이 물들며 마을로 내려간다.

멀리 인공으로 만들어진 중담저수지가 보이고 그너머로 광천읍도 아스라히 보인다.

"억새풀에 스며드는 서해의 낙조"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이산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

발길이 안골고개를 넘지 못하고.
마눌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쉰질바위 코스를 변경하여 여기서 되돌아 단축코스를
택한다.

벌써 10월도 중순.
결코 길지않은 짧은 기간의 가을이 깊어간다.

아듀, 은빛레이스. 다시 전망대로~
여기서 하산코스를 택하니까 손X희님은 아쉬운 미소를,마눌은 기쁨의 미소를 날린다.

SBS 방송국에서 억새취재를 나왔다.(동영상)
취재팀이 드론으로도 촬영하고.
서늘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자신의 몸줄기를 "차르르" 흔들어 대는 모습을
드론이 생생하게 담아내고있다.
"아~아~으아 으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 인가요~"
가장 화려한 순간에 가장 큰 슬픔을 자아내는 너는 어디서 왔니?

745봉의 하산 데크 시작지점.

한폭의 수채화 속에 황금빛 가을들녁이 물들어 간다.

상당히 방대하고 긴 내포문화숲길이 임도의 일부를 구성하고 그일부에
백제부흥군길도 트래킹길로 조성되어있다.

가을에는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체내의 에스트로겐 생성도 줄어들고 남성도
감성이 풍부해지면서 여성화된다.따라서 가을에는 말주변 없는 남자도 작업(?)이 잘된다.
어떻게 아느냐구?선수출신이니까!ㅋ ㅋ ㅋ

정암사
백제 성왕때 창건된 1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조그만 절.
樓下進入은 백제시대 사찰의 전통양식이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이절을 하산길에 찬찬히 살펴본다.

오랜 전통의 사찰에 대웅전이 없고 고승의 부도가 한기도 보이지 않는 것은
미스테리다.

대웅전이 없어 불교의 이상향인 서방극락정토를 상징하는 극락전에
주불인 아미타불을 모셔 놓았다.

산신각은 원래 불교와 관련이 없는 토착신이지만, 護法神衆면에서 불교의
토착신앙 수용에 기인한 것이다.
불교사의 초기와 중기에는 없었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사 사찰에 등장한다.
후기에는 이에 더하여 삼성각(三聖閣)에 산신,칠성(도교),독성(스스로 깨우쳐서
득도한 사람)을 수용하게 되었다.


가을하늘처럼 티없이 맑은 동자승이 절 뒷편을 홀로 지키고 있다.

극락전,산신각,종무소.아담한 규모의 절이 앙증 맞다고 하면 실례일까?


절 뒤에 오래전에 축조한 돌 구조물이 있고 작은 면적의 평평한 공간도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구조물은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고즈녁한 산사에도 조용히 가을이 내려앉고있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세상을 다녀간 그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중략)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나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해
뮤지컬 "명성왕후, 나 가거든" 중에서/노래 조수미

계절의 에뜨랑제 속에서 풍요로운 결실도 함께 맺는다.

유유자적의 하산길에 길가의 동네 아주머니에게서
농작물도 구입하며 해찰의 시간을 보낸다.
술시에 맞추어 도착한 대하축제중인 남당항에 술도 술술 익어간다.

조금 돈을 더 보태서 양식 순다리새우 대신 자연산 소금구이 대하를 주문한다.
충청도가 고향인 마눌을 욕먹게 하지 않으려는듯 주인이 전복,전어구이등을
서비스로 재빠르게 내온다.아니 뭐 이런 걸 다~

안주좋고,사람 좋고,분위기 좋고,술도 좋아서 그런지 손목꺽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두사람의 거침없는 잔 비우기에 마눌이 어이상실,"흥부가 기가 막혀"를 연발한다.

10/19,충남 서산 개심사(開心寺)
狂酒의 하룻밤이 지나고 새날이 밝았다.
아침 해장으로 면재료와 뽑는 노하우를 발명특허로 보유하고있는 해물칼국수집으로 향한다.
등 따습고, 배 부르고,꽃피고,새 우는데 서둘러서 집으로 향할 이유가 없다.
백제시대 의자왕 1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개심사를
유홍준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권에서 영주 부석사,청도 운문사와
더불어 "무조건 가장 사랑스러운 절집"으로 꼽는다.

오랜된 사찰은 언제나 고색찬연한 아름다움이 내재되어있다.

직사각형 연못을 가로지르는 목조 외나무 다리가 봄.가을에 걸쳐 오랫동안
사진작가들을 끌어들였지만 석조다리로 바뀌고 다리폭도 넓어진 이후로
오히려 작가들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그래도 오래된 절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연못과 다리의 매력은 아직도 남아있다.

옛날에는 거울이 없었기에 사찰의 연못은 내 자신을 연못에 비추어 보고
경내에 들어 서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 연못의 이름은 경지(거울鏡,연못池)다.

개심사 일주문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연못과 범종각이다.
개심사의 범종각은 이사찰에서 가장 웅장한 곳에 위치하고 법고와 목어는
뒷편 강당에 별도로 놓여있다.
제멋대로 굽고 휘어지고 송진채취 상처까지 그대로 간직한 소나무 기둥이
아무게 라는 이름으로 아무렇게나 살아 온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같아 더욱 정겹다.

그러나 범종은 예술적으로 뛰어 나거나 오래전에 주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산사에 가을이 찾아오면 지나온 삶을 되새김하게 만들고 숙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게한다.

해탈문이나 不二門을 통해 바라 보이는 사찰전경에는 불교건축양식의
진수가 집약되어있다.

대웅전은 백제 의자왕 14년,창건 당시의 기단 위에 조선시대 초기의
다포식과 주 심포식을 절충한 건축양식으로 중건되었다.
축조기법이 미려하여 건축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오층석탑을 지키는 가을국화가 애잔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오서산 하산길에 보았던 내포문화숲길 안내판이 여기에도 나타난다.
충남 서쪽 홍주,별성,해미,태안,서산,면천,당진,덕산,예산,신창을 아우르는
해안선 안쪽의 이지역을 합쳐서 내포(內浦)라고 한다.
수많은 문물의 왕래와 외세침략의 애환도 함께 간직한 지역이다.

냥이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나들이 나와서 내포문화숲길의 초입을 걷는다.

더불어 살아가는 참나무 기생식물에게도 이시기는 공평하게 결실의 기회를 준다.

마음이 열리는 開心寺 숲길은 이름부터 풍경까지 정겹고 의미심장하다.

(끝)
첫댓글 오서산 억새,붉은 새우 와 소주,가을 정취에 잘 어울립니다.멋 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