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연인
나는 애인 (愛人)이라는 단어보다 연인 (戀人)이라는 단어에 더욱 구미가 당긴다. 최근 한자의 매력에 푹 빠진 터라 각각의 단어가 유래된 한자를 해부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인은 사랑 애 (愛)와 사람 인 (人)이 합쳐져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반면, 연인이란 그리워할 련 (戀)과 사람 인 (人)을 사용하여 서로를 그리워하고 애틋하게 사랑하는 관계를 표현한다.
사랑이란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그 단어가 지닌 광범위한 의미 탓에 내뱉기를 머뭇거릴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인간은 어떠한 물건을 사랑할 수 있고, 그것이 취미가 될 수도 있으며 친구 혹은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만큼 사랑이란 단어는 그 용도가 너무나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 가져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범용성이 좋은 단어이다.
하지만 그리워할 연을 보면 상단의 얽힐 련 (䜌)과 마음 심 (心)이 합쳐져 ‘마음이 얽힌’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사랑 애 (愛)가 박애, 애정과 같이 조금 더 포괄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반면, 그리워할 련 (戀)은 연정과 연모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성애적 사랑(erotic love)을 나타낸다.
이성으로부터 느끼는 성적 매력을 통하여 인류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더욱 번성하며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 철저한 타인인 두 명이 사랑하여 또 다른 타인을 낳고, 그 타인이 또 다른 타인을 만나 사랑하여 다시 타인을 낳는다. 즉 에로스적 욕망은 곧 세계를 만들고, 인류만의 특권인 사랑에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마음을 어지럽히고 때로는 “살구색을 칠해 대며” 더럽혀지게 만드는 타인을 우리는 연인 (戀人)이라고 말한다. 응큼하면서도 솔직한 이 한자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사랑을 동시에 표현한다. 보고 또다시 보아도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손을 잡고 꼭 껴안고 싶은 그 사람, 마음속 잔잔한 연못에 큰 돌을 집어던져 겹겹이 퍼져 나가는 고요한 파장을 만드는 그 사람이 곧 연인인 것이다.
애인과 달리 연인이란 우리의 마음속에 불쑥 찾아와 힘껏 흔들고서 사라지는 타인이다. 그래서 나는 애정보다 연정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