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산 정상에서 조망, 오른쪽 멀리는 치악산
위험한 모험을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현명한 판단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러나 경험은 잘못된 판단의 누적에서 시작된다.
――― 제프 태빈(Geoff Tabin)
▶ 산행일시 : 2013년 8월 24일(토), 맑음
▶ 산행인원 : 8명(버들, 드류, 더산, 대간거사, 한계령, 메아리, 도~자, 승연)
▶ 산행시간 : 8시간 10분
▶ 산행거리 : 도상 12.3㎞(1부, 4.5㎞, 2부 7.8㎞)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 출발
09 : 05 -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桂村里) 성목재(城項峴), 산행시작
10 : 18 - 982m봉 직전 ┫자 지능선 분기
11 : 20 - 임도
11 : 44 - 외월암, 1부 산행종료, 중식, 이동
12 : 25 - 방의동 쌍곡 가운데 능선, 2부 산행시작
13 : 25 - 1,017m봉
14 : 00 - 용마봉(龍馬峰, 1,044m)
14 : 10 - ┳자 능선 분기봉
14 : 44 - 임도
15 : 26 - 청태산(靑太山, 1,194m)
16 : 24 - ┣자 갈림길, 오른쪽이 둔내유스호스텔 가는 길
16 : 44 - 임도
17 : 15 -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霅橋里) 둔내유스호스텔 입구 고속도로 굴다리, 산행종료
1. 들머리 숲길
▶ 성목재 ~ 외월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성목재(城項峴)는 술이봉(酒峰, 888m) 북쪽 안부이고 소새목(小鳥
項)은 술이봉 남쪽 안부로 420번 지방도로가 지나는데 지형도의 소새목에 ‘성목재 해발
850m’라고 새긴 큼지막한 표지석을 세워놓았다. 고갯마루를 차로 오를 때는 그리 높을 줄 몰
랐는데 대단한 고지대다. 이 성목재는 백덕지맥의 한 구간을 끊고 잇는 기점이다.
소위 ‘백덕지맥’이란 태기산 아래 영춘기맥에서 갈라져 나와 양구두미재, 청태산, 술이봉을
넘고 이 성목재를 지나 오봉산, 문재, 사자산, 백덕산, 신선바위봉, 여림치, 다래산 등을 넘어
주천강과 평창강의 합수점으로 내리는 산줄기 55㎞를 말한다. 산줄기 겨우 55㎞를 가지고 지
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게 멋쩍다.
성목재는 982m봉 산허리 도는 임도의 시작지점이기도 하다. 임도는 우리가 지나려는 외월암
위의 능선을 횡단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방금 전까지 비가 왔는지 풀
숲이 함빡 젖었다. 백덕지맥 종주꾼들의 발길이 뜸했다. 산행표지기는 물론 그들의 족적 또한
찾아볼 수 없다. 무성하게 자란 풀숲을 새로이 헤친다.
오래전에 가지치기하고 간벌한 낙엽송의 잔해가 풀숲에 깔려 있어 지나기 여간 까다롭지 않
다. 잡목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버거운데 보이지 않는 발밑까지 거치적거린다. 아무리 조심
한다지만 발목이나 정강이에 나뭇가지와 그루터기가 수시로 걸린다.
그래도 가을의 문턱이다. 매미 우는 소리 가늘고, 언듯 가을 냄새 풍기는 한줄기 바람은 상쾌
하기 이를 데 없다. 햇볕이 따가울지언정 후덥지근하지 않다.
885m봉에서 떼로 길을 잘못 든다. 데자뷰적인 사면을 오른쪽으로 대트래버스 하여 주능선을
잡고 바닥 친 안부가 절고개다. 마치 내가 일행을 푸른 사막으로 안내한 것 같다. 떼로 길을
잘못 든 마당에 아예 골로 갔다가 저 넙데데한 생사면을 치고 982m봉 오르자고 하는 것을 좋
이 능선 마루금으로 가자고 해서다. 능선 주변의 사면을 두루 쓸어도 빈눈이고 빈손이다.
‘푸른 사막’이란 대간거사 님이 생각해낸 오지 등산용어로 등로와 등로 주변의 사면이 풀숲이
지만 더덕 따위가 자라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지대를 말한다. 세븐 서미트(7대륙 최고봉)를
오른 제프 태빈이 쓴 ‘블라인드 코너(blind corners)’보다 더 멋진 말이다. 대개 산죽지대가 푸
른 사막이다. 오늘 산행 중 청태산 오르막까지 그러하다.
소득이 없지만 풀숲 뒤지느라 줄곧 오름의 982m봉이 어느새 가까웠다. 왼쪽 지능선으로 방
향 튼다. 등로는 여전히 사납다. 나지막한 봉우리 넘고 넘는다. 어느 봉우리에서 동진해야 하
나? 그 봉우리를 짚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892m봉에서 동진한다. 성급하게 북사면으로 갔
다가 잡목 숲 울창한 사면을 빙 도느라 아주 애먹는다.
엷은 지능선 잡아 임도로 내린다. 계속 동진이다. 보이는 것이 없어 막 간다. 내내 낙엽송 숲
으로 가려 조망도 트이지 않는다. 808m봉 넘고 가파르게 떨어진다. 무덤 지나자 인적이 보인
다. 계류 물소리 시원스럽게 들리고 산기슭 더덕밭 지나 외월암 근처다. 도시락 실은 우리 차
가 이미 와 있다. 물가에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2. 성목재 들머리 숲길
3. 둥근이질풀(--痢疾-, Geranium koreanum),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
4. 둥근이질풀
5. 물봉선화(-鳳仙花, Impatiens textori),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
▶ 용마봉(龍馬峰, 1,044m)
2부 산행. 방의동 산골 깊숙이 들어간다. 산기슭은 온통 더덕 심은 밭이다. 이제는 더덕들도
편하게 살려고만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산골 안쪽은 팬션촌이다. 양풍(洋風)의 집이며,
마당, 화단 등이 이국적이다. 피서객들은 계류 그늘진 물자리 보아 텐트 친다. 우리는 그 옆으
로 첨벙첨벙 물길 건너 산자락에 붙는다. 쌍곡 가운데로 뻗어 오른 능선이다.
묵은 임도 절개지가 살짝 오버행으로 가파르다. 고정자일인 나무뿌리 움켜쥐고 오른다. 죽은
산죽지대에 들어선다. 기껏 비지땀 찔찔 흘리며 산죽 숲 헤쳤더니 왼쪽에서 뚜렷한 등로가 오
는 것이 아닌가. 맥 풀린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등로다. 고개 뒤로 젖혀 올려다본 공제선이
신기루다. 이쯤이겠지. 오르고 보면 저만치 물러나 있다.
오르막길에서 숨이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 할딱거리다가도 그 고비를 넘기기만 하면 무한궤
도로 갈 수 있다. 들숨 날숨에 오른발 왼발 스텝 맞춘다. 등로는 가면 갈수록 미역줄나무덩굴
의 기세등등한 서슬에 눌려 사면으로 비키다가 그나마 흐려진다. 그래도 용마봉 전위봉인
1,017m봉을 단숨에 오른다. 산마루에서 맞는 바람이 잇사(一茶)의 그것이다.
시원한 바람이
구불구불
돌아서 왔구나
凉風の曲りくねつて來たりけり
키 작은 산죽지대와 미역줄나무덩굴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덩굴 숲 애서 뿌리치고 갈림길 지
나 용마봉 정상이다. 정상 표지판이 두 개나 나무에 매달려 있다. 사방 나무숲 가려 아무 조망
없다. 처음 용마봉에 왔을 때가 2007년 3월 3일이었다. 그때보다 등로가 훨씬 더 험난해졌다.
6. 용마봉 가는 길, 대간거사 님
7. 용마봉 가는 길, 한계령 님
8. 더덕꽃
9. 더덕(Codonopsis lanceolata),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사삼(沙蔘)
10. 모싯대
11. 용마봉 정상 표지판
▶ 청태산(靑太山, 1,194m)
청태산 가는 등로는 제법 반듯하다만 잡목 숲이 밀림으로 울창하다. 포복에 가깝도록 허리 굽
혀 지나다 허리 펴면 덩굴나무 숲에 갇힌다. 그때마다 줄기가닥 일일이 추려 헤친다. 땀난다.
교대하여 길 뚫는다. 용마봉에서 10분 정도 지나 ┳자 능선 분기봉을 넘는다. 완만한 내림이
다. 956m봉을 넘어서는 평원이다.
임도. 목 추기고 나서 청태산 품에 든다. 등로는 풀숲에 묻혔다. 발로 더듬어간다. 오르막이
지도보다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암장처럼 오른다.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 중에도 오기가 생
긴다. 선두 쫓아 들입다 뺀다. 지도를 보면 청태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동서와 남북을 뻗은 능
선을 경계하여 4분면이 확연하다. 이중 3.4분면이 완만하여 그리로 질러가볼까 하는 욕심이
사뭇 동하기 마련이지만, 실제에는 등로 벗어나면 산죽 어우른 잡목 숲이 하도 울창하여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파름 수그러들어 허리 펴고 잡목 숲 벗어난다. 청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내리는 주등로
에 든다. 신작로다. 통나무계단 잠깐 오르면 청태산 정상이다. 비로소 조망이 탁 트인다. 하늘
금으로 솟은 가리왕산, 백덕산, 삿갓봉, 치악산, 매화산 등등을 가려낸다. 그때가 옛날이다.
대미산, 덕수산 가는 길이 풀숲에 가린 오지로 변했다.
하산 길. 풀숲 헤칠 일이 없어 손과 발이 심심하다. 푸른 사막은 청태산에서 끝났다. 가는 걸
음으로 좌우사면 들락날락하며 대물 더덕 뽑아내는 손맛 본다. ┣자 갈림길. 오른쪽이 둔내유
스호스텔로 내린다는 방향 표시판이 있다. 급전직하로 떨어진다. 길게 밧줄 잡고 내린다. 임
도 절개지 미끄러져 내리고 삽교육교 쪽로 뻗은 능선 잡는다.
약간 빗나갔다. 둔내유스호스텔로 간다는 등로도 자취 감추고 능선 엷어 쑥대밭으로 내린다.
키를 훌쩍 넘는 쑥대밭이다. 넓기도 한 쑥대밭을 지나기가 고약하다. 밭고랑이 물길로 패인
줄 모르고 허방 짚어 엎어진다. 가까스로 농로에 다다랐더니 야콘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우리
더러 왜 남의 땅을 함부로 밟느냐며 목청을 높이며 야단한다.
대간거사 님이 다가가 우리의 산행지도를 그의 눈앞에 들이대며, 보시라, 이리로 내리려다 쑥
대밭으로 잘못 내려왔다. 말을 그렇게 하지 마시라. 귀하의 땅이 어디인 줄 어떻게 알 수 있겠
는가? 아무튼 미안한 일이다. 하니 그 농부는 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머쓱해질 수밖에.
둔내유스호스텔 입구 영동고속도로 굴다리다. 저 앞 삽교육교에서 우리 오기 기다리는 두메
님 부른다.
12. 멀리는 백덕산, 청태산에서 조망
13. 멀리는 치악산
14. 멀리 오른쪽은 백덕산
15. 왼쪽 멀리는 가리왕산
16. 멀리는 치악산
17. 청태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대간거사, 한계령, 더산, 승연, 버들, 도~자, 메아리, 드류
18. 청태산 하산 길
19.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
첫댓글 ㅋㅋㅋ 더운 날씨였는데 산속은 제법 시원한,,,참 좋은 산행이었습니다...승연님 버젼 청태산,,좋은 산^^
다래덩굴보다 더 굵을 것 같은 거시기의 실체를 보여주시죠!^^
어떻게 8명이 모두 같이 찍을 수가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