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
석가모니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에 마하가섭(摩訶迦葉)이라는 존자가 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에 '1차 결집'을 주도하여 최초의 경전을 펴내고 교법을 통일한 마하가섭 존자는 제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부처님의 마음을 그대로 본받은 인물로 일컬어진다.
마하가섭 존자는 우리에게 염화시중(拈華示衆), 염화미소(拈華微笑)라는 고사로 잘 알려져 있다.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많은 사람들이 숨소리를 죽이며 말씀을 기다리고 있는데 부처님은 말없이 연꽃 한송이를 조용히 들어 보였다. 모두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가운데 백발이 성성한 제자 한 사람만이 그 뜻을 깨닫고 빙그레 웃었다. 그제야 부처님도 빙그레 웃으며 가섭에게 말했다. "나에게 정법안장, 열반묘심, 미묘법문, 불립문자, 교외별전이 있다. 이것을 너에게 주마."
이렇게 하여 불교의 진수는 가섭에게 전해졌다.” 말과 글이 아닌 마음에서 마음으로 진리가 전달된 것이다. 이른바 '불로 불을 붙이고 마음으로 마음을 새기는' 불교식 전수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것으로 마하가섭 존자의 이 미소를 '염화시중의 미소'라고 한다. 부처님과 마하가섭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유래다. 무언의 대화이자 염화미소, 염화시중이다. 말이 필요 없는 관계, 이게 진짜 믿음이고 신뢰다. 그래서 “말 많은 놈 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고 한다. 요샛말로 텔레파시가 통해야 한다.
마하가섭은 탐욕과 집착을 버리고 번뇌를 털어내는 불교식 수행법인 두타행을 가장 잘 지킨 수행자였다고 한다. 두타행은 '하루에 한 번만 먹는다' '깨지고 헐은 옷만 입는다' '나무 밑에서 지낸다' 등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엄격하게 수행하는 방법이다. 석가모니와 마하가섭 사이에는 염화시중 외에도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 하는 세가지 일화가 더 있다. 두 분간의 불법 전수는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을 전하는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증거가 되었고, 선종(禪宗)을 열게 했다.
부처님과 가섭존자의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부처의 마음을 말없이 전해받은 가섭존자처럼 우리사회의 정치인과 지도층들이 지역민의 마음과 뜻을 이심전심으로 알고 깨달아 실천하는 진정한 일꾼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정치인과 단체장들은 선거 때마다 사찰을 앞다퉈 찾아와 표심을 구한다. 위정자들은 지역민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헤아려 항상 선정을 펼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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