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극복하고 날아오른 나비들..
나비 한 마리가 막 피어난 철쭉꽃 위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어느 나라에서나 절대 자유, 혹은 사랑의 상징으로 여기는데요.
억울한 누명을 쓴 죄수가 끝까지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하던 오래 전 그 명화의 제목도 그 빠삐용, 나비였습니다.
배춧잎을 먹고 자란다는 배추벌레를 본 적이 있으세요? 배추의 잎과 잎 사이에 숨어살면서 새로 나온 연한 잎만 사각사각 갉아먹는 그 배추벌레들, 농부들은 그 배추벌레들 때문에 여간 골치를 앓고 있는 게 아니랍니다. 하지만 그 배추벌레가 자라 허물을 벗으면 하얀 날개를 가진 배추흰나비가 되죠. 배추흰나비는 배추밭이나 무밭 위를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를 옮겨주는 고마운 일을 한답니다.
그래서 배춧잎 사이에서 배추벌레를 발견했을 때, 인상을 잔뜩 찌푸리던 농부들도 이 봄날에 배추흰나비가 나는 걸 보면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반가워한답니다.
농사를 망친다며 해충으로 구박을 받던 한 마리의 배추벌레가 사랑받는 배추흰나비가 되기까지는 무려 네 번에 걸친 허물벗기를 해야 하구요. 번데기가 된 상태에서는 한동안 고독을 견뎌내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저 꽃 위로 날아가는 나비 한 마리도 전처럼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 40년을 기다려 애벌레에서 나비가 된 사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척추결핵을 앓아 하체의 뼈와 살이 말라붙어 아랫도리를 담요로 둘둘 감싸고 좁디좁은 단칸방에서 40년을 살아온 지현곤씨가 그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동생이 빌려다 준 만화책을 보며, 베껴 그리는 일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스스로 카툰을 그리게 됐죠. 셀 수 없이 많은 점과 짧은 선들을 꼼꼼하게 찍고 그으며 카툰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그에겐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입증하는 자기 존재 증명이었습니다.
작년 7월과 8월에 걸쳐 남산에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그의 첫 작품전시회가 열렸을 때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마저 찬사와 감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마산의 단칸방에 엎드려 있지만 그의 카툰은 뉴욕까지 단숨에 날아갔습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번 달 26일까지 뉴욕의 아트게이트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게 된 것이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고치를 짓고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되었다가 결국엔 나비가 됩니다. 40년을 애벌레처럼 기고, 또 고치 속의 번데기처럼 살던 그가 어느새 나비가 되어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곧 장애인의 날입니다.
“제게 장애는 오히려 기회였습니다. 장애가 있었기에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남긴, 두 팔이 없고 한 발이 짧은 장애인 가수 ‘한발의 디바’ 레나 마리아.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남극 대륙의 포클랜드섬을 시작으로, 7일 동안 7개 대륙의 마라톤을 하나씩 주파, 모두 168시간 동안 183.4마일(약 295㎞)을 달린 영국의 오십 세 시각장애인 데이브 힐리.
뇌성마비 전신장애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바다 수영 3.9km, 도로 사이클링 180.2km, 그리고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달리는 철인 3종 경기를 여덟 차례 완주, 90회 이상의 마라톤 완주 더 나아가서 47일에 걸쳐 미국을 동에서 서로 횡단한 아버지 딕 호잇 DIick Hoyt과 아들 릭 호잇 Rick Hoyt부자가 있습니다.
이 부자의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 40분 47초입니다. 주변사람들은 아버지에게 ‘만약 혼자 달린다면 세계 기록도 깰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이 말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들이 없이는 달리지 않는다.”
이렇듯 장애를 극복하고 자유를 향한 힘찬 날갯짓에 박수를 보냅니다.
[출처] 장애를 극복하고 날아오른 나비들..|작성자 변택주